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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前 차장 변호인단, "주2~3회 재판에 방어권 행사 사실상 불가능" 호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 변호인이 재판 일정이 빠듯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읍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는 2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1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최근에 나왔던 서면이나 증언들은 서로 연결돼있었음에도 저희가 거의 밤잠을 못자고 힘들게 준비했는데 다음주부터는 또 새로운 스케줄"이라며 "현실적인 한계를 말씀드리는 것이고 절차적으로 (이러한 사정을) 반영해주셨으면 한다. 검사님들이야 오랫동안 (사건을) 보셨고 (인원이) 많으니까 가능하지만 저희는 완전 새로운 문건들을 봐야 한다. 다음주에 쓸 시간을 쓰고 있는 느낌으로 잠을 덜 자는 방법 등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한계에 도달했다"고 읍소했다. 서증조사 진행 후 증인신문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관련 내용을 파악할 물리적인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어 "증인신문 전에 서증조사 하는 건 왜 고려하지 않았나, 너의 하소연은 근거가 없다는 말과 마찬가지 아닌가"라며 재판장을 향해 호소하자 재판장이 "서증을 보는 작업은 필수적으로 하실 것 아닌가. 말씀을 왜 항상 그렇게 하시냐"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준비된 증인신문이 종료된 후 임 전 차장의 재판이 일주일에 2~3회씩 진행되면서 변호인은 증인에 대한 검찰 신문과 검찰이 낸 서류증거에 대해 반박할 내용을 준비하는 데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분위기가 싸늘해지자 재판을 잠시 휴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재판부가 증인신문 일정을 잡으면서 서증조사 부분을 감안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서증조사 준비와 관련된 변호인 측의 수고가 더 많아진 것에 대해서 양해 말씀을 구한다"며 "오래 고심했지만 다음주 일정 자체를 변경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서증조사 결과에 대한 의견진술 등 기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관련된 문제는 재판부가 다음주 이후 이사건 재판 일정을 잡음에 있어 그동안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고려하도록 하겠다"면서 "검찰 측도 변호인 측에서 호소한 내용을 감안해 향후 서증조사의 예상이나 범위 시간, 그밖의 증인에 대한 주신문 시간까지도 재고해주실 것을 권고를 드린다"고 했다. 

 

한편 이날 앞서 진행된 증인신문에서는 임 전 차장이 "일본의 강제징용 사건의 소멸시효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박모 전 사법정책실 심의관은 2013년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던 임 전 차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강제징용 사건'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외교부 문건을 참고했고, 일부분은 외교부 문건을 그대로 기재했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에 담긴 '외교부를 배려해 절차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외교부를 배려해준다는 표현이 아닌 법률상 허용 한도를 말한 것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보고서에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사건 판결에 따른 △재상고 기각 △대법원에서 화해·조정 시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 등 5가지 시나리오가 담겼는데 이에 대해서는 "임 전 차장이 대법원에서 어떻게 되는지 예상해보라고 해서 가상적 상황을 경우의 수로 기재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또다른 증인으로 소환된 김종복 전 사법정책실 심의관은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서 대법원 규칙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었다"며 "그래서 처음부터 규칙개정이 상정된 상태에서 보고서를 검토해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심의관은 2014년 한승 전 사법정책실장에게 '강제징용사건 외교부 의견 반영 방안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첨부해 보낸 바 있다. 

 

김 전 심의관은 "당시는 왜 그런 미션을 줬는지 몰랐다"며 "그 당시 미션은 빨리 대법원 규칙을 바꿔서 외교부 의견을 반영해야한다는 그런 취지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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