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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밀 누설 의혹 사건' 재판부도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소지" 지적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관련자들을 줄줄이 재판에 넘긴 검찰이 사건마다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를 어긴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기소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내야 하며, 이 밖에 법원에서 예단을 갖게 할 서류나 기타 물건을 첨부·인용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문성 부장판사)는 22일 공무상 비밀누설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태종(59·사법연수원 15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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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장판사는 서울서부지법 원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 10∼11월 서부지법 집행관 사무소 직원들의 수사와 관련해 영장 사본을 입수한 뒤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는 등 수사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법원 사무국장 등에게 영장 사본 등을 신속히 입수·확인해 보고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도 받았다.

 

이 부장판사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장과 관련해 "피고인이 전혀 알 수 없는 사실, 기소된 이후에 벌어진 사실까지 모두 공소장에 기재돼 있다"며 "피고인에 대한 안 좋은 예단을 형성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범죄사실의 핵심만 기재하고 배경 사실은 대폭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또 "공소장의 각주에 피고인과 관련 없는 부정적인 사실관계도 거론돼 있다"며 "이 또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공소사실을 특정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범행 동기나 배경, 기타 정황 등을 적은 것"이라며 반박했다.

 

재판부는 "통상의 공소장보다 기재가 많은 건 맞다"며 "변호인 지적처럼 피고인이 관여하지 않은 부분이나 이미 범행이 성립된 이후의 정황, 각주 등도 일본주의 위배가 아닌가 상당히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주의 위배로 의심되는 부분은 검찰이 정리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공소장에는 필요한 것만 쓰고, 그 외에 부분은 의견서로 내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였다.

 

재판부는 검찰에 다음 공판준비기일까지 공소장을 정리해달라고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이후 구체적인 심리 계획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일 열린 신광렬(54·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지적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 역시 "통상의 공소장과 달리 공소장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며 공소장 정리를 당부했다.

 

양승태(71·2기) 전 대법원장 등의 사건에서는 재판부의 구체적인 공소장 변경 요구에 따라 검찰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거나 수정하기도 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2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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