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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만으로 경찰수사 잘못 가려내란 건 맨눈으로 대장암 찾으란 소리"

현직 형사부 검사, '수사권 조정안 비판' 글… "사법비용도 증가"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안건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가운데 수도권 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형사부 검사가 이를 비판하는 글을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올려 주목받고 있다.

 

의정부지검에 근무 중인 송모 검사는 6일 이프로스에 '고소 사건 이렇게 바뀝니다'라는 A4용지 10장 분량의 글을 올렸다. 질문과 답(Q&A) 형식으로 구성된 글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기 사건을 당한 사람이 가해자를 고소할 경우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 담겨 있다. 

 

송 검사는 사기 피해를 당한 일반인이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을 경우 앞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줄어들어 "검사의 수사범위는 중대 경제범죄 등으로 제한돼 검찰에서 직접 수사는 어렵고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며 "서민들의 사기, 폭행 피해 사건은 검찰에서 수사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경찰이 별다른 조사도 없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경찰에서 그대로 종결되고 검찰에 사건이 송치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돼 있기 때문에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사건은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그대로 종결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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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검찰에 사건기록을 보내 60일 간 검사가 검토하도록 한 데 대해선 "검사가 사건을 검토해 잘못을 밝힐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며 "경찰에서 종결한 사건은 검찰에 보내 60일 간 머물다 다시 경찰서로 돌아가고 그 60일 동안 검사가 기록을 검토해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지적했다.

 

송 검사는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압도적인 사건 수를 꼽았다. 

 

그는 "매년 불기소되는 사건이 80만건에 달한다"며 "그걸 형사부 검사 700~800여명이 60일 이내에 전부 파악해 수사가 올바른지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이어 "기록만 보고 수사의 잘못된 점을 알 수 없다"며 "기록만 보고 수사가 올바른지 알아내라는 것은 '맨 눈으로 대장암을 찾아내라'는 주장처럼 허무맹랑하다"고 강력 비판했다.

 

송 검사는 검찰이 경찰에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다는 규정에 대해서도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송 검사는 "경찰에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지만 효과는 장담하지 못한다"며 "경찰이 재수사 요청에 따라 수사를 하지 않아도 통제할 방법은 없고 다시 재재수사 요청만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재수사 요청을 한 검사는 요청이 받아들여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도 했다.

 

당사자의 이의제기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과 관련해 송 검사는 "검찰로 송치된 사건을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면서도 "검찰이 이의제기된 사건을 모두 직접 수사하게 된다면 검찰의 수사량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게 되고 수사인력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시정조치요구를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시정조치요구는 '법령위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편파수사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사가 경찰에 시정조치요구를 하더라도 경찰은 '정당한 이유'를 내세워 이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검사는 "앞으로 경찰이 수사를 하지 않고 종결할 경우 재수사 요청이나 보완수사요구로도 시정이 안 되므로 경찰에 당사자의 주장을 전달하기 위해 경찰 수사용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것"이라며 "검찰에 송치되거나 이의제기로 송치됐다면 다시 검찰 수사용 변호사를 선임해야 될 수도 있어 사법비용은 현저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