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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군사법원

헌재 "낙태죄, 임산부의 자기결정권 침해… 헌법불합치"(종합)

잠정적용…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해야

낙태한 여성과 이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지난 2012년 이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법재판소가 7년만에 판단을 바꾼 것이다. 이로써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처벌되어온 여성의 낙태는 66년만에 범죄의 굴레를 벗게 됐다. 헌재는 낙태를 처벌하는 것 자체가 위헌은 아니라면서도 최소한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전(결정가능기간)까지는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우선한다고 판단하고 개선 입법을 주문해 향후 국회의 개정 논의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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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관 '7대 2'로 헌법불합치 선고 = 헌재는 11일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 자기낙태죄와 낙태시술을 한 의료진을 처벌하는 같은 법 제270조 1항 의사낙태죄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2017헌바127)에서 재판관 4(헌법불합치)대 3(단순위헌)대 2(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소원이 청구된 지 2년 2개월 만이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개선 입법시한을 2020년 12월 31일까지로 못 박았다. 이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이튿날부터 이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

 

형법 제269조 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270조 1항은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약종상이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얻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의사는 △부모가 대통령령에서 정한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거나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이 불가한 혈족·인척간 임신 △임부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에 한해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 임신 24주 이내에만 가능하다.

 

A씨는 2014년 9월 병원을 찾은 B씨의 부탁으로 낙태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6년 12월 광주지법에 공소사실의 근거가 된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해줄 것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2017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2년 8월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조산사 C씨가 낙태죄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2010헌바402)에서 재판관 4(합헌)대 4(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당시 헌재는 "모자보건법에서 우생학적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고 있음에도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로까지 그 허용의 사유를 넓힌다면 자칫 낙태죄 조항은 사문화되고 낙태가 공공연하게 이뤄져 생명 경시풍조가 확산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 "임산부의 자기결정권 침해" = 헌재는 이번 결정문에서 "헌법 제10조에서 파생되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인간이 자신의 생활영역에서 인격의 발현과 삶의 방식에 관한 근본적인 결정을 자율적으로 내릴 수 있는 권리"라며 "이 같은 자기결정권에는 여성이 그의 존엄한 인격권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고, 여기에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임신상태로 유지해 출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에서 태아의 생명 보호를 단순하게 우선하는 방식의 논리는 사실상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부정 내지 박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착상 시부터 이 시기까지를 헌재는 '결정가능기간'이라고 지칭했다)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임신한 여성의 안위는 태아의 안위와 깊은 관계가 있고,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임신한 여성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적·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의사낙태죄에 대해서도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결정가능기간 중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해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므로,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다만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경우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 각각 단순위헌 결정을 할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되므로, 단순위헌 결정을 하는 대신 각각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고 입법자(국회)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법자는 이 조항들의 위헌적 상태를 제거하기 위해 낙태의 형사처벌에 대한 규율을 형성함에 있어, 결정가능기간을 어떻게 정하고 결정가능기간의 종기를 언제까지로 할 것인지,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실현을 최적화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결정가능기간 중 일정한 시기까지는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대한 확인을 요구하지 않을 것인지 여부까지 포함해 결정가능기간과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 등과 같은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해 설시한 결정 취지 내에서 입법재량을 가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국회에서 결정가능기간과 사회적 경제적 사유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결정에서 9명의 재판관 중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결정 의견을 냈고,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의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나아가 '단순 위헌'으로 낙태죄가 즉시 실효성을 잃게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낙태죄로 기소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그 경우도 악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상당수였다는 걸 고려하면 이 조항이 폐기되더라도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낙태죄가 합헌이라는 '반대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태아는 인간으로서 형성되어 가는 단계의 생명으로서 인간의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인간의 존엄성의 정도나 생명 보호의 필요성과 관련해 태아와 출생한 사람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의견이 