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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에 의한 살인, 국민참여재판 필수 대상으로' 입법 추진

법조계·학계, '참여재판 대상사건 확대'에 공감대

고의에 의한 살인범죄 사건은 원칙적으로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해서만 재판하도록 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판사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재판 과정에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해 함께 판단함으로써 '사법의 민주화와 투명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이 같은 내용의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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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재판 신청율, 대상사건 4%에 불과 =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사법참여를 확대해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는 한편 법정 중심의 투명한 재판을 통해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08년 도입됐다. 현재 참여재판은 피고인의 신청에 의해 이뤄지는 '신청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피고인이 원치 않거나 법원의 배제결정이 있으면 참여재판을 할 수 없다.

 

제도 도입 초기 참여재판 대상사건은 살인이나 강간치사 등 형량이 높은 사건들에 국한돼 있었지만, 2012년 법 개정에 따라 1년 이상의 징역·금고 등에 해당하는 형사합의부 관할 사건 전체로 범위가 확대됐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08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5701건의 참여재판 신청이 있었는데, 피고인이 신청을 철회하거나 법원이 배제한 경우를 제외하고 40%가량인 2267건이 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같은 기간 국민참여재판법상 전체 대상사건은 모두 14만3807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참여재판 신청율은 4%, 실시율은 2%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김 의원은 개정안에 참여재판 대상사건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6월 대법원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의 건의를 반영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고의에 의한 살인범죄(미수·교사죄 포함)와 이에 준하는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심판하도록 '필수적 대상사건'으로 정하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국민참여재판 배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이에 대한 기각결정은 즉시항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참여재판 관할법원도 소규모 지원을 제외한 모든 지법 본원·지원으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판사가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할 때 배심원의 평결이 헌법·법률·명령·규칙에 위반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하도록 규정해 배심원 평결의 효력을 강화했다. 평결이 성립되지 않은 경우에는 배심원 평결 없이 판결을 선고하도록 하되, 이 경우에도 배심원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재판장이 변론 종결 후 법정에서 배심원에게 피고인과 변호인 주장의 요지뿐만 아니라 검사 주장의 요지도 설명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법상 만 20세 이상인 배심원과 배심원후보예정자의 연령 기준을 민법상 성년에 맞춰 만 19세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도 담겼다.

 

김 의원은 "참여재판은 '전관예우'나 '무전유죄·유전무죄' 등의 논란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참여재판 활성화를 통해 국민이 주인인 사법의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게 하는 한편, 그동안 운영 과정에서 지적된 일부 미비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 변호사·학계도 대상사건 확대 공감 = 법조계·학계 전문가들도 대상사건 확대 등 참여재판 활성화 방안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의원과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가 공동 개최한 토론회에서 "현재 (형사)합의부 전체 사건 중 연간 300여건만이 참여재판으로 종결되고 있는데, 이는 양적으로도 너무 적을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사법 신뢰를 증진시키기에 미흡하다"며 "참여재판 대상사건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 교수는 이날 '국민참여재판의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피고인의 신청이 없더라도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 직권이나 검사의 신청에 따른 결정으로 참여재판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참여재판을 허용할지는 사건 수와 사안의 중대성, 국민적 관심과 필요성, 법원의 업무부담, 법원 예산 한도 등을 감안해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사법부의 물적·인적 시설을 충원하면 연간 700~1000건은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법정형이 장기 3년이나 5년 이상의 징역·금고인 죄는 단독판사 관할이더라도 참여재판의 대상사건으로 규정하거나 △사형·무기징역이 가능한 중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강제주의나 배제주의를 채택하는 대신 기타 일정 정도의 범죄에 대해서는 신청주의를 유지하는 이원적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한 교수는 배심원 평결의 효력 강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배심원 평결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돼 있지만, 판사가 배심원 평결 결과와 다른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그 이유를 기재하도록 해 '강한 권고적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는 "배심원 평결이 권고적 효력만 가지기 때문에 피고인이 참여재판을 철회하는 경우도 있을 뿐만 아니라 배심원 후보자의 출석율이나 참여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배심원의 유무죄평결과 법관의 판결이 93.2% 일치한다'는 통계처럼 현 단계에서는 법원이 배심원 평결을 존중하는 동시에 예외적 사유가 없는 한 기속되도록 '약한 기속적 효력'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참여재판 확대에 따른 헌법상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등 위헌성 문제에 대해서는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하더라도 1심 재판부가 그와 달리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항소심에서 다시 한 번 사실 인정과 법률 적용에 대해 법관이 재판하기 때문에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 합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여운국(52·사법연수원 23기) 대한변협 부협회장도 지정토론에서 참여재판의 위헌성 문제를 제거하기 위해 개헌을 통해 헌법상 '법관에 의한 재판받을 권리'를 '법원에 의한 재판받을 권리'로 바꾸는 한편 개헌 전이더라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면 배심원 평결을 존중하도록 규정하는 등 헌법적·법률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 부협회장은 "고의에 의한 살인사건이더라도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부인하거나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경우 등은 간단치 않다"며 "충분히 참여재판을 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법원 청사 사정이 대부분 좋지 않다보니 참여재판 사건 수를 지금보다 늘리려 해도 시설이 따라주지 못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국회에서 예산도 충분히 확보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보 이장호 기자는 "참여재판의 궁극적 확대를 위해서는 특정 범죄 사건을 참여재판 의무대상으로 정해 강제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특정범죄 사건을 필수적 참여재판 대상으로 할 경우 살인 등 중범죄가 포함될텐데, 배심원들이 증거에 나온 참혹한 영상이나 사진 등에 노출되기 마련"이라며 참여재판 확대와 함께 배심원들을 위한 심리치유 프로그램 도입을 제안했다.

 

반면 신희영(38·37기)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는 "국민참여재판 도입 취지와 활성화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고의에 의한 살인 등을 '필수적 대상사건'으로 하면 참여재판 사건 수는 늘릴 수 있겠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도 당연히 '나쁜 범죄'인만큼 여러 가지 의견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검사는 "참여재판의 취지는 판사나 검사의 단편적인 시각의 법 적용보다는 일반 국민이 재판 과정에 참여해 다양한 시각으로 판단해 국민들이 봤을 때 판결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참여재판 대상사건은 누가 보더라도 나쁘기 때문에 오류가 날 가능성이 적은 사건보다는 명예훼손죄처럼 국민들이 여러 시각에서 봤을 때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사건이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사건에서 배심원 전원일치 의견으로 내려진 무죄평결에 이어 판사도 무죄를 선고한 경우에는 검사의 항소를 제한토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됐지만 의견이 엇갈렸다.

 

한 교수는 "참여재판에서의 검사 항소율이 일반 합의부 사건의 항소율보다 높지만, 항소심에서 원심이 파기되는 확률은 낮다"며 "검사 항소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결론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배심원 전원일치의 무죄평결을 법원이 수용해 무죄 판결했더라도 사망이나 중상해와 같이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강력범죄는 검사가 항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신 검사는 "검사의 항소권 제한은 피해자의 재판진술권 보장과 연결돼 있다"며 "피고인이 무죄를 받았을 때 검사의 항소를 제한하면 가장 억울한 것은 피해자로, 항소심 절차의 문을 닫아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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