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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본 ‘사용자의 연차휴가 시기 변경권’… 핵심 쟁점은

사용자의 어려움 입증 못하면 ‘근로자 보호’ 우선

최근 법원에서 근로자의 연차휴가 사용권을 적극 보호하는 판결이 잇따라 선고되고 있다. 반면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연차휴가 시기변경권은 제한적으로만 인정되는 추세다. 법원은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업무공백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사측이 알아서 해결할 부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다수의 근로자가 특정일자에 한꺼번에 연차휴가를 사용하거나, 시즌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객관적인 통계가 없는 이상 앞으로 사용자의 연차휴가 시기변경권은 쉽게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60조 5항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연차휴가를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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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연차휴가 사용권을 원칙적으로 보장하면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사측에 시기변경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판례는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이 인정되는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경우'를 '근로자가 지정한 시기에 휴가를준다면 그 사업장의 업무 능률이나 성과가 평상시보다 현저하게 저하되어 상당한 영업상의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 염려되거나 그러한 개연성이 엿보이는 사정이 있는 경우'로 해석하고 있다. 그 판단기준으로는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성질 △남은 근로자들의 업무량 △사용자의 대체 근로자 확보 여부 △다른 근로자들의 연차휴가 신청 여부 등을 고려하고 있다.

 

운수회사인 A사의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던 B씨 등 근로자 3명은 2014년 회사에 연차휴가를 신청했지만, 사측은 일부에 대해 불허했다. B씨 등은 사측의 불허 결정에도 연차휴가를 신청한 날에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고, 이들이 담당하던 버스 노선 각 1대가 당일 운행을 하지 못하게 됐다. 이 일로 A사는 해당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버스 1대 운송비용 차감 및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에 사측은 B씨 등이 무단결근했다며 정직 2~5일 또는 견책 등 징계처분을 내렸다. B씨 등은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지만 기각됐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해 가까스로 구제 받았다. 그러자 이번엔 A사가 반발해 중노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부당징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2015구합73392)을 냈다. 


근로 인력 대거감소

대체인력 확보 불가능 등 이유


A사는 재판과정에서 "B씨 등이 신청한 연차휴가를 부여할 경우 이들이 맡고 있는 버스노선을 결행해 여객운송사업법에 따른 100만원의 과징금 및 운송원가의 2배에 해당하는 제재를 받게 되므로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었다"며 "대체인력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탓에 B씨 등에게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부여하지 못한 것이므로 귀책사유가 없다. 따라서 시기변경권 행사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버스노선에 결행이 발생하는 것은 버스여객운송업체인 원고의 사업운영에 대한 중대한 지장"이라면서도 "근로자의 연차휴가는 통상 예견되는 것이고 평상시에도 늘 행하여지는 것이므로 회사로서는 통상적인 근로자의 결원을 예상해 그 범위 내에서 대체 근로자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A사는 운영버스의 수 및 운행방식에 비해 근로자들이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대체 근로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운영의 지장은 휴가 실시 및 그로 인한 인원 대체 방법을 제대로 강구하지 않은 사측의 잘못에 의해 발생한 것이므로 징계는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연차휴가 시기변경권과 관련해 사측이 주장하는 '업무 지장 초래' 등의 주장은 이처럼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남은 근로자 업무 과다’ 가능성만으로

인정 안 돼

 

근로자 C씨는 2017년 5월 석가탄신일(3일 수요일)과 어린이날(5일 금요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휴일 기간에 그 중간에 있는 2일과 4일을 쉬겠다며 연차휴가를 신청했다. 개인사정과 결혼기념일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C씨의 상관인 팀장은 연휴기간 업무량 폭증이 예상된다는 등의 이유로 연차휴가 신청을 반려했다. C씨는 연차휴가로 신청한 날에 보고도 없이 결근했다. 사측은 무단결근을 이유로 C씨에게 24일간 정직 징계를 내렸다. 이에 반발한 C씨는 지노위에 구제 신청을 냈다. 지노위가 C씨의 손을 들어주자 사측은 불복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의 항소심(2018누57171)을 맡은 서울고법 역시 사측의 연차휴가 시기변경권 행사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연차휴가 시기변경권은 사업장의 업무 능률이나 성과가 평소보다 현저히 저하돼 상당한 영업상의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 염려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며 "단순히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함으로써 근로 인력이 감소돼 남은 근로자들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는 일반적인 가능성만으로는 시기변경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차휴가 시기 변경권 행사하려면

객관적 통계 필요

 

이어 "근로자의 연차휴가 중 업무량이 현저히 많아질 것이라 예상된다면 회사는 대체인력 확보 등 다른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대체인력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거나 대체인력 확보가 불가능했다는 사정이 없다면 사용자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대형로펌의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연차휴가 권리가 어디까지 보호되는지 관심사"라며 "관련 판례가 아직 많지는 않지만 법원은 최근 회사의 연차휴가 시기변경권을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용자가 연차휴가 시기변경권을 행사하려면 적극적으로 그러한 사정, 즉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대다수의 근로자가 한번에 휴가를 떠나 대체인력이 극히 부족하다거나, (근로자가 휴가를 쓰면 안 될 정도로) 시즌 업무량이 급격히 늘었다는 등의 사정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통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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