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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9. 형법각칙

부동산 매도인이 계약금·중도금 받고 목적물 이중매매는 배임죄
집회 참가 때 이미 교통차단 상태라도 경우 따라 일반교통방해죄 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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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동산이중매매와 배임죄에 관한 사례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이중매매 부분에 한정하고 나머지는 생략함)

부동산 매도인인 피고인이 매수인 甲 등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甲 등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을 제3자 乙 등에게 이중으로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2) 사건의 경과

1심은 유죄를 선고하였다. 2심은,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라 자기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전제에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파기환송)
[다수의견]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먼저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중략)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

(4) 판례평석

배임죄를 처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갖는 지위의 특수성에 있다. 즉 타인의 재산권에 대한 관리·처분이 매우 용이하여, 피해자의 재산에 대하여 지배적 지위에 있는 행위자의 임무 위배행위에 대한 제재인 것이다. 대상 판례는 이전에 확립된 판례를 재확인한 것으로, 다수의견이 타당함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2. 사기이용계좌의 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횡령한 사례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횡령죄 부분에 한정하고 나머지 범죄사실은 생략함)

피고인 甲, 乙이 공모하여, 피고인 甲 명의로 개설된 예금계좌의 접근매체를 보이스피싱 조직원 丙에게 양도하였고(다만 丙의 丁에 대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방조한 것은 아니다), 사기피해자 丁이 丙에게 속아 위 계좌로 송금한 사기피해금 중 일부를 별도의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임의로 인출하였다. (주: 검사는 피고인들의 丙에 대한 사기방조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사기피해자 丁에 대한 횡령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기소하였는데, 사기방죄는 인정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사실관계를 위와 같이 단순화하였다)

(2) 사건의 경과

검사는, 피고인들이 사기피해자가 송금한 금원을 인출한 행위를 횡령죄로 기소하였다.
1심과 2심은 피고인들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파기환송)

[다수의견] 송금의뢰인이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자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그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계좌명의인(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그 자금에 대하여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계좌명의인은 수취은행에 대하여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이때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송금·이체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송금·이체에 의하여 계좌명의인이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게 그 금액 상당의 돈을 반환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계좌명의인이 송금·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계좌이체에 의하여 취득한 예금채권 상당의 돈은 송금의뢰인에게 반환하여야 할 성격의 것이므로, 계좌명의인은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에 대하여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러한 법리는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의 논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의하기 어렵다.
①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는 아무런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②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하면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③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사기피해자를 더 강하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법률관계가 복잡해진다. 굳이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민사적으로 사기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 사기피해자는 계좌명의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고, 계좌명의인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삼아 접근매체 양수인을 대위하여 계좌명의인을 상대로 위탁관계에 따른 돈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있다. 아울러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피해환급금을 지급받을 수도 있다.
④ 결론적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알지 못하는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한 경우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송금인에 대하여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
송금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중 누구에 대하여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②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는 아무런 위탁관계가 없으므로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4) 판례평석

다수의견과 별개의견, 반대의견이 들고 있는 각각의 논거 모두 설득력이 있다. 다수의견은 착오송금에 관한 이전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68. 7. 24. 선고 1966도1705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975 판결,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3929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도3045 판결 등)에 비추어 횡령죄의 성립이 가능하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연 착오송금을 횡령죄로 의율하는 것이 타당한가? 착오로 자신의 계좌에 송금된 금원을 소비하였을 경우, 그 행위를 처벌하여야 하는지 여부, 처벌한다면 횡령죄로 처벌하여야 하는지,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하여야 하는지, 은행에 대한 사기죄로 처벌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견해의 대립이 있다. 먼저 송금된 금원의 소유자를 누구로 보아야 하는지 문제될 수 있다. 화폐의 경우 그 점유에 소유도 귀속된다는 혼화의 법리를 따른다면, 계좌명의인의 소유로 귀속되었기 때문에 타인의 재물임을 전제로 한 횡령죄나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는 견해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계좌를 통하여 입금액의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좌를 통해 입금된 금원은 혼화되지 않다는 논리도 가능할 것이고, 따라서 착오로 입금된 금원은 여전히 송금자의 금원이라고 전제한다면, 횡령죄도 성립 가능하다. 일반 유실물에 대하여 위탁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일반적인데, 굳이 계좌를 통하여 입금된 금원에 대하여만 위탁관계를 인정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다소 의문이 든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의 판례는 은행에 대한 사기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좌거래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송금자가 누구인지 확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유실물에 대한 점유이탈물횡령죄와는 달리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3. 사기죄에 관한 사례 (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7도17699 판결)
(1) 사실관계 (이 부분에 관한 사실관계에 한정하고 나머지는 생략함)

피고인은 비의료인으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면허를 갖춘 의료인을 통해 환자 등에 대한 진료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그 후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실손의료보험계약에 따라 실손의료비 청구를 위하여 진료사실증명 등의 발급을 요구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은 이를 발급하여 주었다. 실손의료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환자들은 이를 이용하여 보험회사에 실손의료비를 청구하여 지급받았다. 피고인은 실손의료비에 관하여 위 진료사실증명 등의 발급을 통해 보험회사를 기망하여 피보험자들로 하여금 실손의료비를 받도록 하였다는 취지로 기소되었다.

