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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웅걸 전주지검장, "검찰개혁은 올바른 방향으로 이뤄져야"

"검찰개혁은 '권력자는 불편하게', '국민은 편안하게' 진행돼야"
검찰 첩보의한 수사금지, 1차 수사 자제, 검사작성조서 증거능력 없애야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돼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현직 검사장이 검찰개혁 방안을 주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윤웅걸(53·사법연수원 21기) 전주지검장은 10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검찰개혁론2'라는 A4 용지 19장 분량의 글을 올려 "사법제도를 변경함에 있어서는 가장 신중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지검장은 "사법제도는 졸속으로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며 "사법제도는 국민의 인권보장과 직결되는 제도이므로 그 변경은 인간에 대한 정신과 철학에 바탕을 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지검장은 독일, 미국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 주장이 있으나 재판권과 기소권을 분리한 서구 선진국들이 기소권과 수사권은 분리하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수사에 대한 법률가의 통제를 없애고 경찰 주도의 수사구조를 만들자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서구 선진국들이 오랜 논쟁을 거쳐 검사에게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부여한 것은 검사가 경찰보다 인권의식이 투철하고 수사실력이 뛰어나 그런 것이 아니라 수사권을 사법기능으로 분류함으로써 수사에 대한 정치권력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국민생활에 밀접하여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에 대해 법률가인 검사로 하여금 통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지검장은 공수처 도입과 관련, 공수처의 원형으로 볼 수 있는 해외 기관들은 대부분 검찰제도가 미약했던 영연방 도시국가이거나 우리나라가 굳이 모델로 삼을 만한 나라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수처와 관련해 눈여겨 볼 만한 국가로 중국이 있다"며 "검찰 등 기존 사정기관이 존재함에도 별도의 수사기관이 공직자 등 공무를 수행하는 특정범위의 사람들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중국 국가감찰위원회는 공수처와 많이 닮아 있다"고 했다.

 

윤 지검장은 "공수처는 공직자 부패척결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고 오히려 다른 목적에 활용될 가능성이 더 많은 제도"라며 "공수처가 기존 검찰보다 권력에 대한 수사를 더 잘 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더 잘 지킬 수 있다는 것은 막연한 희망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공수처에 의미가 있다면 검사의 범죄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는 경우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비판을 불식시키는 정도일 것"이라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검사의 비리에 대해 경찰도 수사할 수 있고 특별검사를 발동할 수 있다.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없애기 위해 경찰이 검사를 수사하는 경우 해당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지휘를 포기하는 방안과 검사비리에 대한 특별검사 발동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가 가능하다"고 했다.

 

윤 지검장은 글에서 검찰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개혁은 '권력자는 불편하게, 국민은 편안하게'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와 관련해서도 검사의 직접수사는 줄이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는 강화해야 국민이 편안해진다고 지적했다. 또 표적수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검사의 직접수사 축소는 자체첩보에 의한 수사를 금지하고 1차 수사를 자제하며 검사 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을 없애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지검장은 "끊임없이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검찰은 개혁돼야 마땅하다. 검사 중 누구라도 이런 검찰을 개혁하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제시한 검찰개혁안과 이를 토대로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비판했다.

 

또 윤 지검장은 "개혁의 방법 또한 서구 선진국의 제도를 제쳐두고 굳이 중국의 제도를 그대로 베껴 도입함으로써 검찰의 본질적 기능을 손괴하는 방법을 택한 것은 잘못"이라면서 "검찰이 제 기능을 다 하도록 하는 것이 개혁이지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을 타도하거나 장악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아래는 윤 지검장이 이프로스에 올린 글 전문이다.


[검찰개혁론2]

