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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들, 예술품으로 ‘의뢰인의 마음’ 품는다

로펌 회의실·접견실·복도 등에 다양한 작품 전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로펌의 마케팅 전략이 예술품 전시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사무실에 다양한 미술품을 전시해 의뢰인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한편 해당 로펌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소속 변호사들도 아름다운 예술품이 걸린 밝은 분위기 속에서 일하게 돼 업무환경 개선 효과까지 거둘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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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 건물 39층 여율 입구에 전시된 미술 작품들.

 

◇ 거장들의 작품부터 구성원이 만든 창작물까지 다양 = 예술품들은 고객이 로펌을 방문할 때 처음 마주하게 되는 회의실이나 접견실에 주로 전시돼 있다. 첫 인상에서 긍정적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다. 전시된 작품은 다양하다.

 

법무법인 태평양(대표변호사 김성진)은 100점이 넘는 미술품을 서울 역삼동 한국타이어빌딩에 있는 본관을 비롯해 로펌 곳곳에 전시하고 있다. 이 중에는 '전통과 자연'이라는 주제를 추구하며 한국적인 작품세계를 이어온 정종미 작가의 작품들도 포함돼 있다. 태평양은 작품들을 주로 의뢰인을 접견하는 회의실 전용 층이나 로비 등에 비치해 최대한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태평양은 또 지난해 1월부터 블로그에 'BKL 미술관'이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미술품을 일반 대중에게도 공개하고 있다.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안정된 분위기’ 첫 인상 심고

 

태평양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미술관을 만들었다"며 "작품이나 작가를 검색할 때 태평양의 이름을 다시 한번 접하게 되는 홍보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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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건물 23층에서 2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안토니오 세기(Antonio Segui)의 조각작품 'Personnages'.

세종(대표변호사 김두식)은 청진동 디타워 건물 23층 로비의 한쪽 벽 전면에 두 점의 작품을 전시해 로펌을 방문하는 의뢰인들이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대표적 현대미술작가인 데이비드 마크(David Mach)의 콜라주 작품과 프랑스 출신 작가인 아르망(Armam)의 작품이다. 또 계단 쪽에는 사람의 형상으로 조각된 아기자기한 작품들을 전시해 눈길을 끌고 있는데, 아르헨티나의 표현주의 작가로 유명한 안토니오 세기(Antonio Segui)의 작품이다. 

 

구성원들에게는

밝은 분위기의 업무환경 조성 효과

 

 율촌(대표변호사 윤용섭)도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 캔버스 작품 등 그림 1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조만간 율촌 사진 동호회 작품들도 전시할 계획이다. 율촌은 특히 39층에 마련된 '여율'을 갤러리 겸 사내 카페로 활용해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시즌마다 갤러리의 작품을 교체해 바뀌는 계절의 분위기를 담아내는 노력을 기울인다.  

 

화우(대표변호사 정진수)는 삼성동 아셈타워에 130여점의 작품을 복도 및 회의실에 전시하고 있다. 고객이 자주 방문하는 34층 회의실이나 변호사와 직원들이 근무하는 공간에 많은 작품이 전시돼 마치 갤러리를 연상하게 한다. 

 

바른(대표변호사 박철)은 삼성동 바른빌딩 5층과 12층 회의실 등에 약 5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고, 5층 복도에는 합성사진의 영역을 개척한 원로작가 황규태씨의 사진 작품 3점을 전시해놓았다. 또 12층에는 한국 추상화의 영역을 개척한 전혁림 화백의 작품들이 전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평(대표변호사 이공현)은 지난 3월 KT&G 서대문타워에 사내 갤러리를 오픈해 조용환(60·사법연수원 제14기) 변호사가 촬영한 사진 11점을 전시했다. 또 회의실과 라운지에 다양한 조각품을 비치해 방문하는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동인(대표변호사 이철)은 서초동 삼성생명 건물 15층과 17, 18층에 30여점의 미술품을 나누어 전시했다. 안내 데스크와 회의실이 있는 17층에 가장 많은 작품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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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 건물 17층 복도에 걸려 있는 사군자 작품.

