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대검찰청

경찰이 수사·정보 독점… 통제·견제 장치 없다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수사와 정보를 독점하게 될 경찰권 비대화에 대한 우려와 이에 대한 통제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찰 수사가 끝난 뒤에야 검찰이 경찰 수사의 문제점에 대한 보완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은 재수사와 이중수사 등 형사사법의 비효율성을 불러올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 소모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52847.jpg

 

◇ 수사종결권까지 경찰에 부여 = 현재의 수사권 조정 법안에 따라 송치 전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이 원칙적으로 수사권과 수사종결권까지 갖게 되면 재수사 요청만으로는 견제나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검찰은 지적한다. 경찰이 사건 당사자로부터 자료를 임의제출 받아 수사하는 경우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제수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검사는 사건의 존재 자체를 알 수 없는데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사법적 통제를 할 수 없다. 

 

예컨대 마약사건처럼 이의제기할 피해자가 없거나 사건관계인이 오히려 은폐를 기도하는 경우 이의제기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경찰이 당사자 일부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한 경우 검사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다른 주범이나 공범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를 해도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 범위를 넘는다며 거부할 때에도 사실상 손을 쓸 방도가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경찰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일부는 처벌하고 일부는 처벌하지 않고자 할 때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이 수사 종료 후 일부혐의만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때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의 법안에 따라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 검사는 송치된 이후에야 비로소 보완수사 요구를 하거나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을 뿐인데 경찰이 '정당한 이유'가 아니라며 불응하면 해결할 방법이 없고, 특히 성폭력이나 마약범죄 등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 밖이라 보완수사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

검찰, 재수사 요청으로 통제 불가

 

검사에게도 직접 수사권을 주면서 범위를 제한한 것도 비합리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의 수사권 조정안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등 중요범죄와 경찰공무원의 직무범죄 등으로 제한했는데, 최근 '버닝썬' 사건같은 경우 클럽 내 '단순폭행'이 성폭행, 마약사건으로 번지며 경찰관의 음주운전 단속 무마, 유흥주점과의 유착 의혹 등으로 확대된 사건이다. 현재 안대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다면 버닝썬 사건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순폭행 등의 혐의로만 사건을 송치한다면 검찰은 성폭행, 마약 등 관련 수사를 하지 못해 경찰관의 직무범죄를 밝혀내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검·경의 '이중적·이원적 수사 구조'를 꼬집으며 법안이 발의됐지만 송치 전 수사지휘 폐지로 이중수사의 문제점은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검찰은 사실상 관여할 수 없어 송치된 이후에나 기록을 통해 문제점 등을 검토를 하게 되는데 이때 경찰의 법리판단이나 증거판단이 잘못됐을 경우 그제서야 경찰의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으므로 국민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폐지도 = 이번 수사권 조정안에 수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 조서의 증거능력을 수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한 때에 한해서만 증거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검사가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을 경찰이 작성한 조서와 같은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12조 1항은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고,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사의 회유와 협박에 그렇게 진술한 것"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이른바 '특신 상태'가 인정되면 증거로 쓸 수 있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이 경우 증거로 쓸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 검사가 작성한 조서에 피고인의 서명 날인이 돼 있으면 증명력은 차치하더라도 대부분 일단 증거능력은 가졌다.

 

법조계에서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재판이 무기한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피고인이 재판과정에서 자신이 진술한 내용을 부정하면 그때부터 다시 법정에서 수사가 시작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의 피신조서 증거능력 폐지

재판 무기한 길어질 수도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같은 개정은 국민을 무시한 무리한 변화라며 비판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재판이 시작되면 진술을 바꾸는 피고인들이 꾸준히 존재했다"며 "진술이 계속 바뀌면 재판 진행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판사도 유무죄 판단을 하기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이어 "사기 사건의 경우 사건 하나에 수십명, 수백명의 관계자가 연루돼 있는데 피고인이 진술조서를 부인할 경우 그들을 전부 법정에 불러 진술을 청취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3~4년씩 재판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부장판사는 "검찰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서를 작성해 유죄를 받아내려는 경향은 견제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전부 부인해 버리는 것은 아직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피고인이 진술조서를 부인하면서 그렇게 진술할 수밖에 없었던 합리적인 이유를 대면 검찰 조서라고 하더라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무조건 증거능력을 부인할 것이 아니라 진술조서와 영상녹화를 전부 제출토록 한다든지, 변호인 입회 하에 작성된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든지 하는 절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 서민 사법비용 증가 우려도 =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재의 안대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 서민들의 사법비용이 지금보다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경찰이 1차적 수사를 전담하게 됐을 경우 사건 관계인은 자신이 고소·고발한 사건이 경찰에서 무혐의 종결되지 않도록 하거나 재수사 요청을 위해 경찰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려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검찰 단계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관예우 문제 더 심각

서민들 사법비용 크게 증가 가능성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앞으로 전관예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도 자기 사건을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데 이렇게 전관 변호사들의 권한이 더욱 커지면 서민들의 사법비용은 당연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관 변호사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 뻔해 보이는데도 아직 변호사업계에서는 이번 수사권 조정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한 형사부 부장검사는 "지금도 일선 형사부 검사들이 처리하는 사건 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면서 "수사권 조정이 이뤄져 경찰이 1차 수사를 전담하게 되면 검사 입장에선 당연히 자신이 직접 수사하고 있는 사건이 아닌 경찰 송치사건은 제대로 점검할 수 없게 될 확률이 높다. 더구나 경찰이 혐의가 없다며 송부한 사건은 60일 이내에 점검한 뒤 경찰에 반환해야 하는데 시간도 촉박해 더욱 그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서 사건 관계인이 어떻게 해서든 자기 사건에 신경쓰게 하고자 경찰이나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152847_1.jpg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