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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경찰, 저유소 화재사건 이주노동자 자백 강요는 인권침해"

경찰에 '주의조치·재발방지 교육 실시' 권고

경찰이 지난해 10월 발생한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인 피의자에게 반복적으로 '거짓말 하지 말라'고 추궁한 것은 사실상 자백을 강요한 것으로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침해했다는 인권위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인단이 "피의자신문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진술을 강요했을 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기재한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발송해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며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 등을 상대로 낸 진정을 받아들였다고 2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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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A경찰서장에게 수사 담당 경찰관에 대한 주의조치와 함께 향후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소속 직원들에 대해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과정에서 피의자 진술의 임의성 확보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B지방경찰청장에게는 피의자 신상정보를 담은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경찰관에 대한 주의조치와 함께 소속 직원들에게 피의사실 공표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이주노동자 C씨는 고양시 인근 공사장에서 일하던 중 주변에 있던 풍등을 주워 날렸다가 화재를 일으켰다. 인권위에 따르면, 화재 사건 다음날 중실화 혐의 피의자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C씨는 4차례에 걸친 조사 과정에서 모두 62번에 걸쳐 경찰로부터 '진술이 거짓말 아니냐'거나 '거짓말하지 말라', '거짓말이다' 등의 추궁을 들어야 했다.

 

특히 인권위가 영상녹화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찰은 피해자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모두 123차례 '거짓말'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피해자가 이미 모순점을 지적하는 질문에 답변을 했는데도 경찰이 다시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거나 '거짓말 아니냐'고 반복한 경우가 60번 △거짓말인지를 묻는 질문에 답변했는데도 다시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거나 '거짓말 아니냐'고 반복한 경우가 20번 △모순점 지적과 무관하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거나 '거짓말이 아니냐'고 반복한 경우가 32번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인권위는 "헌법 제12조 2항은 진술거부권을 보장하고 있고,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사규칙의 관련 규정을 판단 기준에 비춰보면 경찰관이 피의자신문과정에서 진술을 강요하거나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할 염려가 있는 언동을 함으로써 피의자의 진술할 권리, 진술을 거부할 권리 등을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관의 '거짓말' 발언은 피해자가 피의자로서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할 때나 피의자 진술 자체를 부정하는 형태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현행 형사사법체계가 인정하는 정상적인 신문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의자신문은 체포·구속 여부와 무관하게 임의조사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설사 명백한 증거가 있더라도 피의자 진술과 배치되는 객관적 진실은 그 자체로 피의자 진술을 탄핵하는 증거로서 가능한 것이지, 피의자의 자백을 이끌어 내기 위한 압박이나 강요는 합리화될 수 없다는 게 인권위 판단이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화재사건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을 뿐만 아니라 언론 취재 등으로 국민에게 상당히 알려져 피의사실 공표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피의자의 이름, 국적, 나이, 성별 및 비자의 종류까지 상세하게 공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관심사는 국가 주요기반시설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이지, 공적인 인물이 아닌 이주노동자의 신상정보라고 보기 어렵고, 설사 국민적 관심사가 개인정보에 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수사기관 스스로 무죄추정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라 공표행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권위는 'C씨의 통역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진정에 대해서는 "C씨와 동일 국적 출신의 통역인들과 공신력 있는 기관의 전문통역인이 조사과정에 입회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기각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