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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법원장에게 듣는다〕 김창보 서울고법원장 “진영논리로 판사 편 가르기는 사법신뢰 갉아먹는 일”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시도로부터 법관의 독립을 수호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준엄한 요청입니다."

 

지난달 14일 취임한 김창보(60·사법연수원 14기) 서울고법원장은 6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법원장으로서 법관들이 어떠한 외풍과 압력에도 흔들림 없이 오직 헌법과 법률, 그리고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여건을 만들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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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최근 진영논리에 따라 판사를 편가르는 세태를 '사법신뢰를 갉아먹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사법신뢰를 훼손하는 가장 큰 문제는 진영논리에 따라 판사를 편가르기 하고 어느 방향으로 몰고가는 것입니다. 법치주의에 엄청난 위해를 가하는 것이죠. 물론 법관도 사람인지라 성향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법관이라면 성향을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에 수많은 갈등 요인들이 있고 가장 주된 갈등은 진영논리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입니다. 그걸 재판하는 사람이 법관입니다. 진영논리에 매몰돼 외부에서 법관의 재판을 믿지 않는다면 재판기능이 유지될 수 없습니다. 법관을 편가르기 해서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고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성향이 다를수 있지만

법관은 성향을 드러내서는 안돼

 

그러면서 그는 법관들이 가져야할 덕목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게 잘 설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법원에 대한 신뢰는 법관들이 재판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당사자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그리고 쉽게 설명해 주는 것도 법관으로서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국민들이 재판용어를 외계어로 느낀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변호사가 있다고 전문용어로만 재판 진행을 하면 당사자들은 소외돼 자신의 재판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판사가 소송 당사자들에게 풀어서 친절하게 잘 설명해 주는 것도 듣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판사들이 정성을 다해 듣고, 정성을 다해 설명해주는 것으로부터 국민에게 다가서면 사법신뢰도 더 빨리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원장은 법원 안팎의 의견을 경청해 '좋은 재판'을 구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고법 내부적으로는 법관인사제도 이원화에 따라 실질적 대등재판부의 구성 및 새로운 업무 방식의 정립에 대한 요청이 있고, 외부적으로는 서울고법에서 담당하는 다양한 분야의 중요한 사건에 대한 공정하고도 적정한 처리에 대한 요구가 있습니다. 법원장 재직기간 동안 좋은 재판을 구현하기 위한 바람직한 고법 재판의 모습을 찾는 과제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좋은 재판의 구체적인 모습은 개별 재판부 별로 조금씩 다르겠으나, 그 기본은 국민의 입장에서 당사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충실한 심리를 하는 데 있을 것입니다. 법원 내·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사법행정적인 측면에서 좋은 재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업무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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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대한 신뢰는

법관이 당사자의 말 경청에서 시작


서울고법은 2019년 정기인사에서 고법 부장판사로만 이뤄진 경력 대등재판부 2개와 고법판사로 이뤄진 대등재판부 4개를 설치했다. "이번 정기인사 때 실질적 대등재판부가 설치 및 증설됐습니다. 실질적 대등재판부의 운영은 단순히 법원 내부의 재판업무 분담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판의 수요자인 국민의 관점에서 충실한 심리와 설득력 있는 결론 도출을 지향함으로써 절차나 내용 모두에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뛰어난 법률지식과 풍부한 경륜을 갖춘 부장판사로 구성된 대등재판부는 당사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재판의 이상적·모범적인 모습을 제시할 것입니다. 또 상당한 경험을 갖춘 고법판사로 구성된 대등재판부는 실질적 대등재판부의 원칙적 형태로서 실질적 3자 합의를 통한 좋은 재판의 표준적인 모습으로 정착돼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그는 법관에 과도한 업무를 맡겨 무한정 헌신하기만을 바라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관도 사람인만큼 '일·가정 양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 구성원들의 심신의 건강 없이는 좋은 재판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생애주기에 맞는 새로운 업무방식을 정립하고,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겠습니다. 지난해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소중한 법관을 영원히 떠나보내야만 하는 불행한 사건을 겪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법관에게 무한한 헌신을 요구했습니다. 대부분의 판사들은 일이 많아도 묵묵히 야근과 주말근무를 했습니다. 법관도 가정과 친지, 친구가 있는데 헌신만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업무에 비해 인원이 부족하면 인원을 보충해야하는 것이지, 개인에게 과중한 업무를 부여해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점진적으로 사건이 많이 쌓이고 처리가 늦어질 수 있겠지만 국민들도 어느 정도 용인해야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보조 인력인 재판연구원을 많이 확충해야하고, 이를 위해 국가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사법행정 측면서

좋은 재판 뒷받침할 수 있는 환경 지원

 

김 원장은 항소심이 1심의 복심(覆審)처럼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각급 법원들은 사실심 심리의 충실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은 상소율과 파기율의 점진적인 감소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항소심에서는 1심과 중복된 심리를 최소화해 심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나아가 1심 심리에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경우 추가 주장 또는 증거조사가 충실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물론 1심의 충실한 심리를 당연한 전제로 하여 항소심에서 효율적 진행의 요소만을 강조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항소심을 마치 복심처럼 운영해 한정된 사법자원을 낭비하는 것도 국민의 권리보장에 기여할 수 없습니다. 또 대법원 파기율은 5%에 불과합니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상소를 통해 대법원에서 구제받을 수 있죠. 국가적으로 엄청난 낭비입니다."


대등재판부는

좋은 재판의 모범적 모습으로 정착 기대

 

그는 전국 최대 규모의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법의 법원장으로서 법관들이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편안히 맡은 바 소임을 다 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 것을 약속했다. "사실 서울고법처럼 큰 법원에서 법원장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1차로 법원장을 한 곳이 제주지법이었는데, 복귀해서 재판하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로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보임됐습니다. 의외의 보직이었죠. 다시 법원장으로 복귀하며 아주 큰 법원을 맡게 됐습니다. 서울고법은 전국 고법 사건의 3분의 2가 모여있는 곳입니다. 재판부도 그만큼 많습니다. 물론 수원고법이 생기면 사건수는 전국 고법 사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서울고법은 대법원 못지않게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곳입니다. 대부분 마지막으로 사건의 사실문제를 다투기 때문에 어쩌면 최종심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법원의 장으로서 어깨가 무겁고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재판은 독립된 재판부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장으로서 판사님들이 외부 영향없이 편안하게 재판할 수 있도록 돌봐주는 것이 제 소임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재판 결과를 놓고 법관이 공격을 받기도 하는데 이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습니다. 재판부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재판을 소신껏 잘 할 수 있게 소통하겠습니다. 법원에서 근무한 지 30년이상 됐고, 정년까지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루빨리 법원이 안정되고 국민들이 다시 신뢰하는 법원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고 은퇴하고 싶습니다."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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