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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지열발전로 촉발" 파장… 향후 법적인 쟁점은

법적 인과관계 입증여부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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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지진 당시 피해를 입은 대구지법 포항지원 인근 도로 사진 <사진 = 독자제공>


역대 두 번째로 컸던 2017년 포항지진이 이 지역 지열발전소와 관련이 있다는 정부조사결과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국가가 주도해 건설·운영한 지열발전소인 만큼 관련 기관과 공무원의 위법·과실 유무와 손해배상 여부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다만 이번 조사결과가 직접적 인과관계를 뜻하는 '유발(induced)'이 아닌 '촉발(triggered)'로 나타나 과학적으로는 지열발전이 미친 영향의 정도가, 법적으로는 입증책임과 위자료의 범위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닌 '촉발지진'이라고 밝혔다. 원인에 대해서는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 본진을 촉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같은 날 "현재 국가를 피고로 하는 손해배상소송이 진행중이며 (정부는)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앞서 산자부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단을 구성하고,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간 정밀조사를 진행했다.


지열발전은 수 킬로미터 지하에 물을 넣어 땅의 열로 데운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원리다. 이 과정에서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돼 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포항지진 진앙(震央)과 해당 지열발전소의 거리는 수백 미터이며, 발전소는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5차례에 걸쳐 총 1만2800㎥의 물을 주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 처음 제기된 지진피해 보상청구소송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와 포항시민 71명은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정부와 포항지열발전 등을 상대로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국가피해배상청구소송(2018가단105710)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 1월 1156명이 참여한 2차 소송(2019가합10014)도 제기됐다. 이들은 정신적 피해 위자료로 1인당 하루 5000원∼1만원씩 판결 확정 시까지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현재까지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195억원이다. 시민본부가 앞으로 두 달 간 포항 시민과 포항시에 재산을 보유한 외부 거주자 등을 대상으로 3차 소송 참가자를 모집할 계획이어서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자연재난에 준해 피해 지원금을 받은 시민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시민참여 집단소송의 대리를 맡은 이경우(55·사법연수원 26기) 법무법인 서울센트럴 변호사는 "국가가 경제성장에 기반한 산업정책을 진행하면서 활성단층 여부 등 타당성 조사를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지열발전소를 허가하고 운영한 정부와 공무 위탁 사인의 과실과 법률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진 이후 주민에 대한 구체적 지원 등 사후조치가 미흡해 이 지역 출신으로서 안타까웠다"며 "변호사로서 소송 등을 통해 주민을 지원하려는 것이고 고령자·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무료소송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신적 피해 외에 재산상 손해에 대한 추가 배상을 곧 요구할 계획"이라며 "포항시가 지진도시·암흑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희망의 도시로 다시 탄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시민본부 측은 지진피해와 정부사업 간의 인과관계가 입증될 경우 손해배상액 최대규모를 약 9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항시민 50만여명이 5년간 매일 5000원의 위자료를 받고, 부동산 소유자 15만여명이 평균 3000만원 상당의 부동산 가치 하락 및 수리비를 배상받는 경우를 상정한 금액이다. 지금까지는 포항시가 추산한 시설물 피해액 845억원, 한국은행의 집계한 직간접적 피해액 3000억원의 피해규모가 중론이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정부조사 발표 이후부터 22일까지 이 지역 주민 1000여명이 추가로 소송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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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지진 당시 피해를 입은 대구지검 포항지청 검사실 모습 <사진 = 독자제공>

 

전문가들은 최근 몇년간 동남부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 중인 지진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첫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이라는 점에 높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진에 따른 건강상 피해와 국가의 책임 등 일응의 기준이 마련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선례가 없는데다 △국가책임의 정도 △피해자 범위 △구체적 위자료 액수 등 쟁점이 많고, 무엇이 지진의 피해인가에 대한 특정이 어려워 소송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본 지진에 앞서) 미소(미세) 지진이 발생한 사실은 검증됐지만, 미소지진이 단층까지 움직이도록 하는 등 실제 지진에 미친 영향력 정도는 좀 더 입증이 되어야 한다"며 "여러 쟁점에 대한 입증책임과 법원의 적절한 소송지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지열발전소가 없었다면 지진이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가능하지만 법원은 비슷한 위자료 지급 판결에서 비교적 엄격한 측정 기준을 세워 범위를 제한해왔다"며 "(소송에서는) 국가가 지진 상황을 예측하고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현재로서는 생소한 개념인 지진피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따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소송이 제기된 데는 피해지역 주민을 방치한 정부의 무책임이 작용한 만큼 지진·환경문제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환경 전문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핵심은 배상액이 얼마인지가 아니라, 한국이 더 이상 지진에서 안전한 나라가 아님에도, 피해자 구제 기준 마련이나 내진설계기준 정비 등 제도적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현실"이라며 "불시에 재난을 당했지만 정부의 피해보전 등 사후조치가 미흡해 지역 주민의 불만도 높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진이 공동의 재난이 아닌) 개별적 피해로 여겨지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며 "소송은 몇 년이 갈 수도 있고 (각 개인이 받는) 위자료 액수도 미미할 것이다. 법조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