사법제도를 변경함에 있어서는 가장 신중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
사법제도는 졸속으로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 사법제도는 국민의 인권보장과 직결되는 제도이므로 그 변경은 인간에 대한 정신과 철학에 바탕을 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장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많은 나라들이 사법제도를 개혁함에 있어서 앞서가는 나라들의 사법제도를 각자의 실정에 맞게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따라서 사법제도의 개혁은 반드시 비교법적 고찰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정치논리에 치우쳐서 진행되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 사법제도를 개혁하면서 외국 선진제도를 살피지 않는 것은 눈과 귀를 가리고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시민의 자유와 인권이 고도로 보장되는 서구 선진국들의 사법제도와 관행이 우리의 것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명확히 고찰하되, 선진국 사법제도의 틀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에 우리 검찰제도를 개혁함에 있어서 반드시 참고해야 할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바람직한 검찰개혁의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미 수사권 조정에 대하여 치열한 논쟁이 있었던 사법 선진국들의 논의과정과 그 결과를 참고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하여 홍역을 앓고 있다. 대개는 이를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으로 알고 있는데, 주요 선진국들에서도 과거에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에 관하여 오랜 논의를 거친 후 국가적 합의에 따라 합리적인 검경관계를 형성한 바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와 같이 검사의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제한하거나 박탈함으로써 경찰에 보다 많은 자율권을 주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선진국 중 어떠한 나라도 이러한 결과에 도달한 예는 없다는 것을 먼저 밝혀 두고자 한다.

독일과 일본의 수사권 조정 등 선진국들의 검경관계 형성과정은 우리 검찰개혁에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독일>은 당초 경찰이 치안유지를 하면서 초동수사권에 기한 초동수사와 검사의 보조자로서 행하는 수사를 함께 실시하고 있었는데, 1970~1980년대에 경찰의 수사활동이 확대되면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자적인 수사권을 경찰에 인정해 줘야 한다는 논쟁이 촉발되었다.
이에 따라 '검찰과 경찰의 관계 규정을 위한 공동위원회(Gemeinsamen Kommission fur die Regelung des Verhaltnisses von Staatsanwaltschaft und Polizei)'가 구성되고 이곳에서 마련한 규준에 대한 찬반논쟁 및 검경의 관계설정에 대한 수많은 논의를 거친 후 199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그 동요가 가라앉게 되었다.
그런데, 논의과정에서 오히려 경찰의 비대화와 독자적 수사권 행사가 문제되어 경찰에 대한 검찰의 통제력 확보 문제로 쟁점이 전환되었고, 검사의 수사지휘권(Leitungsbefugnis)을 전제로 하고 그 안에서 경찰의 자율적인 수사권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 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독일은 법률상으로 검사의 수사권, 수사지휘권, 검사의 지시에 대한 경찰의 복종의무(독일 형사소송법 제161조 제1항) 등을 확립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일본>도 1950~1960년대에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해야 하고 검사는 수사에서 손을 떼고 기소와 공판만 수행해야 한다는 ‘공판전담론(公判專擔論)’이 제기되어, 우리와 같은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이에 권력의 분립이란 기소권과 재판권의 분리(규문주의에서 탄핵주의로 발전, 즉 법원과 검찰의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고 수사는 기소를 위한 종속적 개념이므로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할 수 없다는 것과 자유시민의 역사는 경찰에 대한 부단한 감시와 견제의 역사였다는 점에서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수사를 관장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수사호지론(搜査護持論)’이 채택되었다.
결국 일본은 현재 검사의 수사권(일본 형사소송법 제191조 제1항), 일반적 지시권(동법 제193조 제1항), 일반적 지휘권(동법 제193조 제2항), 구체적 지휘권(동법 제193조 제3항), 검사의 지시·지휘에 대한 경찰의 복종의무(동법 제193조 제4항) 등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 이후부터 현재까지 입법자들이 법치국가의 경찰은 사법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오랜 기간 경찰수사의 독자성(autonomie)이라는 이름으로 경찰이 검사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1965년 벤 바르카 사건(모로코 반체제 지도자 Ben Barka가 괴한에 의해 납치되었는데 이후 경찰이 자행한 것으로 판명된 사건)은 경찰에 대한 검사의 통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는 그 이후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친 형사소송법의 개정을 통해 검사의 경찰에 대한 지휘·통제를 거듭하여 강화시켜 오고 있다. 프랑스는 현재 세계적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가장 강력하게 확립되어 있는 나라이다.
프랑스 검사는 현재 자체적인 수사권(프랑스 형사소송법 제41조 제1항)을 가지고 있으며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의 일환으로 일반적 지시와 구체적 지시를 할 수 있다(동법 제12조, 제39-3조 제1항, 제41조 제2항). 경찰은 고등검사장에 의해 개별적으로 자격이 부여된 경우에만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고, 고등검사장은 사법경찰의 직무를 박탈하거나 직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
수사판사가 수사와 수사지휘를 해오던 <오스트리아>는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사가 수사의 마지막 단계인 기소 단계에서야 비로소 필요한 증거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사법의 비효율성으로 1980년대부터 사법개혁에 대한 요구가 있어 왔는데, 2008년 개정 형사소송법에서 수사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검사가 수사권(오스트리아 형사소송법 제91조 제1항, 제103조 제2항)과 수사지휘권(동법 제98조 제1항, 제101조 제1항, 제103조 제1항)을 보유하는 사법개혁을 단행하였다.
아울러 오스트리아는 검사의 지시에 대한 경찰의 복종의무(동법 제99조 제1항, 제103조 제1항)를 인정하였고, 검사와 경찰 간 협력관계를 규정하면서도 상호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검사가 경찰에 지시하고 경찰은 이에 따르도록 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동법 제98조 제1항). 참고로 오스트리아는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헌법에도 규정하고 있다(오스트리아 헌법 제90a조).
불문법과 사인소추(私人訴追)의 전통을 가진 <영국>은 경찰이 수사와 기소까지 담당하다가 1986년에야 검찰제도(CPS)를 도입하였다. 따라서 검찰제도를 논함에 있어서 아직 발전단계에 있는 영국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특히 1986년 이전 영국의 사법제도를 논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영국도 현재는 수사에 있어 검찰의 역할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검사가 경찰서에 설치된 charging advice room(수사조언실)에 상주하면서 경찰수사의 초기단계부터 관여하고 있다.
<미국>도 검사가 수사조언이라고 할 수 있는 advice 또는 counsel 등을 통하여 경찰수사에 관여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은 법률상 수사지휘의 개념은 없으나 경찰이 수사단계에서 검사의 의견에 따르는 관행이 형성된 점에서 보면 수사조언은 사실상 수사지휘라고 보아도 무방하고, 법률로 특별히 검사의 수사권에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