(2) 사건의 경과

1심은 유죄를 선고하였다. 2심은 직권으로 이 부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그 이유는 아래에서 보는 대법원 판결요지와 대체로 같다.

(3) 대법원 판결요지 (상고기각)

상법 제737조, 제739조의2, 제739조의3의 규정과 실손의료보험이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의 질병 또는 상해로 인한 의료비 상당의 손해를 보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는 점을 종합해 보면, 실손의료보험에는 상법상 상해보험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고, 그 경우 인보험인 상해보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손의료보험에서도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수익자만이 보험회사에 대해 실손의료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반면 피보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으로서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로부터 그에 따른 진료비를 지급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보험수익자의 청구에 응하여 진료사실증명 등을 발급해 줌으로써 단순히 그 보험금 청구 절차를 도울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보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되어 개설된 것이라는 사정은 해당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회사의 실손의료비 지급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라고 보아야 하고, 설령 해당 의료기관이 보험회사 등에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채 보험수익자에게 진료사실증명 등을 발급해 주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4) 판례평석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을 통한 진료행위 및 그에 따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청구에 관하여 대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적법하게 개설되지 아니한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등의 요양급여를 실시하였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자격이 없다(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4다229399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2다7238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마치 의료법에 의하여 적법하게 개설된 요양기관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요양급여비용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기망행위에 의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하며, 설령 그 의료기관의 개설 명의인인 의료인이 직접 환자들을 상대로 의료행위를 하였다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하였는바(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4도13649 판결), 그 판결의 타당성에 대하여는 견해가 나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진료행위를 받은 이후 그 의료기관에서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 실손의료비를 청구할 때에, 그 비의료인이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이를 제3자로 하여금 금품을 교부받게 하는 사기로 보아야 하는가? 대법원이 설시한 것처럼, 의료기관의 행위는 실손의료비 청구를 돕는 것일 뿐 직접 실손의료비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며, 그 의료기관이 의료법에 위반되어 설립되었다는 것도 실손의료비의 지급 장애사유로 작용할 수 없다. 위 대법원 판례는 그 외에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자동차보험의 피보험자 등에게 교통사고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였을 때 피해자로 하여금 보험회사 등에 대해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라 보험금 등을 자기에게 직접 지급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을 근거로, 의료기관의 보험회사 등에 대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청구는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4. 일반교통방해죄에 관한 사례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1408 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상근간부로서 ‘대외협력실장’의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 2015. 11. 14. 15:00경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서울시청 부근 호텔 앞에서 집회 중이던 시위대에 합류하여 같은 날 16:00경까지 서울 중구 태평로 앞에 설치된 경찰 1차 차벽 앞 등지에서 집회 참가자 68,000여 명과 함께 도로의 전 차로를 점거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을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하였고, 피고인은 자신은 이미 경찰에 의하여 이미 차량이 통제되어 그 통행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 있던 도로를 점거하였던 것이기 때문에 교통방해의 위험을 초래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무죄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2) 사건의 경과

1심은 유죄로 판단하였다. 2심은 ‘이미 교통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의 도로를 다수인이 행진하여 점거하는 것은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은 경찰의 교통통제 및 차벽설치로 인하여 교통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도로로 걸어 나간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것만으로는 교통방해의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평가할 수 없다. 한편 승계적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는 확립된 법리에 따르면, 집회참가자들의 도로점거가 완료된 이후에야 시위에 합류한 피고인에게 차벽 설치 전 다른 집회참가자들이 행한 도로점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이 다른 집회참가자들과 도로점거를 사전에 공모하였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의 죄책도 물을 수 없다.’라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상고기각)

가. 형법 제185조는 일반교통방해죄에 관하여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일반교통방해죄는 일반 공중의 교통안전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육로 등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밖의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여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므로 형법상의 일반교통방해죄를 집회와 시위의 참석자에게 적용할 경우에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일반교통방해죄에서 교통을 방해하는 방법을 위와 같이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는 데다가 도로에서 집회와 시위를 하는 경우 일반 공중의 교통안전을 직접적으로 침해할 위험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집회나 시위로 교통방해 행위를 수반할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

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에 따라 적법한 신고를 마친 집회 또는 시위라고 하더라도 당초에 신고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거나 집시법 제12조에 따른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 그러나 이때에도 참가자 모두에게 당연히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참가자가 위와 같이 신고 범위를 현저하게 벗어나거나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데 가담하여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였거나, 참가자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 등에 비추어 그 참가자에게 공모공동정범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라야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

다.
일반교통방해죄는 이른바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교통이 불가능하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한 상태가 발생하면 바로 기수가 되고 교통방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일반교통방해죄에서 교통방해 행위는 계속범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어서 교통방해의 상태가 계속되는 한 가벌적인 위법상태는 계속 존재한다. 따라서 신고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거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른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함으로써 교통방해를 유발한 집회에 참가한 경우, 참가 당시 이미 다른 참가자들에 의해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였더라도 교통방해를 유발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순차적으로 공모하여 교통방해의 위법상태를 지속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

