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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사건 특수성 고려… '노동법원' 설치해야"

신인수 변호사 등 '노동법원 설립 국회 토론회'서 주장
정부·재계는 노동법원 도입에 다소 회의적 입장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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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우리나라에도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처럼 노동사건을 전담하는 '노동법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행정구제절차와 민사구제절차를 일원화해 노동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사건 재판에 노사전문가를 참여시켜 노동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신인수(47·사법연수원 29기)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법원 설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노동위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동위원회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노동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무지와 무배려, 이원적 권리구제의 비효율성이라는 근원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사진>.


우리나라의 노동분쟁 해결 절차는 노동관계 관련 판정·조정 업무를 수행하는 준사법적 행정위원회인 '노동위원회'와 '법원' 단계로 이원화된 구조다. 노동사건은 통상 노동위의 판단을 먼저 거치게 되는데, 당사자가 노동위 판정에 불복하면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간다. 외국의 경우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은 노동법원을 도입한 반면, 미국과 일본 등은 우리나라처럼 일반법원에서 노동사건을 담당하되 노동위가 부당노동행위구제 신청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신 변호사는 '노동법원 쟁점과 도입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현재 노동분쟁 해결 절차가 이원화돼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노동위-중앙노동위-법원 3심 등 '사실상 5심제'를 거쳐야 해 노동자의 권리 구제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은 법관들의 순환보직으로 인해 노동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시민법 원리에 따라 부당한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다"며 "노동위는 노동법률 전문가의 참여 없이 결정하는 경우가 있어 법률적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19세기 시민법의 형식적·기계적 평등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노동법이 등장한 것처럼, 노동사건의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며 사건 당사자인 노사 대표가 참심관으로 재판에 직접 참여해 의결권까지 행사하는 '참심형' 노동법원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직업법관의 재판 참가를 허용할 경우 헌법상 '법관에 의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직업법관이 재판장으로서 재판 진행을 주도하고, 참심관의 의견이 갈릴 때 직업법관이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돼 위헌 소지가 없다"며 "참심관에게 의결권 없이 의견 제시권만 인정하는 '준참심형'의 경우에는 더더욱 위헌 소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병욱(40·37기) 변호사도 "부당해고 관련 사건은 중노위나 민사소송으로, 부당노동행위나 쟁의행위 사건은 지노위로 가는 식으로 많은 노동사건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보니 노동자들이 우왕좌왕하다가 권리 구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동법원으로 창구가 일원화되면 신속성과 경제성, 전문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 추천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최현희(49·26기) 변호사의 경우 노동법원 설립에는 찬성하면서도 참심제 도입에는 반대 의견을 냈다. 최 변호사는 "참심관이 합의에 관여하는 경우 위헌 논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참심관이 법관과 동일한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 국민적 합의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준참심제 정도가 적당하다"고 했다.


반면 정부와 경영자 측 관계자는 노동법원 도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근로자가 변호사를 선임해 법원에 접근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사실 어렵지만, 노동위는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다"며 "분쟁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위가 근로자에게 훨씬 쉽고 간편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노동위에 접수되는 부당해고 사건이 연간 1만3000건 가량인데, 95%는 노동위 단계에서 종결되고 5% 정도만 행정법원으로 가고 있다"며 "이는 노동위가 충실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참심형 노동법원이 도입되면 법원 재판에서 오히려 노사 간의 새로운 갈등의 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노동법원을 만드는 것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승헌 고용노동부 사무관 역시 "노동위는 사회적 보호 필요성이 있는 근로자들에게 저비용으로 신속한 권리 구제 절차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지노위와 중노위 처리 기간은 각각 2개월이 원칙일 뿐만 아니라 임금 250만원 미만 근로자에게는 무료로 대리인을 선임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노동법원이 설립될 경우 노동위가 갖고 있는 신속성, 간이성, 저비용 등의 장점이 담보돼야 하는데, 법원 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이 어려워 신속성 등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동법원 도입은 노무현정부 시절 사법제도개혁추진위에서 검토된 이후 지난 18·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실질적 논의 없이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지난 2017년 5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참심형 노동법원 신설을 골자로 하는 노동소송법 제정안을 포함해 관련 법안 10건을 발의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 회부된 이후 단 한 번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사법개혁 관련 공약으로 "'새 시대에 적응하는 법원'을 목표로 노동법원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토론회는 김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조응천(57·18기)·한정애 의원, 전국공무원노조가 공동으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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