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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날 특집

[법의날 특집] 은퇴 변호사의 삶 ‘프로보노’가 답이다

치열해지는 변호사업계… 재취업 선택의 폭도 좁아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법조인들도 인생의 황혼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화두가 되고 있다. 평생 면허인 변호사 자격증은 법조인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쥐어주지만,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법률서비스 시장의 현실과 후배들에게 길을 터줘야 하는 선배의 입장에서 명예로운 은퇴와 은퇴 후의 의미있는 삶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시니어 변호사들의 '공익활동(프로보노)'이 모범적인 은퇴 후 삶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조인으로서 평생 쌓아온 전문성과 경륜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그늘진 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풀뿌리 법치주의를 확산해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하는 한편 변호사 본인에게도 자존감과 자부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훌쩍 넘긴 A 변호사는 최근 현역 은퇴를 고심하고 있다. 30여년을 변호사로 활동해온 그는 평생을 변호사로 계속 일하려고 했지만 점차 사건 수도 줄어들고 나이를 먹으면서 건강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일이 줄면서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할까 고민했지만 막막했다. 평생 일만 해왔던 자신에게 선물같은 시간이지만 딱히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처럼 등산이나 취미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뭔가 허전했고, 취미생활 등으로만 시간을 보내자니 무기력한 느낌마저 들었다.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그래서 뭔가 생산적인 일을 계속 하고 싶은데 무슨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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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을 앞둔 고위법관 B판사의 마음도 무겁긴 마찬가지다. 고위법관들은 예전에는 퇴임하면 대형로펌에 들어가거나 변호사로 개업해 일하면 됐지만, 고위 법조공무원의 취업제한 규정이 생겨 재취업 선택의 폭이 좁아진데다 이른바 '전관예우' 방지 등을 위해 고위 법조공무원의 변호사 개업 자제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기 때문이다. 대학으로 가 후학 양성에 매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교수 자리도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로스쿨 실무 교수 자리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 교수로 갔던 동료로부터 "언제까지 교수로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고서는 고심이 더 깊어졌다. 

 

이처럼 은퇴 후의 삶은 법조인에게도 녹록치 않다. '60세면 청춘'이라는 말이 현실이 됐지만, 매년 1500여명의 젊은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법률시장에서 변호사들의 은퇴 시기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변호사는 정년이 없다지만, 대형로펌 등에서 파트너 변호사의 정년 규정이 생긴 지도 이미 오래다. 평생 일만 해온 법조인에게 은퇴 후의 '무기한 휴가'는 낯선 일이다. 그렇다고 계속 변호사로 일하자니 후배들 눈치가 보인다. 은퇴나 퇴직을 생각하고 있는 판·검사의 경우에는 '전관예우'라는 꼬리표가 무섭다.

 

명예로운 은퇴 후

새로운 출발의 대안으로 떠올라

 

이 같은 상황에서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법조인들에게 프로보노 활동이 보람찬 노후를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70대인 C씨 부부는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임차계약 연장을 앞둔 어느 날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고 해 앞이 깜깜해졌다. 집이 있는 아들이 잠시 임대아파트에 들어와 산 게 화근이었다. 주택공사는 "집이 있는 아들과 함께 살면 임대아파트 입주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아들을 집에서 내보낸 이후에도 계약 연장을 거부했다. C씨는 서울시 주거복지센터가 법률상담 협약을 맺은 시니어 프로보노 지원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노부부의 딱한 사정을 들은 임희동 (69·사법연수원 6기) 변호사는 관련 판례들을 분석해 'C씨 부부는 임대아파트 신청 대상자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소견서를 작성해 전달했다. 주거복지센터는 이 소견서를 공사 측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 권익위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사례들을 비춰 봤을 때 좋은 결과가 있을 거 같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소식을 접한 임 변호사는 "보람된 일을 한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회적 약자 보호·법치주의 실현’

자부심도 심어

 

태평양 NPO(비영리단체, Non-Profit Organization)법센터장인 유욱(56·19기) 변호사는 "시니어 프로보노 활동은 변호사들이 노년을 의미와 가치로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시니어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적극 권유했다.

 

시니어 프로보노 지원단 회장인 김한(66·14기) 변호사도 "나이가 들어 사건이 점점 줄어들면서 변호사로서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데, 노장(老將)들이 지식과 경험들을 사장시키지 않고 계속 활용하면서 삶의 보람을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바로 프로보노 활동"이라며 "공익활동을 하면 할수록 아직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살아있다는 느낌이 생생하게 든다"고 말했다.

 

2017년 출범한 시니어 프로보노 지원단에는 현재 20명의 변호사들이 소속돼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등 공공영역에서 프로보노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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