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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신청사건 관련 서류·증거물 열람·복사 허용돼야"

인권위, 국회의장에 '형사소송법 개정 필요' 의견 표명

인권위가 재정신청사건 심리 중에는 관련 서류 및 증거물 열람·복사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 형사소송법 규정이 재정신청인의 재판청구권과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23일 A씨가 "재정신청사건 관련 자료를 열람·복사해주지 않았다"며 B고등법원장을 상대로 낸 진정을 각하하는 대신, 국회의장에게 "재정신청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사건 관련 서류 및 증거물의 열람·복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262조의2를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재정신청은 범죄피해자가 검찰에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불기소처분한 경우 그 결정이 타당한지 법원에 묻고 타당하지 않다면 기소를 강제하는 제도다. 법원의 재정신청 인용 결정은 검찰에 의해 기소가 이뤄진 것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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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도는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검찰의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유신정권 시절 공무원 직권남용 범죄 등 3개 범죄로 대폭 축소됐던 재정신청 대상범죄는 지난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대폭 확대됐다. 

 

현재 모든 고소인은 대상 범죄에 관계없이 재정신청을 할 수 있고, 고발인의 경우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와 124조 불법체포·감금죄, 125조 폭행가혹행위죄, 126조 피의사실공표죄 등 공무원 범죄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재정신청과 관련해 현행 형사소송법 제262조의2는 '재정신청사건의 심리 중에는 관련 서류 및 증거물을 열람 또는 등사할 수 없다. 다만, 법원은 제262조제2항 후단의 증거조사과정에서 작성된 서류의 전부 또는 일부의 열람 또는 등사를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2007년 도입된 조항으로, 당시 법원행정처는 "아직 정식 기소가 되지 않은 수사기록에 대해 피의자나 고소인 등 이해관계인이 무분별하게 기록을 열람·등사하는 경우 수사의 비밀을 해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위해 무분별하게 재정신청을 남발할 우려가 있다"고 도입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2013년 9월 이 조항에 대해 "피의자의 사생활 침해, 수사의 비밀을 해칠 우려, 재정신청 남발 등의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입법목적의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재정신청인의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결정(2012헌바34)을 내렸다.

 

그러나 인권위는 "지금처럼 재정신청사건의 관련 서류 및 증거물의 열람·복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할 경우 재정신청인의 재판청구권과 알 권리가 침해된다"며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제도의 취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신청사건 관련 서류 및 증거물의 열람·복사를 허용하되, 열람·복사의 구체적 제한 사유와 허용범위를 규정하는 방식으로도 피의자의 사생활 및 수사의 비밀 등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인권위는 재정신청 남발 우려와 관련해서는 "현행 법령은 재정신청 기각결정을 받은 자에 대한 비용부담제도를 두고 있고, 고소·고발의 남용을 막기 위해 각하제도를 두고 있다"며 "열람청구권 제한 방법을 취하지 않더라도 현행 제도만으로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서류의 경우 법원 허가만으로 열람·복사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참고해 열람·복사 허용 기준을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경찰개혁소위에는 2017년 9월 더불어민주당 금태섭(52·사법연수원 24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재정신청사건 심리 중 관련 서류 및 증거물에 대한 '원칙적인 열람·복사 불가'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법원의 허가사항'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는 것을 밝히려면 재정신청사건 기록의 열람·복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지난달 사개특위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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