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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1. 보험법

모집인 설명의무 위반으로 ‘착오 계약’… 보험계약 취소 가능
채권소멸기간 임박한 경우 시효 중단을 위한 재소송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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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도 보험법 분야에서 중요한 판결이 선고되었다. 개인퇴직계좌 자산관리보험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한 보험계약자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 타차운전담보특약에서 동승자를 하차시키기 위한 멈춤 상태와 정차 해당 여부, 생명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 이전을 위하여 보험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지, 보험금 청구권의 시효 소멸을 막기 위한 재소송이 허용되는지, 암보험과 적성자불이익원칙, 보험계약이 무효인 경우 보험계약자 및 보험수익자가 수령한 보험금을 반환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되었다. 이하에서 살펴본다.



1. 설명 듣지 못한 계약자의 계약취소가능성 여부 -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다229536 판결
가. 사안

이 사건 원고는 피고 생명보험회사에 근무하다 2009년 4월 경 퇴사한 A이며, 같은 시기에 퇴직한 B, C, D, E는 선정당사자이다. 이들은 퇴직 후인 2009년 5월 경 피고 보험사로부터 개인퇴직구좌(IRA)에 대한 설명을 듣고 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2010년 5월 17일 법률 제103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정하는 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의 설정 등에 관한 '개인퇴직계좌 자산관리보험'에 가입하여 부담금을 납입하였으며 그 무렵 퇴직소득세를 납부하였다. 이들의 납입부담금은 최저 1억5000만원에서부터 최고 2억2000만원이었다. 원고 등은 ①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취소하였으므로 부당이득의 반환 내지 원상회복으로 위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 등이 낸 납부금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② 피고 보험사가 계약목적의 불능을 알면서도 원고 등과 위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에 따른 부담, ③ 보험자로서 신의칙상 고객보호의무 및 설명의무와 보험계약에 있어서의 적합성원칙을 위반하였으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원고 등 각자에게 2500만원씩의 위자료를 달라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 보험사는 선정자들은 퇴직급여의 80% 미만을 부담금으로 납입하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과세이연에 해당할 수 없었고, 원고 A만이 과세이연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급여를 일시금형태로 수령할 경우에 대비하여 한시적 퇴직소득세 30% 경감혜택을 누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과세이연을 신청하지 않았으며, 나아가 과세미이연의 경우 이후 해지를 하게 되면 이자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원고에게 설명하였으며, 과세미이연의 경우에도 연금수령이 가능하므로 이 사건 계약체결에 피고 보험사의 기망행위나 계약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설명의무나 고객보호의무 위반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제1심 법원(청주지법 2015. 8. 13. 선고 2014가합3266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제2심 법원(대전고법 2017. 4. 25. 선고 (청주)2015나11398 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원고와 피고 모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나. 대상판결

보험회사 또는 보험모집종사자는 고객과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모집할 때 보험료의 납입, 보험금·해약환급금의 지급사유와 그 금액의 산출 기준, 변액보험계약인 경우 그 투자형태 및 구조 등 개별 보험상품의 특성과 위험성을 알 수 있는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을 명확히 설명함으로써 고객이 그 정보를 바탕으로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고객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여기서 보험회사 또는 보험모집종사자가 고객에게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설명을 하여야 하는지는 보험상품의 특성 및 위험도 수준, 고객의 보험가입경험 및 이해능력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중략) 그리고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은 반드시 보험약관에 규정된 것에 한정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보험약관만으로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험회사 또는 보험모집종사자는 상품설명서 등 적절한 추가자료를 활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개별 보험상품의 특성과 위험성에 관한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 보험회사 또는 보험모집종사자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고객이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착오에 빠져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러한 착오가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착오를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적어도 동일한 내용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면, 위와 같은 착오는 보험계약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에 해당하므로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보험계약자들이 세금감경혜택을 원하였는데 이 사건의 보험계약에 가입하여야만 세금감경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였다는 점 및 보험금을 연금형식으로 수령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한 점에서 보험계약자의 착오를 인정한 대법원의 판시는 타당하다.


2. 타차운전담보특약에서 동승자 하차 위한 멈춤 상태와 정차 여부 -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6다202299 판결
가. 사안

A씨는 2012년 7월 B씨 소유의 그랜저 차량을 운전하다 동승한 B씨를 내려주려고 서울 성북구의 편도 2차선 도로에 차를 세웠다. 그런데 B씨가 차량 문을 여는 순간 차량과 인도 사이의 공간을 지나가려던 오토바이 운전자 C씨가 문에 부딪혀 넘어지면서 C씨가 큰 부상을 입었다.