□ ‘수사와 기소의 분리’ 주장이 있으나, 재판권과 기소권을 분리한 서구 선진국들이 기소권과 수사권은 분리하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하면서 제시된 구호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이다. 마치 권력을 분산시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듯 포장되어 있으나, 이는 검사의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제한하거나 박탈함으로써 결국 수사에 대한 법률가의 통제를 없애고 경찰 주도의 수사구조를 만들자는 주장에 불과하다.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서구 선진국들은 법원이 기소와 재판을 모두 수행하던 규문주의에서 재판권과 기소권을 분리한 탄핵주의로 나아갔으나, 수사는 기소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종속적 개념으로 보고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시키지 않았다. 결국 사법관 또는 준사법관인 수사판사나 검사를 수사의 주재자로 삼고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부여함으로써 수사에 미치는 권력의 영향력을 최소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서구 선진국들이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지 않은 이유는, 수사의 종결이라 함은 기소여부, 즉 기소할지 불기소할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이는 기소권자가 행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법경찰은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사에게 기소여부 판단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전건송치주의(全件送致主義)라고 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중국 검찰의 역사를 보면 수사와 기소를 엄격히 구분함으로써 경찰인 공안이 검사의 수사지휘 없이 완벽하게 독자적으로 수사활동을 하고 불기소사건에 대한 종결권을 갖는 것을 넘어서 경찰이 수사의 주도권을 가지는 법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은 서구 선진국들과는 다른 검경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 선진국들이 오랜 논쟁을 거쳐서 검사에게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부여한 것은 검사가 경찰보다 인권의식이 투철하고 수사실력이 뛰어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리고 서구 선진국 경찰이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고 있는 것은 그 나라 경찰이 우리나라 경찰보다 실력이나 자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그것은 수사권을 사법기능으로 분류함으로써 수사에 대한 정치권력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국민생활에 밀접하여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에 대하여 법률가인 검사로 하여금 통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의 기능을 떼어내 경찰에 넘겨주는 것이 개혁이라면 왜 서구 선진국들은 그러한 길을 걷지 않았는지를 곰곰이 새겨보아야 한다.

