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로펌

주52시간 근무제 본격시행… 대형로펌 ‘전전긍긍’

처벌유예기간 종료… 뚜렷한 자구책은 없어

주 52시간 근무제가 9개월간의 처벌 유예기간을 끝내고 4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본격 적용되면서 국내 대형로펌들이 인사·노무 관련 자문 특수를 맞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형로펌 가운데 일부는 어쏘 변호사 등의 근로시간 단축 등과 관련한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위반한 사업장에는 최대 4개월간의 시정기간이 주어지지만 그럼에도 시정되지 않으면 사업주가 2년 이하 징역형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대형로펌 가운데 일부는 이 제도 시행에 대비해 '재량근로제'를 일찌감치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재량근로제 협의 유효기간이 1~2년에 불과한 곳도 있어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태다. 어쏘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편법 과다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152888.jpg

 

◇ 대형로펌들 "재량근로제" = 주 52시간 단축 국면에서 대부분의 대형로펌들은 '재량근로제'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재량근로제는 근로자가 업무의 시작과 종료 시간을 스스로 정해 일하는 등 재량권을 부여받는 근로형태를 말한다. 변호사 업무는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 형태에 가까워 탄력적 시간 투여가 요구될뿐만 아니라 외근도 잦아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거나 초과근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대처가 힘들기 때문이다. 


어쏘변호사·직원도 근로자

단축 근로시간 적용대상

 

근로시간 단축 우선 적용대상인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대형로펌 7개 가운데 김앤장 법률사무소(대표변호사 정계성)와 법무법인 광장(대표변호사 안용석)을 제외하고, 태평양(대표변호사 김성진), 세종(대표변호사 김두식), 율촌(대표변호사 윤용섭), 화우(대표변호사 정진수), 바른(대표변호사 박철) 등 5개 로펌은 어쏘 변호사 등과 협의를 통해 재량근로제를 도입했다. 세종은 지난달 1일부터 극적으로 재량근로제를 시행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세종 경영진과 어쏘 변호사 협의회는 지난 3월 중순 협의를 맺었다. 화우는 지난해 7월 국내 대형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소속 변호사들과 '재량근로제' 도입에 합의하고 시행했다. 이어 바른이 지난해 11월 1일부터, 율촌이 같은해 11월 말부터 경영진과 어쏘변호사 대표들의 협의에 따라 재량근로제를 각각 시행했다. 태평양은 내부 구성원들과 협약을 맺고 지난 1월 1일부터 한국 변호사와 외국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을 대상으로 재량근로제 시행에 들어갔다.

 

◇ 기간 넘긴 '광장'… 현상 유지 '김앤장' = 법조계에서는 로펌의 어쏘 변호사나 직원도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단축된 근로시간의 적용대상이며, 로펌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고용노동부의 감독 대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재량근로제 도입 과정에서는 도급적 업무의 특성·수직적 내부서열·변호사를 근로자로 여기지 않는 내외부 인식 등이 난관으로 작용했다. 재량근로제를 새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로펌 경영진과 근로자 간 서면합의가 필수이기 때문에 협의 조건을 놓고 양측의 줄다리기도 이어졌다. 


대형 로펌 ‘재량근로제’ 도입

 장기적 대책 마련 못해

 

광장 경영진과 10명으로 구성된 어쏘 대표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수 차례에 걸쳐 협의에 나섰지만 결국 주 52시간 근무제 처벌유예 계도기간을 넘겼다. 양측은 △구체적인 업무 시스템 개선방안과 △유학 등 인사·교육 관련 내부지침 △사내복지 개선안 등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광장은 다소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와 원만한 협의 과정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재량근로제 도입을 계기로 근무·복지 제도도 함께 정비해 법률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김앤장은 재량근로제 도입을 추진하지는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최근 어쏘 변호사가 자신의 업무시간을 기록하는 내부 시스템을 개편하는 등 근로시간으로 산정되는 업무유형을 조정하고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타임차지가 철저한 일부 로펌에서는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일정 근로시간이 초과되면 해당 근로자 등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는 시스템 등으로 외면적으로는 위법 요소를 피해가기가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근로감독이 진행된 경우에도 초과근무가 밝혀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른 대형로펌 변호사는 "일부 로펌에서는 어쏘 변호사와 로펌이 보다 유리한 조건을 관철하기 위한 막판 협상을 벌이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러한 인식 변화는 근로시간 단축 이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근로자에 해당하는 로펌 구성원의 권익보호와 로펌 전체의 발전 방향을 일치시킬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152888_1.jpg

 

◇ "묵은 관행 개선하는 계기 돼야" = 재량근로제는 서면 합의로 명시된 간주근로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의제하는 방식이다. 실제 더 많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협의된 근로시간만큼만 일한 것이 되므로 휴일이나 심야 시간에도 파트너 변호사나 의뢰인 등으로부터 업무 관련 메일 등을 받는 어쏘 변호사의 근로환경을 고려하면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가 퇴색될 여지도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제한된 시간 내에 주어진 일을 모두 처리하려다 보니 변호사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어쏘 변호사는 "최근에는 파트너 변호사가 지시 형태가 아니라 부탁 형태로 일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부탁이라고는 하지만 업무지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근로시간 측면에서 이전과 딱히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쏘 변호사는 "변호사의 업무 특성상 일하는 장소에 구속되지 않음에도 눈치가 보여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오곤 했었다"며 "재량근로제 이후에는 주말에 집에서 일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제한된 시간 내 일처리 싸고

변호사간 갈등심화 우려

 

소속 근로자 수가 300명에 이르진 않지만 1~2년 뒤에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적용을 받게 될 로펌들도 대형로펌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축된 근로시간은 50∼299인 사업장에는 2020년 1월 1일부터, 5∼49인 사업장에는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로펌도 나타나고 있다. 지평(대표변호사 이공현)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재량근로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출범 초기부터 근로시간 관련 집중 점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온 정부는 노동현장을 감독하는 근로감독관을 증원하는 등 준비를 갖춰왔다. 정부는 근로감독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난달 9일 국무회의에서 고용노동부 산하에 근로감독만을 전담하는 한시조직인 근로감독정책단을 신설하는 내용의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을 의결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6월 중순까지 사업장 3000여 곳을 대상으로 예비 점검을 시행한 뒤 8월말까지 집중 근로 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