  

당시 A씨의 남편이 가입한 롯데손해보험 계약 내용중에는 '피보험자(그 배우자 포함)가 다른 자동차를 운전 중(주차 또는 정차 중 제외) 생긴 사고로 인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손해를 입은 때에는 피보험자가 운전한 다른 자동차를 피보험자동차로 간주하여 보통약관에서 규정하는 바에 따라 보상한다'는 약관이 있었다. 또 B씨가 악사손해보험과 체결한 자동차종합보험계약에는 '기명피보험자 이외의 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던 중에 발생된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다만 대인배상Ⅰ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함)'는 내용의 특별약관이 있었다. C씨가 가입한 보험사인 삼성화재는 C씨에게 치료비 등으로 2억92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뒤 B씨가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가입한 악사손해보험으로부터 책임보험금 1억2000만원을 받았다. 이후 A씨와 B씨, 그리고 두 사람이 가입한 악사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나머지 1억72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서울중앙지법 2015. 6. 25. 선고 2014가합570757 판결), 제2심(서울고법 2015. 12. 3. 선고 2015나2037359 판결) 법원은 A씨는 운전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자로서, B씨는 가해차량의 운행자로서, 롯데손해보험은 특별약관에 따라 보험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였다. 다만 C씨도 차량과 인도 사이의 좁은 차로를 운전하면서 차량에서 내리는 사람이 없는지 충분히 살펴보지 않은 과실이 있으므로 A씨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65%로 제한한다고 하면서, A씨와 B씨, 롯데손해보험이 연대해 1억1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B씨의 보험사인 악사손해보험은 특별약관에 의해 면책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 중 롯데손해보험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나. 대상판결

운전자가 승객을 하차시키기 위해 차를 세우는 경우는 이 사건 타차운전담보 특별약관에서 정한 정차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정차를 주차와 유사하게 볼 수 있는 정도로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주차와 정차에 관한 규정의 문언이나 체계 등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에서 운전자가 자동차를 정지시킨 것은 승객을 하차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그러한 정지 상태는 정차에 해당하고, 이 사건 사고는 정차 중 발생한 사고로 볼 수 있다.


3. 생명보험에서 보험계약자 지위 이전과 보험자 동의 -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다235647 판결
가. 사안

소외 망인 K는 피고 보험사와 2012년 11월 21일 자신의 딸인 X와 Y를 각 계약의 피보험자로 하는 2건의 연금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연금보험계약은 상속연금형으로 ① 피보험자(제1보험계약은 X, 제2보험계약은 Y)가 살아있는 동안은 K에게 매월 일정금액의 연금을 지급하고, ② 피보험자(X, Y) 사망 시에는 법정상속인에게 일시금과 사망당시의 연금계약 책임준비금을 합친 돈을 주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 사건 연금보험계약액은 제1보험계약 7억 원, 제2보험계약 5억 원으로 K는 보험료 11억9120만원을 일시금으로 냈다. 결국 이 사건 2건의 연금보험계약은 K가 보험계약자 겸 살아 있는 동안의 보험수익자이고, 각 연금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X 또는 Y가 사망 시에는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들이 일시금(제1보험계약 7000만 원, 제2보험계약 5000만 원, 각 책임준비금)의 보험수익자이다. K는 정상적으로 연금보험금을 수령하던 중 2013년 9월 27일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여 망인 사망시 이 사건 제1보험계약의 ‘즉시연금보험금’을 X에게, 이 사건 제2보험계약의 ‘즉시연금보험금’을 Y에게 각각 유증한다고 기재하였다. 그런데 X와 Y는 피고 보험사에게 자신들을 이 사건 제1·제2보험계약의 보험계약자로 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피고 보험사는 이를 거절하였다. 그러자 X와 Y는 자신들이 각기 이 사건 제1·제2보험계약의 보험계약자의 지위에 있음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 법원(서울중앙지법 2016. 1. 8. 선고 2015가합534383 판결)은 C씨가 보험금이 아닌 연금보험 자체를 이전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원고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제2심 법원(서울고법 2017. 5. 16. 선고 2016나2008501 판결)은 유증의 자유나 재산처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일반적인 계약인수와 달리 유증에 의한 경우에만 보험계약의 상대방인 보험자의 동의나 승낙이 필요하지 않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제1심을 취소하고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나. 대상판결

보험계약자의 지위 변경은 피보험자, 보험수익자 사이의 이해관계나 보험사고 위험의 재평가, 보험계약의 유지 여부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생명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변경하는데 보험자의 승낙이 필요하다고 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의 승낙이 없는데도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 보험계약상의 지위를 이전할 수는 없다. 유증은 유언으로 수증자에게 일정한 재산을 무상으로 주기로 하는 단독행위이지만, 유증에 따라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이전하는 데에는 보험자의 승낙이 필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료를 전액 지급해 보험료 지급이 문제되지 않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유언공정증서에는 유증의 대상이 '무배당 AIA 즉시 연금보험금'이라고 기재돼 있는데, '연금보험금'과 '보험계약자의 지위' 자체는 엄연히 구분되는 것이어서 연금보험금을 연금보험계약의 계약자 지위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에 반할 수 있다. 유언공정증서를 통해 A씨 등에게 유증한 재산은 두 연금보험에 기초한 연금보험금청구권이지, 연금보험상의 계약자 지위로 볼 수 없다.


