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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군사법원

"'피공탁자 인적사항 기재 의무' 공탁규칙은 위헌" 헌법소원

대법원 '공탁규칙' 제20조 2항 5호 헌재 심판대에

공탁서를 작성할 때 피공탁자의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반드시 기재하도록 한 대법원 규칙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구속피고인 A씨와 A씨 변호인인 나승철(42·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는 지난 20일 "공탁을 할 경우 피공탁자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해야 하는 공탁규칙 제20조 2항 5호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12월 A씨는 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폭행 관련 합의를 위해 나 변호사를 통해 피해자 국선변호인에게 합의를 제안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폭행 부분 합의와 공탁을 위한 정보 제공을 모두 거부했다. 결국 A씨와 나 변호사는 "공탁할 때 피공탁자의 성명과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도록 한 공탁규칙 때문에 공탁조차 하지 못하고 변론을 종결해야 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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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나 피해 보상을 위한 공탁 여부는 양형에 반영되기 때문에 피고인과 변호인에게는 방어방법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공탁규칙은 피고인과 변호인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제약해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변호인의 피구속자를 조력할 권리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구속 피고인인 A씨에게는 조금이라도 감형받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공탁규칙은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면 공탁할 수 없도록 해 공탁을 통한 감형이 불가능해졌다"며 행복추구권 침해도 주장했다.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나 피해보상을 위한 공탁 여부는 양형에 반영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현재 시행중인 양형기준은 성범죄나 살인·강도범죄 등의 사건에서 가해자의 '상당 금액 공탁', '진지한 반성' 등을 감경요소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상당 금액 공탁'이란 '피해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상당한 금액을 공탁한 경우'를 의미한다. 성범죄의 경우 상당 금액 공탁 여부는 집행유예 참작사유에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공탁을 하기 위해서는 공탁서에 피공탁자(피해자)의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사공탁은 피공탁자의 인적사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반면, 형사공탁의 경우 피공탁자인 피해자가 성범죄 피해자이거나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 의해 보호되는 경우 익명처리되기 때문에 인적사항을 알기 어렵다.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아내 합의를 종용하거나 협박하는 등 가해자에 의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이지만,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는 경우 피해자 인적사항을 몰라 공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나 변호사는 "피고인의 경제사정이 넉넉지 못한데 피해자가 합의금으로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 공탁은 감형을 받기 위한 매우 중요한 방어방법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가장 흔하게 사용돼 왔던 방어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피해자의 인적 사항이 익명처리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혹은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피고인 및 변호인이 공탁할 수 없게 된다"며 "이는 형사사건에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 인적사항 없이도 형사공탁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피공탁자(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모르더라도 사건번호 등으로 특정해 공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본보 2019년 2월 25일자 1면 참조>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더라도 사건 담당 법원과 사건번호 등 일정한 정보를 활용해 가해자가 형사공탁을 할 수 있도록 법률에 '형사공탁 특례' 규정을 신설하기 위한 공탁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2017년 5월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같은해 10월 자유한국당 곽상도(60·15기) 의원이 발의한 법안 등 2건인데, 내용은 비슷하다.

 

법사위 검토보고서는 두 법안에 대해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피해 회복을 위하는 동시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사죄를 표할 기회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지난해 9월 1소위에서 한 차례 논의된 이후 후속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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