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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법관사무분담 논의… ‘지법부장’ 폐지도 검토

전국법원장 간담회

변호사시험 출신과 사법시험 출신 법관의 기수 서열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여부 등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법관사무분담 기준 문제가 전국 법원장 간담회 주요 의제로까지 올랐다. 법원장들은 이참에 사무분담과 관련한 전국적인 통일 기준을 마련할 것인지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법원장들은 지방법원 부장판사 제도 폐지 여부도 검토했다. 고법부장판사에 이어 지법부장판사 제도까지 폐지되면 법관은 대법관과 판사로만 구별돼 형식상으로는 모든 일선 판사들이 사실상 수평적 지위를 갖게 된다.

 

대법원은 7~8일 충남 태안 사법역사문화교육관에서 조재연(63·사법연수원 12기)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 37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열었다.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이후 처음 개최된 이번 간담회에서는 △법관 사무분담의 절차와 기준 △지방법원 부장판사 제도 유지 여부 △전국법원장회의 규칙 개정안에 대한 검토 및 의견수렴 등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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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장들은 우선 각급 법원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법관 사무분담 관련 절차와 기준에 대해 논의했다.

 

사무분담은 재판장과 배석판사의 구성 등 어떤 판사를 어떤 재판부, 어떤 위치에 배치할 것인지는 물론 어느 기수, 어떤 판사를 단독 재판부에 배치할 것인지 등 인사와 관련된 문제라 판사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슈다. 

 

특히 최근에는 사법시험 출신과 변호사시험 출신 간 기수 서열 정리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이 문제가 더욱 부각됐다. 법원에서는 통상 기수에 따라 단독 판사나 합의부 배석판사 보임 여부 등이 정해진다. 하지만 법원별로 기준이 통일되지 않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사무분담위원회는 지난 1월말 소속 판사들을 대상으로 투표까지 실시해 변호사시험 1회 출신 판사를 사법연수원 41.5기로 대우해 사법연수원 42기 출신 판사보다 선배 서열로 대우하기로 했다. 반면 부산지법은 판사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해 지난 2016년 법원행정처가 공지한 대로 변호사시험 1회와 사법연수원 42기를 같은 기수로 대우하기로 잠정 결론냈다. 두 법원은 또 법원행정처의 새 권고안이 나오면 그에 따라 다시 논의하겠다고 여지를 남겨놨다.

 

결론은 못 내려…

법원행정처 “의견 계속 수렴”

 

이에 따라 법원장들은 이번 간담회에서 사무분담 기준에 관해 전국 법원에 적용할 통일적 권고안이 필요한지 여부를 논의했다. 법원장들은 또 법조일원화에 따라 변호사로 활동하다 법관으로 임용된 판사들의 경우 변호사 활동 기간을 배석판사 복무 기간으로 산입할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명확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전국 법원장 간담회 토의 내용을 바탕으로 사무분담 기준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의견을 확인하고 수렴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법원장들은 지법부장판사 제도 폐지 여부도 논의했다. 고법부장판사 제도 폐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관인사 환경의 변화, 사무분담상 지방법원 부장판사의 지위 변화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에서는 통상 15년차 이상의 판사들이 지법부장판사로 보임되는데, 평생법관제와 법조일원화가 시행되면서 법관들의 평균 연령과 연차가 높아져 인사적체가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법관들의 평균연령은 2010년 38.8세에서 2018년 41.7세까지 높아졌다. 현재는 인력수급 등의 문제로 경력 5년 이상의 법조인을 법관으로 선발하고 있지만, 법조일원화 제도 완전 시행으로 법조경력 10년 이상의 법조인을 법관으로 선발하기 시작하면 평균연령 상승 및 인사적체는 지금보다 훨씬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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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장들은 간담회에서 △지방법원 부장판사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 △만약 폐지한다면 지방법원 부장판사 직위를 소급해 폐지해야 하는지 등을 중심으로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쉽게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지법부장판사는 "부장판사 제도는 법원에 장기간 근무한 판사들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높이는 등 긍정적 측면도 많다"며 "선후배 판사간 위계만 없어지면 좋은 재판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부장판사도 "이러니 '젊고 경력이 짧은 판사'에게만 좋은 법원이란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전국법관회의나 법원장간담회나 최근 이뤄지고 있는 사무분담 관련 논의를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이 문제가 판사 세대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원장들은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스마트워크센터의 전국적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올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 등 전국 9개 법원에서 시범실시중인 경력대등재판부의 운영성과를 분석해 충실한 심리를 통해 재판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재판 제도 개선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이 밖에도 전국법원장회의를 실질화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의사정족수 규정 신설 여부 및 내용, 의결정족수와의 관계, 온라인 의결 규정 신설 여부 등에 대해 논의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대법관회의를 통해 전국법원장회의 규칙 제정안을 의결해 그동안 관례적으로 실시해 온 전국법원장회의의 근거 규정을 마련한 바 있다. 

 

전국법원장회의는 사법행정사무에 관해 대법원장 또는 법원행정처장이 부의한 안건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을 하며, 법원행정처장이 의장을 맡아 회의를 소집하고 안건을 부의하며 주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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