□ 문화혁명 때 검찰제도를 폐지한 경험을 가진 중국은 서구 선진국과는 다소 다른 검경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1950년대 대약진운동 등을 거치면서 검찰이 법률에 따라 직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특권의식에 기초하여 공산당의 지시나 결정에 항거하는 것으로 이해되었고, 1966년부터 약 10년간 진행된 문화혁명 동안에는 각급 인민검찰원이 차례로 폐지되었으며 1975년 수정된 중국 헌법에서는 “인민검찰원(검찰)의 직권은 공안기관(경찰)에서 행사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검찰제도가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문화혁명이 끝나면서 대중노선에 의한 인민재판으로 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처벌을 받았다는 반성과 함께 현대적 사법제도와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실감한 중국은 1978년 헌법을 수정하여 인민검찰원 재건 등 사법제도를 복원하였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아직 서구의 검찰제도와 많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수사는 기소를 위한 종속적 행위로 보는 까닭에 수사와 기소의 분리 개념이 없고,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로서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며 경찰은 수사종결권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중국은 수사와 기소에 확실한 구분을 둠으로써 수사의 주도권이 경찰인 공안에 주어져 있고(중국 형사소송법 제3조, 제19조), 검사의 주된 역할은 수사보다는 기소심사로서 그 수사권은 직권이용 인권침해범죄 등 일부 범죄에 한정되어 있다(동법 제19조). 그 외 중국의 공안은 기소의견인 사건만 검찰에 송치함으로써(동법 제162조) 불기소사건에 대한 수사종결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검사는 공안에 대한 수사지휘권 없이 송치 이후 기소심사 중 공안에 보충수사(補充搜査)를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동법 제175조).
이러한 중국의 형사소송법 내용은 우리 정부가 제시한 검찰개혁안으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개혁 법안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 공수처 도입에 앞서 해외 공수처 원형제도의 문제점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공수처의 원형으로 볼 수 있는 기관은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CPIB), 홍콩의 염정공서(ICAC), 인도네시아의 부패근절위원회(KPK), 대만의 염정서(AAC)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의 유사점으로는 검찰제도가 미약했던 영연방 도시국가이거나 우리나라가 굳이 모델로 삼을 만한 나라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우리나라의 공수처 도입론자들은 위 기관들에 대하여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공수처 법률안 제안이유에 “홍콩 염정공서, 싱가포르 탐오조사국은 공직자 비위근절과 함께 국가적 반부패 풍토 조성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을 정도 이다. 그러나 위 기관들은 그 화려한 명칭에 비하여 공직비리 수사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실적은 실망스럽고 그 폐해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싱가포르> 탐오조사국은 기소사건의 90%가 민간부문으로 공직부패 전담 수사기관이라는 것이 무색하고, 자체비리와 정부 비판인사 탄압 등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홍콩> 염정공서는 불법감청, 감시, 미행 등 사찰 수준의 불법적 수사방법으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고, 활동의 대부분이 민간에 치우쳐 있어 부패혐의로 기소되는 공무원은 연간 3~4명에 불과하다.
<인도네시아> 부패근절위원회는 영장 없는 감청권한을 개인용도에 남용하여 물의를 빚기도 하였고, 특히 경찰과 수차례에 걸쳐 부패척결과는 무관하게 ‘도마뱀 대 악어 케이스’라고 일컬어지는 소모적인 갈등과 충돌을 벌이기도 하였다. <대만> 염정서는 법무부 산하에 설치되어 있고 염정서장은 모두 검사 출신으로 임명되었으며, 염정서 수사관들은 검사의 지휘를 받고 검찰에서 기소권을 행사하므로 공수처와는 거리가 멀다.

