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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현행법상 파견·도급 기준 명확하지 않아 처벌 어렵다”

박선민 검사 ‘도급 및 파견의 법적 쟁점’ 학술대회서 주장

GM대우와 금호타이어의 파견법 위반 사건 등 노동계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등의 문제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현직 검사가 현행법상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므로비범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오인서 검사장)는 지난달 24일 대검 NDFC 베리타스홀에서 '사내 도급 및 파견의 법적 쟁점'이라는 주제로 노동법이론실무학회와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박선민(39·사법연수원 37기) 광주지검 검사는 최근 노동계에서 화제가 됐던 ‘세이브존 불법파견 사건’을 중심으로 현행법상 파견과 도급의 명확한 구별이 어렵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토론자로 나선 김기덕(55·28기)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검찰이 그동안 파견법 위반 사건을 소극적으로 수사해 왔는데 이제와서 현행법상 파견과 도급의 구별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해 토론장 분위기를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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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초동 대검찰청 NDFC 베리타스 홀에서 열린 대검·노동법이론실무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문무일 검찰총장의 축사를 듣고 있다.

 

◇ 현행 파견법상 위법성 판단기준 부족…대법원의 종합적 판단도 문제 = ‘세이브존 불법파견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박 검사는 파견법이 규정하고 있는 허용·금지대상업무에 대한 규정은 간명한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 적용할 때는 '업무의 한계 설정', '각 분야별 구별' 등이 예상 외로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파견법은 근로자 파견 대상업무에 대한 규제에 있어 '허용되는 업무를 열거'하는 포지티브 형식의 규율 방식을 채택해 원칙적으로 근로자 파견이 금지되고 파견근로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파견법 위반 문제는 과거 제조업에서 많이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세이브존 사건처럼 유통업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유통업의 경우 근로자가 판매 업무 뿐 아니라 캐셔, 주차안내, 상담실 고객 응대, 전화교환, 사무보조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어 당사자들의 업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검사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파견법 위반이 발생했을 때 현행법에는 개별 근로자가 실제 주로 수행한 업무 등 다양한 지표 중 무엇을 기준으로 업종을 판단해야 하는지 정해진 것이 없고 아울러 이 근로자가 수행하던 다수의 업무 중 일부가 파견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직업분류가 아닌 경우 그 근로자를 파견한 행위 전체를 위법으로 평가해야 하는지, 그 업무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아니면 한 개의 파견 행위를 쪼개 위법성을 판단할 것인지 등 세부적인 문제에 대한 기준도 없는 상황이다.

 

업무의 한계 설정·각 분야별 구별 등

예상 외로 명확하지 않아

 

박 검사는 GM대우와 금호타이어의 파견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중심으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을 분석하고 자신이 처리한 세이브존 사건에 이를 적용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현재 대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검사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사실관계가 불명확하거나 복합적인 논점을 내포하고 있는 문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외부주체에 의한 단속이나 고소고발 등에 의해 개시되는 사건에서는 파견사업주-사용사업주의 관계나 계약 체결의 경위와 같은 기초적 사실관계 증거수집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에 봉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지시가 있었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도록 지시의 방식을 가장하거나 공간만 분리돼 있을 뿐 도급인이 주요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 같이 계획적인 방법에 의해 위장된 경우에서는 같은 사실관계를 가지고도 판단 주체의 견해에 따라 위장도급인지 여부에 대한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 위배소지

 비범죄화 방안 검토해야

 

박 검사는 대법원이 채택하고 있는 '종합적인 평가'에 의할 때는 판단 주체의 가치판단에서 분리된 중립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의미는 그 기준 모두를 충족하지 않아도 해당 법률관계의 특성을 결정짓는 '더 강력한 지표'를 충족시키는 경우 이를 기준으로 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뜻과 다르지 않은데, 이 경우 전적으로 법관의 이익형량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검사는 독일 연방노동법원의 최근 경향처럼 파견과 도급의 구별 기준을 △편입 △지시권 행사 등의 핵심 지표로 통합해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박 검사는 "어떤 수준 및 형태의 규제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그 처벌규정의 요건과 해석이 죄형법정주의라는 대원칙에 부합해야 한다"며 "그 명확성의 판단기준은 법관이 아니라 사회일반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파견법의 규정과 이에 대한 해석은 죄형법정주의적 관점에서, 특히 명확성 원칙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명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처벌규정의 경우에는 비범죄화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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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견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소극적 수사가 문제...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처벌 가능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 변호사는 그동안 파견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관행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파견법의 불명확성을 논하는 것은 그간 파견법 위반 사건에 있어서 수사권 행사 실태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원이 판례로 불법파견으로 판단해 놓았음에도 검찰이 파견법 위반으로 사용자를 처벌하기 위해 수사하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며 "수사하는 경우에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활용하는 것도 최근에야 볼 수 있는 일로서 드물었고 노조·노동자의 고소·고발이 있어야 마지못해 수사에 착수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비판했다.


독일처럼 편입·지시권 행사 등

핵심지표로 통합해 간소화 필요

 

김 변호사는 유통·서비스 업종 근로자의 업무를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주된 업무가 아니더라도 일부 업무라도 파견법상 파견대상업무가 아닌 업무에 근로자 파견을 한 파견사업주와 그 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사용사업주를 파견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파견법은 파견대상업무가 아닌 근로자 파견사업을 행하거나 그로부터 근로자 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소극적 수사가 문제

 사용사업주 처벌 어려운 없다” 비판도

 

파견과 도급의 구별이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도급계약을 체결한 수급인의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한다면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고 보면 되는 것이지 도급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징표 등을 찾아 해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명확성의 원칙에 따른 처벌규정의 비범죄화 논의에 대해서도 "노동자에 대한 중간착취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파견법 위반의 행위를 두고서 처벌규정의 비범죄화를 논의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노동력을 거래함으로써 중간착취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비범죄화 논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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