(4) 판례평석

일반교통방해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이 초래될 경우 성립하는 것으로 본다. 그 행위태양은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 사안의 경우 ‘기타 방법으로’ 육로를 불통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이 사안에서는 집회를 개최하여 그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는 등으로 도로 교통을 방해한 경우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집회는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는 등으로 도로 교통을 방해한 것은 맞지만, 피고인이 그 집회에 참가하였을 무렵 그러한 교통방해를 유발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순차적으로 공모하여 교통방해의 위법상태를 지속시켰다고 평가할 수 없어서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는 2심이 무죄의 근거로 본 것과는 달리 본 것이다. 2심은 교통이 이미 차단된 상태라면 더 이상의 교통방해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고, 대법원은 그럼에도 교통방해의 위험이 계속하여 존재하고, 경우에 따라 증가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즉 그 이후 가담한 자에 대하여도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파악된다. 이러한 논지라면, 위 일반교통방해를 유발시킨 집회에 참가한 피고인에게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 그럼에도 대법원이 무죄에 이른 이유는,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하여 공소장 변경이 없을 경우 방조범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여 위법은 아니라는 판례(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도4792 판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 외에 이 사안 관련하여, 집회를 개최하면서 그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지 아니하는 등 예정된 범위 내에서 집회를 하면서 유발된 도로 교통방해에 대하여 일반교통방해죄의 성립이 긍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는데, 이 판례 및 기존 판례(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55 판결,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4921 판결 등)의 취지상 이는 부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신고 없이 이루어진 집회의 경우, 그로 인하여 유발된 도로 교통 방해에 대하여 일반교통방해죄의 성립이 긍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관하여는 견해의 대립이 가능할 것 같다. 집회 신고의 취지 중 하나가 행정청으로 하여금 집회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공공의 안전에 대한 위해 예방 및 집회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행정청에 부여된다면, 신고를 한 집회와 달리 볼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신고의 이유가 행정청으로 하여금 대비하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반 공중에 대한 공지의 의미도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일반 공중에 대한 공지라는 신고 행위가 없던 이상 이러한 집회에 대하여는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가능할 수 있다.


5. 강제추행죄에 관한 사례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6도17733 판결)
(1) 사실관계 (강제추행 부분에 한정하고 나머지 범죄사실은 생략함)

피고인은 2015. 5. 3.경 피고인의 협박으로 겁을 먹은 피해자로 하여금 스스로 가슴 사진, 성기 사진, 가슴을 만지는 동영상을 촬영하도록 한 다음, 그와 같이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받았다. 검사는 피고인을 강제추행죄로 기소하였다.

(2) 사건의 경과

1심은 유죄를 선고하였다. 2심은,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하여 반드시 신체적 접촉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신체적 접촉이 없는 경우에도 추행으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성적 수치심 내지 혐오감의 정도나 그로 인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가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접촉이 있는 경우와 비교하여 동등한 정도라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라는 전제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다른 장소에 있으면서 휴대전화를 통하여 협박하여 사진 및 동영상 등을 전송받은 것으로 피해자들의 신체에 대한 즉각적인 접촉 또는 공격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해자들로서도 사법기관에 신고 등을 통하여 피고인으로부터의 위와 같은 요구나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위 각 행위를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접촉이 있는 경우와 동등한 정도로 성적 수치심 내지 혐오감을 주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파기환송)

강제추행죄는 사람의 성적 자유 내지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죄로서 정범 자신이 직접 범죄를 실행하여야 성립하는 자수범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처벌되지 아니하는 타인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는 간접정범의 형태로도 범할 수 있다. 여기서 강제추행에 관한 간접정범의 의사를 실현하는 도구로서의 타인에는 피해자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이용하여 추행행위를 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의 간접정범에 해당할 수 있다.

(4) 판례평석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에 대하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행위자 자신 또는 그 공범이 직접 간음행위 내지 추행행위를 하여야 하는지, 즉 자수범의 관점에서, 간접정범이 가능한 범죄인지 여부가 논의된다. 자수범의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 개별 구성요건의 해석에 따라 인정하는 입장, 의무범과 관련지어 진정자수범과 부진정자수범으로 나누는 견해 등이 있다. 강간죄나 강제추행죄를 자수범이라고 보아, 행위자 자신이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행위인 간음행위 내지 추행행위를 직접 하여야 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성범죄는 행위자의 성적 욕구의 충족에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 침해에 그 본질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행위자 자신이 아니더라도 타인을 도구로 이용하여 간음행위나 추행행위가 가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강제추행죄를 자수범이라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강제추행죄의 피해자가 간접정범의 도구로 이용될 수 있는가이다. 부정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된다. 개인적 법익 침해 범죄, 가령 상해죄나 손괴죄의 경우 행위자가 피해자로 하여금 자상을 입게 하거나 혹은 피해자의 물건을 스스로 손괴하게끔 함으로써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강제추행의 경우에도, 추행행위가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행위자의 신체가 접촉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그 행위태양의 맥락에 따라 추행행위인지 여부가 결정되므로, 피해자를 이용하여 추행행위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용식 교수 (서울대)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