□ 공수처를 예측하려면 최근 출범한 중국의 공수처(국가감찰위원회)에 대한 평가도 참고해야 한다.
공수처와 관련하여 눈여겨 볼만한 국가로 중국이 있다. 소규모 국가에만 존재하는 공수처 유사기관이 최근 중국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8년 3월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차 회의에서 공직자에 대한 심도 있는 반부패 작업을 펼치기 위하여 ‘중화인민공화국 감찰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국가감찰위원회(중국 헌법 제67조 제6항에 따르면 최고인민법원, 최고인민검찰원보다 서열이 앞서는 기관임)는 공직자 등 특정범위의 사람들에 대하여 압수수색, 재산조회 및 재산동결, 인신구속(최대 6개월 유치), 심문 등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었다(중화인민공화국 감찰법 제21~25조).
검찰 등 기존의 사정기관이 존재함에도 별도의 수사기관이 공직자 등 공무를 수행하는 특정범위의 사람들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중국 국가감찰위원회는 우리나라에서 추진 중인 공수처와 많이 닮아 있다. 다만 기소권은 인민검찰원에 귀속되어 있어 기소권은 보유하지 않은 점이 다소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감찰위원회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선출되고(동법 제8조) 행정기관 등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한다고(동법 제3조) 규정하여, 우리나라에서 제안된 공수처보다 정치적 독립성이 있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부패척결을 명목으로 한 효율적인 정적 제거 등 최고 통치권자인 주석의 권력 공고화와 장기집권에 기여하고 있다는 언론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국가감찰위원회로 인하여 중국 검사의 수사권은 그나마 부패범죄, 독직범죄 등에 대하여 일부 보유하고 있던 것마저 폐지되고 직권이용 인권침해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 행사하는 것으로 극히 축소·제한되게 되었다.

□ 공수처는 검사비리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위와 같은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공수처는 공직자 부패척결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고 오히려 다른 목적에 활용될 가능성이 많은 제도이다. 게다가, 공수처가 기존 검찰보다 권력에 대한 수사를 더 잘 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더 잘 지킬 수 있다는 것은 막연한 희망에 불과하다.
따라서 공수처에 의미가 있다면 검사의 범죄에 대하여 검찰이 수사하는 경우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비판을 불식시키는 정도일 것이다. 검사비리에 대하여 그간 4차례 특임검사가 발동되어 수사대상이 된 검사를 모두 구속하는 등 엄정한 처리가 있었던 반면, 특정사건에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검찰에서 검사를 구속하는 경우에도 ‘제 식구 감싸기’ 비난은 끊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검사의 비리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다루기 위해 공수처가 필요할 수는 있다고 본다. 다만, 외국에서도 검사가 뇌물을 받고 사건처리를 해주는 등 검사의 비리에 관하여 종종 보도되고 있으나, 이를 이유로 검사로부터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고 제3의 수사기관을 설치하는 등 검찰제도를 근본부터 뒤흔들어 변경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검사의 비위로 제도개선까지 이루어진 예로는, 2012년 오사카지검 특수부 검사가 후생성 국장을 기소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사건이 있다. 이에 일본은 검찰제도개혁위원회를 발족시켜 3년에 걸친 개혁방안을 연구하였는데, 검찰제도의 근본을 바꾼 것이 아니고 검찰의 특수수사에 대한 검찰의 내부적 통제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즉 검찰 특수수사에 대하여 고등검찰청 검사장의 승인을 받는 방안(종적 통제)과 공판부 검사를 총괄심사관으로 지정하여 점검하는 방안(횡적 통제)을 마련하는 개혁을 이루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검사의 비리에 대해서 경찰도 수사할 수 있고 특별검사를 발동할 수도 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 경찰이 검사를 수사하는 경우 해당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지휘를 포기하는 방안과 검사비리에 대한 특별검사 발동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법과 제도의 역사를 달리하는 중국의 사법제도를 우리의 검찰개혁안으로 제시한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좋은 사법제도가 인권 선진국을 만든 것인지, 인권 선진국이기 때문에 좋은 사법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어쨌든 높은 인권수준을 구가하고 있는 서구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제도가 있다면 그것은 다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검찰제도는 서구 선진국들의 제도와 동일한 틀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을 개혁한다고 하면서 굳이 법과 제도에 있어서 서구 선진국들과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진 중국의 제도로 변경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서구 선진국들의 제도와 관행 중 같은 점은 유지해야 하고, 다른 점을 찾아내서 그것을 개혁해야 한다.

