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대법원, 법원행정처

(단독) 대법원, ‘퇴직금 없음’ 약정한 로펌대표에 벌금 확정

채용 때 지급 않기로 합의했더라도 강행법규 위반

직원을 채용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퇴사할 때 법정기한 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로펌 대표가 벌금을 물게 됐다. 이 로펌 대표는 직원이 사전에 퇴직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합의는 강행규정 위반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변호사나 사무직원을 고용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거나 임금과 퇴직금 지급과 관련해서도 골탕을 먹이는 일부 악덕 로펌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로펌 대표변호사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9도2625).

 

153339.jpg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로펌에서 1년 2개월가량 근무한 B씨의 퇴직금 310여만원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다른 근로자 C씨와 2016년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임금의 구성항목이나 계산방법, 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등의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 즉 근로계약서를 작성·교부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B씨와는 퇴직 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해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은 "구체적인 퇴직금 청구권은 근로관계가 끝나는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발생한다"며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에 위반돼 무효"라고 밝혔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4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효력 없는 약정 내세워

퇴직금 지급 거절에 ‘경종’

 

그러면서 "사용자가 사법상 효력없는 약정을 내세워 퇴직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는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 볼 수 없다"며 "A씨의 주장처럼 설령 근로자와 퇴직 전 퇴직금을 지급받지 않기로 합의했다 하더라도 이는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부 로펌에서는 직원 뿐만 아니라 어쏘 변호사들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채용 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법원이 이 같은 악습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구직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구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로펌의 노동전문 변호사는 "근로자의 퇴직금을 나눠 매달 월급에 포함시키거나, 마지막 달인 12월에 월급의 2배를 주는 경우, 또는 연말정산 환급일이 포함돼 있는 2월에 1달치 월급을 추가하는 경우 등 근로자가 재직 중에 사용자와 퇴직금을 받지 않기로 합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모두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라고 설명했다. 또 "대법원은 근로자가 퇴직금 명목으로 미리 받은 돈은 부당이득이 된다고 봐 사용자에 반환해야 한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린 바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구직자들 불안심리 이용한 구태 사라져야”

 

201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7다90760)은 '퇴직금을 임금과 함께 매월 분할지급하는 약정은 무효이고, 퇴직금 명목으로 매달 지급한 돈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대법원은 "퇴직금은 본질적으로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니는 것으로 퇴직금의 지급청구권은 퇴직금 중간정산이 유효하게 성립하는 경우가 아닌 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며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했다면 이는 강행법규에 위배돼 무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약정에 의해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돈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아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돈을 사용자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