설시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는 그 개념과 범위가 매우 모호하고 그 사유의 충족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며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의 허용은 결국 임신한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이를 허용할 경우 현실적으로 낙태의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해 일반적인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 법조계 등 대체로 '환영' = 헌재 결정에 대해 종교계는 우려를 표시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낙태죄 비범죄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번 결정이 안전한 낙태를 위한 보건의료 제도의 확충, 태어난 아이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양육 환경 조성 등 사회 전반의 인권 수준 향상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김호철)도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임을 인정한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나아가 국회와 행정부가 심판대상조항과 관련 법규를 이번 결정의 취지에 부합하게 조속히 개정·적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조현욱)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타당하다"면서 "다만 여성의 자기결정권 못지 않게 태아의 생명권 역시 소중한 것이므로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해 성교육과 피임 교육, 여성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차별 없이 키울 수 있도록 사회 환경과 인식이 개선되어야 하며 혼인 외 관계에서 출생한 자녀도 자유롭게 출생 신고해 인격 주체로서 정당한 의료서비스 및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충윤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낙태죄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및 건강권을 침해해왔다"면서 "남성이 여성과 함께 병원을 가는 등 임신중절 행위를 돕는 경우 방조범으로 처벌받았다는 점에서 남성의 권리 역시 침해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향후 성교육과 피임 교육, 혼외 관계에서 출생한 자녀도 인격 주체로서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제도 마련 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헌재 결정 후 즉각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존중하며, 관련 부처가 협력해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개선 입법 과정에도 관심 집중 = 헌재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앞으로 국회가 어떻게 개선입법을 할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한 변호사는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 개정논의가 시급하다"며 "임신기간에 따라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내용의 대체 입법과 임신중절 관련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건강보험 급여화 등 관련 법령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를 허용하는 해외 국가에서도 나라 별로 구체적인 방식은 법제도와 문화에 따라 다른데, 여성의 건강과 생명권을 조화하면서도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임신중절이 가능한 시기을 임신 몇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전반의 합의점을 모아가야 한다. 전문가와의 상담이나 숙려기간 등 해외사례를 고려한 부작용 완화방안도 깊이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헌재 결정이 낙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이미 처벌을 받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2011년 6월 대법원은 헌재의 헌법불합치를 위헌 결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2008도7562). 또 2014년 5월 개정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2항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3항은 '제2항에도 불구하고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해당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하여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2년 8월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조산사 B씨가 낙태죄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2010헌바402)에서 재판관 4(합헌)대 4(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한 로스쿨 교수는 "헌재의 결정은 장래효가 원칙이지만 헌법재판소법 제47조 3항에 따라 형벌규정에 대한 것은 종전 합헌 결정있는 경우 결정이 있은 다음날로 소급해 상실한다는 소급효를 인정한다"며 "따라서 이번에 잠정적용되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어도 △2012년 합헌 결정 이후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과 △2020년 12월 31일 개선입법 전까지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 모두 재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도수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헌재의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이전에 낙태죄로 처벌받은 사람들의 재심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를 두고 의견이 조금 갈리고 있다"며 "하지만 낙태죄는 형사처벌을 받는 사건이라 헌법불합치 판결 이전에 처벌을 받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내가 왜 위헌인 법 때문에 처벌을 받느냐'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재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심의 경우에도 모든 사건들에 대해 다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헌법재판소법 제47조 3항에 따라 2012년 8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합헌 판결 이후에 낙태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들만 재심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도 "지난 합헌 결정 이후의 사건에 대해서는 재심이 가능할 것"이라며 "대법원이 2011년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를 제한없이 인정했고, 2014년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되면서 위헌 결정이 난 사건이 이전에 합헌으로 결정을 받은 적이 있다면 그 결정 다음 날로 소급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재심 가능 여부를 명확하게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한 판사는 "대법원 판결이 있어 하급심이 진행되는 각개 재판부가 이를 참고해 판단을 내릴 수는 있겠지만 기초로 삼는 정도이지 이를 통해 전부 재심이 되어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종수 변호사는 "헌재 결정에 따라 2020년까지는 원칙적으로는 현행법에 따른 판결 선고가 가능하지만, 법원이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내용을 존중해 관련 형사사건이 진행중인 경우에는 기일을 추정한 후 개정된 법 내용에 따라 판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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