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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객관적 구속기준 확립해야"

영장항고제 도입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합리적·객관적인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확립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검찰의 무분별한 영장 재청구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장항고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동범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장항고제 도입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한 명의 영장판사에 의해 단 한 번의 심사를 통해 결정되는 구속에 대해 불복할 수 없다는 것은 법리적·정책적으로나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속된 당사자나 그 가족도 설득할 수 없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영장항고제는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 상급법원에 불복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특히 1심 법원의 영장 판단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상급심이 심사해 선례로 남기도록 하면 객관적·구체적인 구속기준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돼 영장심사 결과의 예측가능성·형평성 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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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법원과 검찰은 주요 사건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2006년 '론스타 사건' 당시에는 론스타 임원들에 대한 체포·구속영장이 12차례나 기각되면서 법원과 검찰 간의 감정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당시 검찰 간부는 법원을 향해 "남의 장사에 거의 인분을 들이붓는 격"이라는 비판을 날렸고, 법원 관계자는 검찰에 대해 "상법 공부를 좀 더 하셔야겠다"며 받아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06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는 영장항고제와 함께 구속대체처분인 '조건부석방제도'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법원은 '영장항고제와 조건부석방제도가 연계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검찰은 '조건부석방의 경우 구속기준 정립이라는 영장항고제 도입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항고제 도입만을 주장하다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강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형사절차의 핵심은 유무죄를 가르는 공판절차, 특히 사실심리절차이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공판의 예비·준비절차에 불과한 수사절차가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며 "사회적 관심을 끄는 사건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오래 전부터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첨예화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1958년 이래 구속영장재판에 대해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확고한 입장이며, 영장심사 결과에 대해 불복할 수 있는지 이론적 다툼도 있어 입법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면서 구속관련 규정인 형사소송법 제201조에 영장심사에 대해 '3일 이내에 항고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영장항고제가 도입될 경우 '구속은 유무죄 판단이 아닌 절차확보 수단'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구속=유죄, 불구속=무죄'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극히 민감한 사건에서 영장담당 법관이 느끼는 부담과 압박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소심 판단을 거쳐 보다 타당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영장재판 항고 허용에 따라 법원의 사건이 폭주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항고제한이 아닌 사법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상소를 제한할 합리적 이유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상소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강 교수는 "구속은 피의자의 기본권과 방어준비에 대한 심각한 제약을 초래하므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 구속사유가 존재하더라도 구속 이외의 방법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구속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조건부석방제도' 도입도 주장했다. 현행법상 구속적부심청구에 따른 보증금납입조건부 석방(피의자)이나 보석제도(피고인)가 있지만, 보증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능력이 없는 피의자·피고인의 경우 구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송광섭 원광대 로스쿨 교수도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결정과 관련해 검찰과의 실무상 마찰을 피하고, 합리적인 영장재판을 위해서는 구속영장 신청 및 발부기준과 기각사유 등 합리적·객관적 기준의 확립이 시급하다"며 영장항고제 도입에 찬성했다. 특히 송 교수는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경우 지금처럼 간략하게 한 두 줄로 기각 이유를 기재하는 대신 좀 더 상세하게 기각 사유를 기록하면 검찰이나 피의자가 명확하게 이해·수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희영(38·사법연수원 37기)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는 "영장심사가 수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관행을 영장항고제가 도와준다는 우려가 있지만, 오히려 명확한 구속기준이 확립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제도 도입 취지가 빛을 발할 수 있다"며 영장항고제 도입에 찬성 의견을 냈다. 영장항고제가 도입되면 검사도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확실할 때에만 영장을 청구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신 검사는 영장항고제와 조건부석방제도가 함께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영장항고제 도입 취지를 형해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건부석방제도의 기준 역시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구태회(39·34기)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영장항고가 가능한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은 영장심사단계부터 구속대체처분을 부과해 피의자를 석방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며 "검사의 제한없는 영장 재청구나 피의자에 대한 구속적부심사가 가능한 우리나라 체제에서는 다른 제도 변화없이 영장항고제만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 판사는 영장항고제 도입 목적과 관련해 "사건마다 구체적인 사실 관계가 다를 뿐만 아니라 영장심사에서는 피의자의 태도가 중요하다"며 "예컨대 대법원이 A사건에 대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반면 1심 법원이 A사건과 유사하지만 사실관계가 다른 사건에서 석방을 결정했더라도 '대법원 결정에 배치되는 하급심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영장항고제는 판사 한 명에 의해 한 번의 심사만을 거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예방할 수 있다는데 목적을 두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조건부석방제도 도입과 관련해서는 "보증보험증권을 이용한 보증금 납부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보석조건을 활용하면 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응천(57·18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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