□ 검찰은 개혁되어야 하고, 그 개혁은 올바른 방향(권력자는 불편하게, 국민은 편안하게)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검찰은 그간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하여 권력자에게는 충성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름으로써 국민에게는 불편을 주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것이 서구 선진국 검찰의 모습과 다른 우리 검찰의 모습이다. 이러한 이유로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 되었다면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검찰개혁을 제대로 하자면 “권력자는 불편하게, 국민은 편안하게” 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간 검찰은 권력의 요구에 저항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권력에 영합하는 모습을 띄기도 하였다. 검사들이 권력에 굴복하고 시류에 맞추어 행동한 점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정치적 중립의 문제를 더 이상 검사 개개인의 양심과 용기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제시된 검찰개혁안과 같이 권력의 영향력은 그대로 둔 채 검찰권만 약화시킬 경우 개혁은커녕 힘 빠진 검찰의 정치 예속화는 더욱 더 가중될 것이다. 거악척결이라는 검찰 본연의 임무는 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권력의 비리를 수사할 때 대단한 검사가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검사가 소박한 용기만 가져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권력의 눈에 벗어난 검사들이 과오에 대한 규명 없이 인사권의 행사에 따라 함부로 쫓겨나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어야 하고, 권력에 충성하는 검사들을 줄 세우는 일도 막아야 한다. 물론 잘못이 있는 검사는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징계, 탄핵 또는 처벌을 받으면 될 것이다.
검사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다 제한하고 검찰을 통치수단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즉 검찰이 권력의 상대방에게는 칼이 되고 권력 자체에는 방패가 되는 불합리에서 벗어나 누구에게나 공정한 검찰이 되어야 한다. 이로써 권력자에게는 좀 더 불편한 방향으로 검찰이 개혁되는 것이 제대로 된 검찰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검찰에 대한 통제방안이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검찰에 대한 통제는 인사권과 각종 보고·지시 등 행정권력에 의한 통제가 주요 부분을 이루고 있으나, 입법부와 사법부에 의한 통제, 그리고 국민에 의한 직접 통제가 좀 더 이루어질 수 있는 해외 입법례가 연구되어야 한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사법평의회를 통하여 판사나 검사에 대한 중립적인 인사를 시행하고 있고, 독일의 경우 연방검찰총장의 임명에 상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사법 선진국 중에도 검찰총장의 법정임기가 있는 국가와 없는 국가가 있으나, 대부분 3~7년 정도의 장기재직이 일반적인 예이다. 검찰개혁을 논함에 있어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이러한 선진국들의 사례도 참고해 보는 것이 좋겠다.

□ 검사의 직접수사는 줄이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는 강화해야 국민이 편안해 진다.
수사는 그 자체가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의 위험한 행위이므로 사법 선진국들은 수사를 사법기능으로 보고 있다. 이에 수사를 행정공무원인 경찰의 영역에 두지 않고 법률가로서 특별한 자격을 가진 수사판사나 검사, 즉 사법관이나 준사법관(이에 프랑스는 판사를 ‘앉아있는 사법관(magistrat du siege)’, 검사를 ‘서있는 사법관(magistrat debout)’이라고 한다)을 수사의 주재자로 삼고 경찰 중 일부를 사법경찰로 임명하여 수사판사나 검사를 보조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검찰은 다른 선진국 검찰에 비하여 가장 강력한 국가권력 중 하나인 수사권을 직접적으로 과도하게 행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직접수사는 검사의 객관성 상실, 검사의 직접적인 인권침해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므로, 필자는 첫 번째 검찰개혁론에서 검사는 직접수사를 최대한 자제하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에 집중하여 유럽의 검찰선구자들이 주장했던 ‘팔 없는 머리(Kopf ohne Hande)‘로 돌아가자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 경찰은 검사의 사전통제를 거의 받지 않고 98% 이상의 사건을 자율적으로 개시, 진행하고 있다. 특히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동안 잘못된 수사권 조정의 결과로 거의 사문화가 된 상태이다. 송치 전까지 경찰이 어떤 수사를 하고 있는지 검사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광범위하게 자율성이 인정된 경찰의 수사에 대하여는 수사지휘권을 복원하는 것이 오히려 시급하다. 경찰은 국민생활에 밀접하여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검사의 수사지휘를 없애거나 줄이는 것은 국민에게는 이롭지 못한 것이다.