 

◇ 외국로펌도 예술품 전시 = 이런 경향은 오랜 역사를 지닌 외국로펌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전세계 15개 사무실에 약 3000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오멜버니 앤 마이어스(O’Melveny & Myers)는 역삼동 메리츠타워에 있는 서울사무소에도 3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오멜버니 앤 마이어스는 특히 전세계 사무소에 세계적 사진작가인 엔젤 아담스(Ansel Adams)의 작품을 비롯해 통일성 있는 이미지의 작품들을 전시해 로펌의 일체감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각 나라별 사무소마다 지역성을 살릴 수 있는 작품도 추가 배치하고 있다. 서울사무소는 한국의 대표적 비디오아티스트인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사무소 입구 벽면에 전시하고 있다. 의뢰인을 맞이하는 회의실과 접견실에 공을 들이는 것은 외국 로펌도 마찬가지다. 오멜버니 앤 마이어스 관계자는 "클라이언트가 방문하는 접견실에 둘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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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멜버니앤마이어스(O'Melveny & Myers)의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작품.


◇ 구성원·의뢰인이 기증한 작품도 = 이런 예술품들은 로펌 구성원이나 로펌과 인연을 맺은 의뢰인들이 기증한 경우가 많아 의미를 더하고 있다.

 

한국 세라믹디자인 분야의 1세대인 권오훈 작가는 자신의 사건을 맡아준 지평에 조각품을 기증했다. 남북정상회담 기념수 앞 표지석을 쓴 효봉 여태명 서예가도 김지형(61·11기) 대표변호사와의 인연으로 자신의 서화 두 점을 지평에 기증했다. 

 

로펌 구성원이 개인적으로 소장한 미술품을 전시에 내놓는 경우도 많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전시된 작품들은 대부분 내부 구성원들이 기증하거나 전시에 협조한 것"이라며 "혼자 보기 아까운 작품들을 선뜻 내놓아 여러 사람들과 함께 감상하길 원하는 구성원들이 많다"고 했다.

 

동인은 이철(70·5기) 대표와 정충수(75·3기) 명예대표변호사, 손용근(67·7기) 전 대표변호사, 박영관(67·13기) 변호사 등이 직접 쓰거나 그린 작품들을 내부에 전시하고 있다. 

 

오멜버니 앤 마이어스가 엔젤 아담스의 사진을 전시한 것도 그가 의뢰인으로서 로펌을 찾은 인연 때문이다. 지금만큼 유명하지 않던 시절, 그는 로펌 측에 수임료 대신 사진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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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평양 건물 내부의 정종미 작가 '자연인'

 

◇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효과적 = 예술품 전시는 로펌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는 데 톡톡한 공을 세우고 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로비는 클라이언트들이 로펌을 처음 접하는 곳이자 로펌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공간"이라며 "이곳에 예술 작품을 전시해 생동감 있게 공간을 연출함으로써 우리 로펌에 대한 호감을 높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른 로펌 관계자도 "꼭 값비싼 작품이 아니더라도 특이한 작품들을 로펌 곳곳에 전시해 두면 공간이 마치 갤러리처럼 변모한다"며 "자칫 딱딱하다고 느낄 수 있는 로펌에 대한 이미지를 예술 작품들이 순화해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술 작품들은 대화의 소재로 활용돼 고객과의 관계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 또 다른 로펌의 관계자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고객과 부드러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며 "특히 예술 작품에 관심이 많은 의뢰인에게는 로펌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했다. 


공간의 통일성·일체감으로

로펌에 대한 신뢰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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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의 5층 로비에 있는 오수환 화백의 미술품.

 로펌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는 데도 일조한다. 김용상 오멜버니 앤 마이어스 한국사무소 대표는 "로펌 내부의 작품들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공간에 통일성과 일체감을 부여한다"며 "전시된 작품들을 통해 전세계 어느 사무소를 가도 이곳은 오멜버니 앤 마이어스의 사무소라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통일성 있는 이미지는 로펌에 대한 신뢰와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의뢰인들은 작품을 통해 전세계 어느 사무소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업무의 능률까지 높여줘 1석4조의 효과를 주고 있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요즘은 업무 공간을 어떻게 연출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라며 "미술품 덕에 심미적이고 안정된 업무공간을 만들어 내부 구성원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선사함으로써 업무 능률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다른 로펌 관계자는 "고객들이 방문하는 접견실과 회의실은 화려하고 자극적인 작품보다는 최대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느낌의 작품들을 전시했다"며 "자칫 사건 때문에 예민해질 수 있는 클라이언트들이 예술 작품 덕에 평정심을 찾고 사건에 집중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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