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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변호사회

“전문성 갖춘 ‘강소로펌’ 육성… 경기법조계 도약 발판으로”

창립 40년 맞은 경기중앙변호사회 이정호 회장

"지금은 경기도의 법률사무소와 서울의 대형로펌을 비교하면 일부 분야에서 역량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장기적 안목으로 전문성을 갖춘 강소로펌을 키워 낸다면 5년, 10년뒤에는 서울의 대형로펌들과 견줄 수 있을 것입니다."

 

20일 광교 법조타운에 새로 마련된 변호사회관에서 만난 이정호(60·사법연수원 27기·사진)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장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는 경기중앙회의 미래 청사진을 설명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3월 수원고등법원이 신설된 후 경기도 법조계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고등법원 신설에 따라 경기남부 지역 변호사업계가 호황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터져나왔지만 사건들이 결국 서울의 대형로펌 등에 쏠려 경기가 오히려 위축될 것이라는 근심도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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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줄곧 '머지않아 수원에 고등법원이 생길 것이니 그때를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끊임없이 지역 변호사들이 실력을 키우고 스스로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이제는 '아는 사람', '같은 지역 변호사'라고 해서 사건을 맡기는 시대가 아닙니다. 실력을 바탕으로 의뢰인에게 신뢰를 주어야 합니다. 규모에서 밀린다면 특성화를 이뤄 대형로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부띠크 펌으로 발전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규모에서 밀린다면

특성화·실력으로 활로 찾아야

 

경기남부에는 규모가 큰 '중량급' 법무법인이 없다. 최근 김인욱(65·15기) 전 인천지법원장을 영입한 법무법인 마당 정도가 소속 변호사 10명 안팎으로 지역에서는 가장 크다. 이 회장은 경기도의 산업 구조와 지리적 특성을 고려할 때 변호사들의 특성화 분야로 기업법무와 행정사건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남부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서부터 근로자 3명 미만의 공장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공단이 밀집해 있습니다. 최근에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IT·스타트업 기업 비율도 크게 늘고 있지요. 기업들의 업태가 다양하다보니 기업사건을 세분화해 다루면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또 경기도는 19개의 시·군으로 구성된 도농(都農) 복합지역입니다. 신도시부터 산촌(山村)까지 다 있습니다. 저도 행정심판위원, 토지수용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면서 많은 행정·부동산 사건을 경험했는데, 그 종류와 질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함께 행정심판위원회에서 활동하던 로스쿨 출신 변호사 한 분은 이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서울에 있는 로펌에 스카웃 될 정도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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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회원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비전도 내놨다. 학회모임 지원, 전문강좌 개설 등 학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회원 상호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급 규모 이상의 사건을 수임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는 복안이다.


학회모임 지원·전문강좌 개설 등

학술인프라 구축


"현재 변호사회 내에는 증거조사연구회, 조세법학회, 지적재산권학회 등 10개의 학술동호회가 있습니다. 회장 취임 후 누구든지 요건을 충족하면 학회를 만들 수 있도록 장려했지요. 새 회관에 1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강의실을 완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습니다. 필요하다면 강사비도 지원합니다. 당장 다음달 18일부터 특허관련 강좌가 매주 3시간씩 4회에 걸쳐 진행되고, 하반기에는 기업회생, 조세, 지적재산권 강좌도 개설할 계획입니다. 함께 연구하는 학회원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관련 사건을 수임하고 승소를 이끌어낸다면, 시장에서 큰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르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내실있는 활동이 쌓이고 쌓인다면 지역 변호사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인큐베이팅(Incubating)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변호사의 생존은

지역사회와의 공존과 연대에 달려

 

1979년 수원변호사회로 출발한 경기중앙회는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대전·대구·부산·광주변호사회와 비교할 때 후발주자에 속한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을 거듭하며 현재는 전국 2위 규모의 변호사회로 당당하게 자리매김 했다. 1000여명의 회원 가운데 3분의 2가 10년차 미만의 '청년변호사'로 구성된 젊은 변호사회라는 점도 특징이다. 또 산학연계가 잘 이뤄져 있어 지역 로스쿨인 아주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유입률이 매년 로스쿨 정원 대비 20~30%를 웃돈다. 지방회 차원에서는 높은 수치다. 서울회를 제외하면 지방 거점 로스쿨 졸업자의 해당 지역 변호사회 가입률은 통상 10% 안팎에 불과하다. 청년변호사가 많다보니, 변호사회도 이들의 처우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청년변호사들은 일할 수 있는 기회,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보니 여러 공공·민간기관에 법률자문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무료상담·변론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이 중에는 실비조차 지급하지 않은 채 필요한 노동력만 끌어다 쓰는 곳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제는 회 차원에서 각 기관에 합리적인 리걸피(legal fee) 인상을 요구할 생각입니다. 무료봉사가 필요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은 철저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직역확대 방안도 고민 중입니다. 저는 '입법 분야'를 새로 개척해야 할 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송무가 법 해석에 치우친 전통적인 영역이라면, 입법은 아이디어가 많은 젊은 법률가들이 활약할 수 있는 블루오션입니다. 우리 회에서도 최세명(36·변호사시험 5회) 변호사가 지난해 도의회에 진출해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입법 활동을 통해 국민들을 위한 좋은 법안을 만들어 내는 것도 변호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기적 무료법률상담

어려운 청소년 지원도 확대

 

이 회장은 앞으로 변호사의 생존은 지역 사회와의 공존과 연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주민을 위한 봉사와 헌신이 궁극적으로는 '변호사 직역수호'와 '사법서비스 이용 확대'라는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부터 2년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직역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인접직역 종사자와 갈등을 빚을 때 변호사들이 아무리 맞는 주장을 해도, 국회나 언론 등 외부에서는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동안 변호사들이 우물 안에 갇혀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소홀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민들과 연대를 다지기 위한 활동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경기도청과 수원역에서 매일 실시하는 무료법률상담은 물론이고, 회원 60명이 지난 20년간 1대 1 결연을 맺은 저소득 청소년들에게 매달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시작한 기부운동인데, 벌써 누적금액이 15억원가량 됩니다. 이러한 봉사가 지역사회에 낙숫물처럼 쌓여야 나중에 변호사들이 힘들 때 국민들이 우리편이 되어줄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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