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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시대일수록 법률가의 윤리 더욱 중요”

한국 헌법학자 대회서 제기

갈등과 혼란의 전환시대일수록 사회적 합의가 힘들기 때문에 법적 판단의 엄정성을 추구하는 법률가 윤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헌법학회(회장 문재완)는 한국법제연구원(원장 이익현), 한국외대 법학연구소(소장 전학선)와 함께 7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대 법학관에서 '2019 한국 헌법학자 대회'를 개최했다.

 

양건 전 감사원장은 '전환시대의 헌법과 헌법학'을 주제로 기조발표하면서 "영국의 브렉시트 문제는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제도적 딜레마를 단적으로 드러낸다"며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지 3년여가 지나도록 탈퇴 조건에 관한 영국정부와 EU의 협상안은 영국 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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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늘의 민주주의는 타협과 조정에 의한 합의의 추구가 아니라 정치적 경쟁자를 적대자로 보고, 적대자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이른바 '반대민주주의'"라며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안의 결정을 대중적 결정에 맡긴 후 의회정치는 그 뒷처리를 감당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 연방대법관을 지낸 올리버 웬델 홈즈(1841∼1935)는 판사들에게 이익형량을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할 수 있도록 통계학과 경제학 공부를 추천하기도 했다"며 "법의 본질은 이익에 있으니 재판을 비롯한 모든 법적 판단에서 서로 충돌하는 이익들의 수량화 또는 계량화가 필요하고 다양한 종류의 이익 가운데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이익은 경제적 이익이라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아가 "최근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낙태죄 사건에서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사생활의 권리를 화폐가치로 환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저는 답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재판의 궁극은 이익형량인데 저울질이 객관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아 '법학은 허학(虛學)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갈등과 혼란의 전환시대일수록 법의 토대인 사회적 합의가 힘들기 때문에 엄정한 이익형량은 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럴수록 법적 판단의 엄정성을 추구하는 법률가 윤리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법학이 수준 높은 독자적 학문성을 확보하자면 종래의 좁은 시각을 넘어 다른 모든 학문의 폭넓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넓고 깊은 관련 학문의 토대 위에 설 때 헌법학은 '종합적 실천학문'으로서의 존재의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토론에서 "다수의 합의만 있으면 내용이 무엇이든 법이 되고, 법을 통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법인식이 입법만능주의"라며 "경제문제를 비롯해 모든 사회적 문제는 잘못된 헌법과 여기서 파생된 입법 남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무엇이 법이어야 하는가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고 그 대답으로 '법의 지배'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며 "법의 지배에서 법의 본질은 사익과 공익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이 밖에도 '현대 입헌주의의 발전과 한국 헌법학의 과제'를 대주제로 44명의 헌법학자들이 △헌법이론과 헌법방법론 일반 △권력구조 일반 △헌법과 정치개혁 △헌법과 체제변화 △헌법과 사법개혁 등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했다.

 

올해 처음 열린 헌법학자 대회는 헌법학계 최대 규모의 학술대회로 해마다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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