□ 검사의 직접수사 축소는 자체첩보에 의한 수사를 금지하고, 1차 수사를 자제하며 검사 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을 없애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검사의 직접수사 축소는 자체첩보에 의한 기획수사를 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검사가 정보력을 가지고 범죄를 찾아다니는 방식의 수사를 해서는 안 되고, 아울러 권력의 의지나 요구에 따라 수사권이 발동되는 것을 막는 방법도 강구되어야 한다. 그리고 검찰에 접수된 사건도 가급적 경찰에 수사지휘를 함으로써 검사가 1차 수사로 인해 가질 수 있는 오류를 줄이고 경찰 수사과정에 대한 사법통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검사의 직접수사가 꼭 필요하다면 경찰이 실패했거나 경찰이 나서기 어려운 정도의 수사에만 국한하여 시행하는 것이 좋겠다. 검찰의 직접수사는 특별검사가 발동되는 빈도로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치권, 언론, 일부 학계에서 대한민국 검찰은 세계에 유래가 없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비교법적 고찰을 전혀 하지 않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우리 검찰이 다른 나라 검찰에 비하여 법률상 특별히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사권, 수사지휘권, 기소권을 행사하는 기관이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검찰인 것이다.
우리 검찰과 선진국 검찰이 다른 점은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검사들이 과도하게 직접수사권을 행사하는 관행에 있다. 결국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의 수사권을 법률상 인정하면서도 검사의 직접수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인데, 그 방법도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검사들이 직접수사에 매달리는 주요원인은 검사 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에 있다고 본다. 자백은 증거의 여왕으로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조서만큼 매력적인 수사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검사 작성 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입법례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검사 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을 배제하자는 주장에 대하여 우리 검찰 구성원 중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로서 선진국 검찰처럼 우리 검찰이 직접수사를 줄일 수 있으며 검찰의 객관화와 공정화를 담보할 수 있다면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 수사과잉 현상과 검사의 과도한 정의감은 국민에게 해악이다.
절대군주의 전횡과 군중의 분노에 대하여 뜨거운 용기와 차가운 이성으로 인권을 수호하고자 했던 것이 근대 법률가들의 사명이었다. 오늘날도 법률가, 특히 검사는 권력으로부터, 또 여론으로부터 독립하여 인권보장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
권력과 여론에 의해 표적이 된 사람에 대하여 권력과 여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의 전 생애에 대해 뒤지는 방식으로 수사하는 것은 더 이상 정의가 아니며, 법률가의 역할도 아니다. 마땅히 받을 만큼의 처벌만 받게 하는 비례성과 상당성이 정의이다. 이를 잃은 검사의 행위는 군중에 의해 광장에 끌려나온 가련한 인간에게 돌팔매질을 대신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
현재 대한민국은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도 사법의 광장으로 끌려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 포토라인에 의한 인격살인, 가혹한 압수수색, 끝없는 별건수사, 무리한 법리적용 등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고, 한편으로는 국가와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수사를 통해서 해결되는 수사과잉의 후진적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국민의 일상생활과 사회현상에서 자율이 고도로 숨 쉴 수 있도록 수사기관 특히 검찰은 필요최소한만 개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 검사들 사이에 “열 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기더라도 한 명의 범인도 놓치지 않겠다”는 과도한 정의감이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는 법을 공부하면서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법언을 배웠다. 과도한 정의감을 줄여줄 이러한 정신은 검사가 직접수사를 하기 보다는 객관적 거리를 두는 수사지휘를 통해서 구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자 한다.

□ 검찰개혁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진정한 개혁을 원할 뿐이다.
끊임없이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검찰은 개혁되어야 마땅하다. 검사 중 누구라도 이런 검찰을 개혁하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개혁의 종착점은 검찰이 권력의 예속에서 벗어나 국민의 권익을 보장하는 기관으로 거듭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검찰로 귀결되어야 한다.
그러한 면에서 정부에서 제시한 검찰개혁안과 이를 토대로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 결국 인권보장을 위한 검찰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정치 예속화라는 검찰의 역기능은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혁의 방법 또한 시민의 자유와 인권이 도도히 흐르는 서구 선진국의 제도를 제쳐두고, 굳이 우리와 다른 길을 걸어온 중국의 제도를 그대로 베껴 도입함으로써 검찰의 본질적 기능을 손괴하는 방법을 택한 것도 잘못이다. 우리는 지금 검찰이 통치의 수단으로 남을 것이냐, 국민의 인권옹호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검찰이 제 기능을 다 하도록 하는 것이 개혁이지,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을 타도하거나 장악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방향을 틀고 제대로 된 검찰개혁을 해야 할 것이다.


2019. 6. 10. 

 

전주지방검찰청 검사장 윤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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