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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방청인에 "주제넘는 짓" 발언… 인권위, 시정권고 했지만

법원, "재발방지 대책 수립" 권고는 수용… '판사 주의조치'는 불수용
인권위,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 벗어난 언행은 인격권 침해" 지적

판사가 재판 중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증거자료를 제출했던 방청인을 불러세워 수차례 "주제 넘는 짓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인권위가 '인격권 침해'라며 해당 판사에 대한 주의조치를 권고했지만, 법원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법원은 다만 "판사의 법정 언행 개선을 위한 제도·정책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판사가 법정 방청객에게 인격권을 침해하는 언어적 표현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해당 판사에 대한 주의조치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 시행을 권고했지만, 현재 해당 판사가 소속된 수원지법원장은 '불수용' 입장을 알려왔다"고 22일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위 권고를 받은 관계기관장이 권고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인권위에 통지하도록 하는 한편 인권위가 통지 내용을 공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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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해 12월 인권위는 A대학 김모 교수가 "재판을 방청하던 중 판사의 모욕적인 발언으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재판장이었던 김모 부장판사를 상대로 낸 진정에 대해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당시 김 부장판사가 소속된 수원지법원장에게 김 부장판사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릴 것을 권고하는 한편, 사건이 일어났던 B지원을 관할하는 광주지법원장에게는 소속 판사들이 법정에서 피고인 등 국민에 대해 인격권을 침해하는 언어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수원지법원장은 "해당 발언은 판사의 재판진행과정에서 나온 말로, 재판절차에서 허용되는 소송지휘권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법정언행이나 재판진행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법관의 법정언행은 '재판'의 범주에 포함된다"며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광주지법원장의 경우 "해당 법관의 법정 언행은 재판의 범주에 포함되고, 이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진정 각하사유에 해당한다"면서도 "광주지법은 그 동안 사법행정의 일환으로 지속적인 법정모니터링, 재판진행 컨설팅 등을 통해 소속 법관들의 법정 언행이 적정하게 구현되도록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법정 언행 개선을 위해 제도·정책을 지속하겠다"며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재판장인 김 부장판사가 형사소송법상 증거절차를 지키려는 목적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 우려가 있는 김 교수의 행동을 제지하고자 했다고 하더라도, 통상 '주제 넘는 짓(행동)을 한다'는 말은 어른이 어린 사람을 나무라는 표현"이라며 "40대 후반인 김 부장판사가 50대 후반인 김 교수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이 같은 표현을 한 것은 김 교수의 사회적 평판이나 자긍심 등 자존감을 훼손한 것"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특히 "당시 같은 장소에 있던 학생이나 중년의 일반인이 김 교수의 피해감정에 공감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법관의 소송지휘권 행사도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김 부장판사의 발언은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나 김 교수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법원의 불수용 사실을 공표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17년 6월 광주지법 산하 B지원에서 열린 A대 총장에 대한 형사재판 공판기일에 방청인으로 참석했다. 당시 A대 총장은 교비회계 관련 배임죄와 여성 교수 등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됐는데, 김 교수는 총장에 대한 처벌 탄원서와 함께 총장에게 불리한 내용의 증거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한 상태였다.

 

인권위에 따르면, 재판 도중 김 부장판사는 방청석에 있던 김 교수를 호명해 불러세운 뒤 수 차례에 걸쳐 "주제 넘는 짓을 했다"거나 "주제 넘는 것"이라는 발언을 한 뒤 제출한 탄원서을 모두 반환 받아 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재판이 종결된 이후 "교직원과 학생 등이 방청하고 있는 자리에서 재판장이 모욕적인 발언을 반복했다"며 2017년 10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와 관련해 김 부장판사는 김 교수에 대해 '주제 넘는 짓'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인격을 폄훼하려는 의사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김 교수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말라'는 설명을 전달받은 뒤 세 번째 탄원서를 제출할 때에는 증거자료 제출 행위에 대한 사과와 탄원서 제출 이유만 밝혔을 뿐, 증거자료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