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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한정후견 정신장애인 금융거래 제한은 차별"

금감원장에 "금융서비스 이용 시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관행 개선 필요" 의견 표명

정신장애인이 금융기관을 이용할 때 후견인 동행을 요구하거나 인터넷·스마트뱅킹, ATM(현금자동입출금기) 등 비대면 거래를 장애인에게 허용하지 않는 관행은 장애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인권위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한정후견 결정을 받은 A씨에게 후견활동을 하고 있는 B씨가 "장애인인 A씨가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때 과도한 차별을 당했다"며 C은행을 상대로 낸 진정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장에게 "후견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 금융상품·서비스를 이용할 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관행을 점검·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인권위는 C은행에 대해서도 "후견 판결을 받은 장애인의 금융상품·서비스 이용 시 과도한 후견인 동행 요구를 개선하고, 일정범위 안에서 금융행위를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비대면 거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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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7월 도입된 성년후견은 질병·장애·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일 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대신해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법률행위 등을 대신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정후견은 법원이 정한 범위에 한해 선임된 성년후견인이 요양시설 입소 등 신상 결정권과 예금·증권계좌 개설 등 재산 관련 대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으로, 후견인에 폭넓은 대리권을 주는 성년후견보다 정신적 장애가 가벼운 경우에 한다.

 

정신장애 2급인 A씨는 지난해 2월 가정법원에서 한정후견이 확정됐고, D협회가 한정후견인으로 결정됐다. 민법상 가정법원은 피한정후견인이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행위의 범위를 정할 수 있는데, A씨의 경우 D협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행위의 범위가 '예금 등의 관리: 예금 계좌의 개설 변경 해약, 예금계좌에서 해당 인출일 이전부터 30일 합산한 금액(해당 인출금액 합하여)이 100만원 이상 금전의 이체인출(단, 30일 합산 300만원 이상 금전의 이체인출의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함)'으로 정해졌다. B씨는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때 100만원 미만은 창구거래만 허용하고 100만원 이상 거래 시 반드시 후견인의 동행을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C은행은 "한정후견인의 동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동행을 요구한 것"이라며 "장애인의 비대면 거래를 허용할 경우 금융사고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피한정후견인의 비대면 거래를 제한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A씨의 금융거래에 대해 법원이 30일 이내 100만 원 이상 거래 시 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결정했으므로 한정후견인의 동의가 충족됐을 때는 일정요건 이상의 금융거래가 자유로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C은행이 한정후견인의 동행을 요구하고, 100만원 미만 거래 시에도 은행에 직접 와서 대면 거래하도록 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장애인의 금융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7조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는 금전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인권위는 "C은행은 국가기관으로서 차별해소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요구된다"며 "금융사고 발생의 위험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하는 기술적·시스템적 장치를 마련해 휴일 등 대면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장애인이 ATM기를 이용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권위는 B씨가 낸 진정은 각하했다. 현재 B씨 진정과 관련해 법원에서 장애인 차별행위중지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과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진정을 각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