4. 시효 소멸 막기 위한 재소송 가부 -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안

이 사건 보험회사는 23년 전인 1995년 12월경 이 사건 제1심 공동피고 중 1인인 ‘A’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현대자동차 주식회사, 보험가입금액: 950만4000원, 보험기간: 1995년 12월 27일부터 1997년 12월 26일까지, 보증내용: 쏘나타 자동차 할부금 납입채무 지급보증으로 하는 할부판매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 ‘B’는 위 보증보험계약에 따라 ‘A’가 이 사건 원고 보험사에게 부담하는 모든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현대자동차는 ‘A’가 할부금납입채무를 3회 이행하지 아니하자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하여 원고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였고, 이 사건 원고 보험사는 1996년 7월 23일 현대자동차에게 보험금으로 760만951원을 지급하였다. 이 사건 원고 보험사는 ‘A’와 ‘B’를 상대로 구상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1997년 4월 8일 승소판결을 받아 그 무렵 확정되었으며, 그 후 원고 보험사는 233만7933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나머지를 지급받지 못한 채 10여년이 가까워져 채권소멸시효가 완성될 우려가 생기자 시효연장을 위하여 구상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07년 2월 1일 “1876만7816원과, 그 중 526만3018원에 대하여 2006년 6월 30일부터 갚는 날까지 연 18%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이행권고결정을 받아냈고, 이 결정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제1심법원(서울중앙지법 2017.4.26. 선고 2016가소284576 판결)은 10년 전 내려진 이행권고결정과 같은 내용으로 원고 보험사 승소로 판결하였다. 이 판결에 대하여 공동피고 중 보증인이 항소하였다. 제2심법원(서울중앙지법 2018.1.31. 선고 2017나43304 판결)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항소심은 구상금존재의 확인을 구한 이 사건 원고 보험사의 청구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이에 피고가 상고하였다.

나. 대상판결
[다수의견]
확정된 승소판결에는 기판력이 있으므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그 상대방을 상대로 다시 승소 확정판결의 전소와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그 후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에는 그 시효중단을 위한 소는 소의 이익이 있다. 나아가 이러한 경우에 후소의 판결이 전소의 승소 확정판결의 내용에 저촉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후소 법원으로서는 그 확정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모든 요건이 구비되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시 심리할 수 없다. 대법원은 종래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에는 그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는 소의 이익이 있다는 법리를 유지하여 왔다. 이러한 법리는 현재에도 여전히 타당하다. 다른 시효중단사유인 압류·가압류나 승인 등의 경우 이를 1회로 제한하고 있지 않음에도 유독 재판상 청구의 경우만 1회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보아야 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또한 확정판결에 의한 채무라 하더라도 채무자가 파산이나 회생제도를 통해 이로부터 전부 또는 일부 벗어날 수 있는 이상, 채권자에게는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는 것이 균형에 맞다(이에 대하여 대법관 4명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논란은 있지만 압류나 가압류는 1회로 국한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시효소멸을 막기 위한 관점에서 소송을 1회로 제한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권리를 행사하고자 하는 채권자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채무자보다 더 보호받아야 한다는 사상에 비추어 볼 때 다수의견은 타당하다. 그 이후 대법원(대법원 전원합의체 2018.10.18. 선고 2015다232316 판결)은 시효중단만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가능한 쪽으로 판결하였다. 그리하여 이제는 소멸시효기간 10년이 임박하지 않아도 시효중단을 위한 새로운 유형의 확인소송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확인소송에서는 소멸시효 완성 등을 포함한 청구권의 존부 및 범위와 같은 실체적 법률관계에 관한 심리를 할 필요가 없고, 채권자는 청구원인으로 전소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점과 그 청구권의 시효중단을 위해 후소가 제기되었다는 점만 주장하고 전소 판결의 사본과 확정증명서 등으로 이를 증명하면 되며 법원도 이 점만 심리하면 된다. 즉 간이화된, 신유형의 확인소송을 인정한 것이다.


