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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시대 열렸지만 ‘렉’ 걸린 ‘데이터 3법’

국회 파행 등으로 법 개정 ‘답보상태’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지난 3일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제도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세대 통신 시대가 열렸지만 이와 관련된 '데이터 3법' 개정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미래 먹거리인 4차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핵심자원인 데이터 경제 활성화가 필수여서, 데이터 규제 완화와 함께 개인정보 관련 거버넌스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잇따른 국회 파행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 등으로 법을 개정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이 개인정보보호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가명정보' 개념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디지털 환경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맹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대로는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여전하고, 입법 목적인 데이터 기반 산업 활성화도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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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명정보' 개념 도입한 데이터 3법, 답보 상황 = 디지털 기술과 실물 경제가 융합하는 4차산업혁명이 확산되면서 개인정보보호 법제도는 지난 2011년 입법 이래 가장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데이터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필수요소여서 '4차산업혁명의 원유'라고 불리지만, 기업이 데이터를 수집·활용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보유자인 개인의 권리침해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발의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대표발의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대표발의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대표발의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말한다.


가명정보 개념 도입·개인정보 관련

유사·중복규정 등 정비 핵심


데이터 3법은 개인과 기업이 수집·활용 가능한 개인정보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가명정보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고 △개인정보 관련 유사·중복 규정을 정비하되 △남용 및 유출을 막기 위한 감독기구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하자는 것이다. 

 

'가명정보'는 누군가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다른 표현으로 바꾸거나 가려서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한 정보를 뜻하는데, 가명정보 개념이 도입되면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하거나 이 과정에서 개인의 동의를 받는 요건 등이 완화돼 데이터의 재화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한 데이터 전문가는 "개인정보와 비개인정보는 '식별성' 여부에 따라 구분되지만, 식별성 유무는 구체적 상황과 기술적 환경의 진보 등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며 "세계 주요국은 규범적으로 개인정보에서 식별성이 제거되었다고 보는 '익명정보' 개념을 설정하고, '익명정보'와 '개인정보'의 가운데 지점에 '가명정보'라는 회색지대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동성을 무시하고 개인정보와 비개인정보라는 이분법이나, 개인정보·가명정보·익명정보라는 삼분법적 형식논리를 고집할 경우 자칫 복잡다양한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고 규범력을 상실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 "4차산업혁명 기반 법제… 한국식 해법 찾아야" = 5G는 28GHz(기가헤르츠)의 초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한 초고속 이동통신 기술이다. 기존 4G에 비해 약 20배 빨라 4차산업혁명의 발전과 초연결시대 경제성장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끊어짐 없이 높은 속도로 전송되는 인터넷 네트워크가 사물인터넷(IoT) 등을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동통신 3사가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해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키는 신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며 "인공지능·클라우드와의 결합 등 주력 제조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산업구조 혁신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인정보 침해 심화

기존 개인정보 보호체계에도 혼란” 비판

 

하지만 기업들은 '8차선 고속도로를 뚫었는데 정작 도로 위를 달릴 차가 없는 모양새'라며 관련 법제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기업 및 중견기업 대표들이 지난 1월 청와대에서 개최된 대통령과의 대화행사에서 빅데이터 관련 신사업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 보호규제 완화를 최우선 사항으로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도 지난해 정부·시민단체·산업·법조 등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해커톤 회의를 개최하는 등 '가명정보의 정의 및 활용에 관한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을 해왔다.

 

반면 금융정의연대와 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법조단체 일각에서는 데이터 3법 입법이 서로 다른 기업간에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판매·공유·결합을 가속화하고 개인의 정보인권 침해를 심화할 뿐만아니라 기존의 개인정보보호 체계에도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재식별 과정을 통해 개인에 대한 특정 가능성이 상존한다면 가명처리된 개인정보 역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변호사는 "통신·금융·포털 등 수많은 기업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고객정보를 무한정 공유할 수 있다면, 이는 정보주체의 정보인권에 재앙"이라며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농협·KB국민카드 개인정보유출 사건 등 개인정보 보안문제도 재발할 수 있다"며 "개인의 소중한 정보가 자본의 논리에 따라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일을 막기 위한 튼튼한 안전장치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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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안에도 맹점… 데이터 환경 이해 부족" =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탁상행정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官)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결과 이용자에게 불편하면서 보안에도 취약한 인터넷 문화를 초래했던 'ActiveX 사태'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승재(36·변호사시험 3회)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최근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와 함께 한국 개인정보 관련 법률을 EU·일본·미국의 법률과 비교·분석한 '개인정보 수집·이용·제3자 제공에 관한 4개국 법제 비교분석' 보고서를 법무부가 발간하는 선진상사법률연구를 통해 발표했다. 


“실익 없는 동의절차 없애고

공동이용자 제도 등 도입” 주문도

 

전 변호사 등은 보고서에서 "정부와 여당이 개인정보 비식별화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개인정보 수집 동의·목적 외 이용, 제3자 제공 규제 개선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가명정보 법제를 도입해도 효과가 미비할 수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개인정보 수집 규제의 주된 맹점은 동의절차가 불필요한 개인정보에까지 실익 없는 동의(opt-in) 절차를 의무화하는 관행이 오랜기간 이어져 온 것"이라며 "형식적 동의 절차에 매몰되는 바람에 동의 만능주의가 만연하고 정보주체의 실질적 보호에는 취약한 구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보주체의 진정한 선택권 보장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동의면제요건 완화와 필수 항목 동일면제 규정 현실화 조치로 실익없는 동의절차 반복을 막아야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빠졌다"고 했다. 

 

이들은 또 "한국 법제에는 개인정보를 제공 받는 상대방이 장래 구성원이 변동될 수 있는 일정한 집단(categories of recipients)일 수 있다는 개념이 빠져있다"며 "개인정보 수집 당시 장래의 조직변동을 모두 예상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두라고 규정한 비현실적 법 제도가 관련 산업 활성화를 막아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구성원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집단이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제3자가 될 수 있도록 법 제도 내에서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의 '공동 컨트롤러(Joint Controllers)'나 일본 개인정보보호법의 '공동이용자 제도'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