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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너무 넓게 인정… 정치적 악용 소지 높다”

한국범죄방지재단, 제40회 학술강연회서 제기

국정농단 사건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등 주요 적폐수사에서 단골메뉴로 적용되고 있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직권남용죄가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라는 본래의 보호법익을 망각한 채 사실상 전 정권 등 반대파에 대한 인적 청산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정치 보복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때문에 구성요건을 본래의 도입 취지에 맞게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대정신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에 직권남용죄를 더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국범죄방지재단(이사장 김경한 전 법무부장관)은 1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 8층 엘하우스홀에서 '직권남용죄, 올바르게 적용되고 있는가'를 주제로 제40회 학술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날 강연회에서는 직권남용죄의 적용 범위와 대상 등을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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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범죄방지재단이 17일 오후 양재동 엘타워에서 '직권남용죄, 올바르게 적용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학술 강연회에서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첫 주제강연자인 이완규(58·사법연수원 23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직권'과 '남용'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게 인정되고 있어 정치적 악용의 소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재직 시절 '형사소송법 연구'를 저술하는 등 검찰 내 대표 이론가로 정평이 났었다.

 

그는 "직권남용죄는 '남용'이라는 구성요건적 행위 유형에 대한 용어의 모호성과 광범위성으로 인해 행정소송·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해야 할 문제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치상황 따라 변하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해쳐

 

이어 "해석의 기준이 정치상황에 따라 변할 경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고 공직사회의 직무집행기능을 위축시키므로 직권남용죄의 적용범위를 명확하게 해 공무원을 정치적 보복의 대상이나 희생양으로 삼는 상황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다수설에 따라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하는 강제력을 가진 직무로 범위를 한정하고, 남용 행위도 주관적 요소에 중점을 두고 오로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직권남용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2006년 7월 헌법재판소 결정(2004헌바46) 때 권성(78·사시 8회) 전 헌법재판관이 낸 소수의견을 언급하며 현 상황을 비판하기도 했다. 

 

공직사회 직무집행 위축 없게

적용범위 명확해야

 

권 전 재판관은 당시 "정권 교체가 된 경우 전 정부의 실정과 비리를 들추어내거나 정치적 보복을 위해 전 정부에서 활동한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는데 (직권남용죄가)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국정 운영과정에서 행하여진 순수한 정책적 판단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경우에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공직자를 상징적으로 이용할 위험성도 매우 크다"면서 위헌 의견을 냈었다.


이 변호사는 "현재 우리 현실은 직권의 범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남용행위의 해석도 보조기관에 대해서까지 인정하는 등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그 결과는 형평과 정의라는 헌법정신에 반하는 또다른 권력남용으로 전이될 우려를 초래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에 이어 주제강연자로 나선 김성돈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직권남용죄를 더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정신에 反해

또 다른 권력남용으로 전이 우려

 

김 교수는 "직권남용죄의 '남용'에 대해 대법원은 '권한범위 내의 남용'을 해석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지만, 형법의 남용 개념이 모든 월권적 남용을 예외없이 배제한다는 결론은 필연적이지 않다"며 "공무원에게 직권남용죄를 더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범죄구성요건은 그 시대의 각 사회 상태의 반영이며 대한민국 사회의 시대정신은 민주화 열기와 높아진 인권의식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 깊숙이 침투될 것을 요구한다"며 "직권남용죄도 이 같은 시대정신에 따라 공무원의 재량권 남용이라는 협소한 영역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에 의해 위임받은 권력을 남용하고 추가적인 법익침해까지 나아간 직권남용죄의 불법의 본질을 고려하면 직권남용죄의 법정형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울러 "우리사회의 높아진 인권의식에 비추어 직권남용죄 해석에 있어서도 시대정신을 반영해 적용 대상을 더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시대정신 반영… 적용 범위 더 확장 필요”

반론도

 

직권남용죄는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보호법익으로 하지만 공무원의 특성상 정당한 재량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적용요건이 엄격해 사실상 '잠든 범죄'였다. 그러나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관련 적폐사건 수사 등에서 단골메뉴로 적용되면서 직권남용죄를 적용한 사건이 크게 늘어 법조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이날 학술강연회에는 정홍원(75·4기) 전 국무총리, 정해창(82·고시10회) 전 법무부장관, 정구영(81·고시13회) 전 검찰총장 등을 비롯 법조인과 법률가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왕성민·이정현 기자  wangsm·jhlee@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