5. 암 해당 여부와 작성자불이익원칙 -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7다256828 판결
가. 사안

K는 2015년 2월 한 외과의원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직장에서 0.4cm 크기의 용종이 발견돼 용종 절제술을 받았다. 병리전문의가 종양 발견 보고서를 썼고, 주치의가 이 보고서를 검토한 뒤 한국표준질병 분류번호 상으로 C20에 해당하는 직장의 악성 신생물, 즉 암 진단을 내렸다. K는 대학병원에서도 같은 진단을 받았다. K는 미리 가입해둔 보험계약에 따라 2개의 보험사에 암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들은 암이 아니라 경계성 종양이라는 이유로 진단 보험금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K는 직접 보험금청구 소송을 냈다. K가 가입한 보험약관을 보면 당시 한국표준질병분류 상으로 C15번에서 C26번 사이로 분류되는 용종은 암 진단을 받는다. 법정에서 K는 보험사들이 약관에 적혀있는 내용인데도 보험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9700만원에 지연이자까지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제1심(서울중앙지법 2016. 8. 12. 선고 2015가단5332561 판결), 제2심(서울중앙지법 2017. 8. 10. 선고 2016나57177 판결)은 보험사들이 암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암 진단을 인정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나. 대상판결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제3편 및 제4편의 악성 신생물의 분류기준과 용어에 의할 경우, 충수가 아닌 직장에서 발생한 유암종은 ‘M8240/3'에 해당하는 악성 신생물로서, 질병 분류번호 ‘C20’으로 분류하는 것이 그 분류기준과 용어에 충실한 해석이다. 결국 보험약관 해석의 관점에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보험사고 또는 보험금 지급액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으로 규정한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분류기준과 그 용어에 충실하게, 이 사건 종양을 악성 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인 암으로 보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고, 그러한 해석의 객관성과 합리성도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보험사고 또는 보험금 지급액의 범위와 관련하여,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이 규정하는 ‘암’은,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어 약관 조항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이 규정하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하여, 상세불명의 직장 유암종은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소화기관의 악성 신생물’에 해당하므로 질병 분류번호 ‘C20’이 부여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한국표준질병분류는 과거에 충수가 아닌 다른 장 내 부위에서 발생한 원인 모를 종양은 모두 암으로, 충수에서 발생한 종양은 경계성 종양으로 분류했으나 현재는 발병 부위에 상관없이 모든 종양을 암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최근 질병분류 체계 상에서 모든 종양을 암으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유암종도 대부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C코드’를 부여받고 있는 사정을 감안하여 대법원이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사안의 경우에는 형태 분류번호 ‘M8240/3’을 부여하였던 경우로서 현실적으로 그에 대하여 많은 의사들이 D코드를 부여하고 있으나 C코드를 부여하는 것도 가능한 경우이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보험자 입장에서는 보험료 조정 등 보험단체 관리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6. 보험계약 무효와 계약자 및 수익자 수령 보험금 반환 - 대법원 2018년 9월 13일 선고 2016다255125 판결
가. 사안

이씨와 이씨의 가족들은 2010년 2월부터 1년간 간병보험 등 보장내용이 유사한 47개의 보험에 가입했다. 이씨는 2010년 4월 허리뼈 염좌 등으로 15일 입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4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수차례 입원치료를 받으며 X손해보험으로부터 총 1037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X손해보험은 "이씨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취득하기 위해 보험을 체결했으므로 보험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하면서 보험계약 무효와 이미 지급한 1037만원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광주지법 2016. 1. 28. 선고 2014가합58056판결)은 원고승소 판결했다. 제2심(광주고법 2016. 9. 9. 선고 2016나10949 판결)도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했지만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다른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은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일종이므로, 계약 무효로 인한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제3자를 상대로 그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하면서 "보험계약자가 이씨의 배우자에서 이씨로 변경된 일부 보험의 경우, 이중 이씨가 계약자가 아닌 수익자로서 받은 보험금 222만원은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하면서 1037만원에서 222만원을 뺀 815만원만 반환하라고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X손해보험이 이모씨를 상대로 낸 계약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일부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나. 대상판결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험계약을 악용해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행심을 조장함으로써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위험발생의 우발성을 파괴하며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희생을 초래하여 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게 되므로 이 같은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이다. 보험계약자가 그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지에 관해서는 이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상태, 다수의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기해 그와 같은 목적을 추인할 수 있다. 보험계약자가 타인의 생활상의 부양이나 경제적 지원을 목적으로 보험자와 사이에 타인을 보험수익자로 하는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 계약을 체결해 보험수익자가 보험금 청구권을 취득한 경우, 보험자의 보험수익자에 대한 급부는 보험수익자에 대한 보험자 자신의 고유한 채무를 이행한 것이다. 따라서 보험자는 보험계약이 무효이거나 해제됐다는 것을 이유로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급부 반환을 구할 수 있고, 이는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이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보험사는 이씨가 보험수익자의 지위에서 받은 222만원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의 부당이득반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보험계약이 무효이면 보험자로서는 보험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고 타인을 위한 보험이라도 보험수익자도 받은 보험금을 반환하는 것이 옳으므로 이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 기존의 낙약자와 요약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다31860, 31877 판결 등)을 이 사안에 적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아니하다.


최병규 교수 (건국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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