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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토론

[찬반토론]유죄협상제도(Plea Bargaining) 도입의 필요성

유혁상 검사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미국변호사

형사재판에 배심제 등 시민참여제도를 도입하고, 증거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공판을 강화하는 등 형사사법의 개혁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건을 복잡화되고 장기화된 재판절차,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증거절차 라는 동일한 절차를 통하여 처리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가능하지도 않다. 배심재판을 받을 권리가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미국에 있어서도 실제로 배심재판을 받는 경우는 전체 형사사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세계 각국은 정식 공판절차이외에 혐의를 인정하는 피고인(피의자)에 대하여 신속히 절차를 종결하고 교정 및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개시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사법의 목표 또는 범죄학의 이상인 개별화된 판결 선고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절차가 유죄협상제도(Plea Bargaining)이며, 우리도 이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검토할 시점이 되었다.


유죄협상제도는 피의자가 자신의 범죄혐의를 인정하는 경우, 검찰에서 그 정상을 참작하여 보다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양형과정에서 가벼운 형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법원이 이를 승인하면 정식 공판절차 없이 형을 선고하는 제도이다. 형사절차의 개혁과 관련하여 유죄협상제도의 도입은 두 가지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첫째, 피의자의 선택에 따라 절차를 이원화하여, 혐의유무가 다투어지는 사건에 대하여는 보다 많은 시간과 절차를 투입하여 방어권의 행사를 충분히 보장하고, 다툼이 없는 사건은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여 교정과정으로 이행할 수 있게 된다. 유죄답변을 하는 피의자는 결과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수사 및 소추기관, 나아가 법원의 입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중요사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둘째, 피의자가 범죄혐의를 인정하는 절차를 법정화 함으로써 충분한 정보 없이 자백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고, 법원의 설명 및 확인절차를 통하여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다 강화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프랑스의 예와 같이 변호인의 관여를 필요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의한 자백의 강요를 제도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범죄자와 협상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이상에 반하고 국민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수사기관에서 유무죄나 형량을 결정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검찰권이 남용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유죄협상제도는 수사기법의 발달과 능력 있는 변호사의 출현으로, 대부분의 사건에 있어서 조기에 실체적 진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제도이므로, 사안의 진상을 파헤치지 않고 협상을 통하여 사안을 결정하게 된다는 비판은 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된 우려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고 하여 검찰이 범죄자와 협상에 응할 의무가 있다거나 부정부패사범에게 자의적으로 관대한 처분을 할 재량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범행을 인정하고, 중한 범죄를 밝히는데 기여한 피의자에게 보다 관대한 처분을 하는 것(형법 제51조)은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고, 이러한 제도를 통하여 수사력을 집중하여 사회의 거악을 척결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유죄답변을 하는 경우에도 법관은 이에 구속되지 않고 유무죄 및 형량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있으므로, 검찰권의 남용 가능성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유죄답변에 대한 검찰의 구형자료가 집적되면 객관적인 양형기준이 형성되게 되어 현재와 같이 예측하기 어려운 양형관행의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죄협상제도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피고인의 또 하나의 헌법상 권리인 신속한 재판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이며, 이러한 이유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영미법국가 뿐만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에서도 도입하였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인권의 보장, 신속한 절차라는 형사절차의 이상을 위하여 형사사법 개혁과정에서 유죄협상제도의 도입에 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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