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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 도입… ‘권력분산’ 취지와 ‘정면 배치’

2021년 전면 실시 앞두고 각계서 우려 목소리

당정청이 최근 2021년 전국 시행을 목표로 자치경찰제 도입안을 발표했지만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치경찰이 국가경찰을 대신해 행사할 수 있는 수사권의 범위를 좁게 설정해 사실상 국가경찰의 권한이 그대로 존속하기 때문이다. 또 수사경찰과 행정경찰, 정보경찰이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국가경찰이 독립적인 수사권마저 이관 받게 되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이관과 맞물려 국가경찰의 비대화가 초래돼 권력분산이라는 자치경찰제의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반할 뿐만 아니라 경찰국가로 회귀할 위험성까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폐해를 막을 수 있는 통제 방안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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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안에 5개 시·도 시범실시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14일 자치경찰제 도입 관련 당정청 협의회를 개최하고 '자치경찰제 입법화'에 대한 주요 내용과 추진일정을 발표했다. 당정청은 자치경찰제를 올해 안에 5개 시도에서 시범 실시한 뒤 2021년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대표발의할 예정인 경찰법 개정안은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을 긴밀히 연계시켜 주민생활과 밀접한 영역의 치안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정청 안에 따르면 경찰은 신규 인력 증원 없이 4단계에 걸쳐 국가경찰 총 4만3000명을 자치경찰로 전환한다. 국가경찰이 대테러, 첨단범죄 등 국가 전체의 치안업무를 담당한다면 자치경찰은 일부 지역에 소속돼 생활안전과 교통, 청소년아동 문제 등 지역밀착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자치경찰은 경찰력의 운영상황과 각종 관련 통계에 관해 국가경찰과 상호 공유한다. 전시·사변 등 국가 비상사태나 테러·대규모 소요사태가 발생할 때는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는다. 

 

국가경찰의 기능은 사실상 그대로 유지…

경찰 전체 몸집만 키우는격


◇ '무늬만 자치경찰' 비판… 왜? =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 가운데 하나로 전면적 자치경찰제 시행을 주장했던 검찰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질 경찰권을 분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실효적인 자치경찰제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국가경찰의 기능이 사실상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당정청 안에 따르면 자치경찰이 행사할 수 있는 수사권은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교통사고 등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국가경찰이 담당하는 것이다. 검찰은 또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가 되려면 최소 경찰서 단위에서부터 권한 이양이 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당정청 안은 국가경찰 권한의 대폭 이양 없이 일부 단속권한만 지구대와 파출소에 준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부장검사는 "수사권 조정에 앞서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이유가 수사권을 이관받아 커질 경찰권을 분산시키기 위해서인데 이번 자치경찰제 안은 경찰권이 분산되기는커녕 오히려 커지는 내용"이라며 "비대해질 경찰권을 견제할 최소한도의 사법적, 민주적 통제방안도 없이 허울 뿐인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경찰 일각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될 경우 민생치안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고 경찰관에 대한 처우도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경찰국가로 회귀 위험성도 있어

통제 방안 마련이 필수적”

 

한 경찰 간부는 "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수사경과가 있어야 국가경찰로 갈 수 있고 수사경과가 없으면 자치경찰로 간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어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이제라도 빨리 수사경과를 취득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며 "교통 관련 업무가 자치경찰업무로 바뀌면 지역 경계가 애매할 때 누구 관할이냐를 따지느라 아무도 출동을 하지 않을 수도 있어 경찰 내부에서도 민생서비스의 질이 안 좋아 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자치경찰로 배속돼 지방자치단체 소속이 되면 재정 상태가 안좋은 경우 심하게는 월급을 걱정해야 될 상황이 오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며 "소방직의 경우 균등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방직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경찰은 반대로 가고 있다. 앞으로 처우나 지위가 열악해질 것 같아 다들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 TF 관계자는 "당정청 안을 협의하는 과정에 경찰도 참여했고 도입안에 대해 동의도 했다"며 "처우 등 일선에서 우려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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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권 견제·통제 방안 필수" = 당정청의 자치경찰제 도입안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위원장 김기식)가 발표한 '바람직한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에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미래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한 제언'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기초단위까지 국가경찰조직을 유지한 채로 별도로 자치경찰조직을 운영해 두 개의 조직을 공존하게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인력과 예산 낭비"라며 "시민들 입장에서도 어디에 신고를 해야하는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실질적으로 지방분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자치경찰제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국가경찰이 우위에서 자치경찰을 통제하는 방식이 남아서는 안 된다"며 "현행 국가경찰의 조직과 인력을 그대로 두고 자치경찰을 추가하는 형태가 되면 비대한 경찰권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키우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일각서도

“민생치안 서비스 질 저하, 경찰관 처우도 악화”

불만

 

법조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양홍석(41·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는 "현단계에서 시행하려는 자치경찰은 국가경찰을 거의 그대로 놔두고 일부 지구대 단위, 파출소 단위만 자치경찰로 전환해, 자치경찰을 새로 만드는 것인데 이는 결국 경찰 전체 몸집을 키우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자치경찰을 국가경찰로부터 독립해 운영할 담보가 없는 상황에서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면 결국 경찰 작은집들을 여러 개 더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역 치안상황에 맞는 특화된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자체와 지방의 경찰청 단위가 협력해서 지금도 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자치경찰을 만들어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자치경찰을 하는 이유는 경찰의 민주성 확보도 중요한 목표인데 현재의 안은 오히려 이에 역행한다. 이런 식의 자치경찰은 아무리 단계적 시행을 염두에 두고 있더라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결국 경찰 수사권을 어떻게 할 것인지, 수사권 전체적인 틀로 봐야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자치 실현이라는 자치경찰제 기본 취지는 좋지만, 경찰권을 조금 빼는 척하고 수사, 정보까지 다 포괄하는 경찰이 되면 권한이 너무 커지고 경찰국가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경찰권 통제방안이 필수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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