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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

"사법권 독립 풍전등화… 새로운 각오와 결단 필요"

성낙송 사법연수원장 퇴임식서 강조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구하기에 앞서 법원 가족 전부의 화합, 새로운 각오와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성낙송(61·사법연수원 14기) 사법연수원장이 13일 퇴임식을 갖고 31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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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원장은 이날 사법연수원 소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전직 사법부 수장이 재판에 넘겨진 점을 언급하며 "현재 법원은 사법사상 초유의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며 "사법부 구성원 모두 주권자인 국민을 생각하면서 법원의 발전을 위해 달려왔건만 지난 시절 우리의 잘못이 없는지 돌아보는 과정에서 그 진의를 의심받으며 생살을 에이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성 원장은 "법원을 누구보다도 사랑했다. 재판은 삶의 전부였고, 평생 법관은 운명이었다"면서도 "철석같았던 다짐이었건만 존경하는 선배 법관들과 사랑하는 후배들이 아픔을 겪고 있는 작금의 상황 앞에서 나만 홀로 빗겨 서서 안일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자문하게 됐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고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가 담긴 재판마저 진영 논리에 의하여 비난과 공격, 심지어는 수사와 탄핵의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한다"며 "어찌하여,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성 원장은 "다만 저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다른 누구를 탓하지 않으려 한다"며 "바람이 있다면 얽힌 실타래가 좀처럼 풀릴 것 같지 않은 막막함 속에서 이제 넓은 이해와 품어 안는 용서로 희망의 내일을 꿈꾸며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사법권의 독립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구하기에 앞서 법원 가족 전부의 화합, 새로운 각오와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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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는 시 구절을 인용하며 "시인의 읊조림대로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나는 한 마리 새가 되어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성 원장은 지난 법관 생활에 대해선 "처음 임관할 당시 사명감과 열정은 차고 넘쳤으나, 인간의 기본적 가치와 삶의 고뇌에 대한 성찰과 혜안은 턱없이 부족했다"며 "법정에서 저는 당사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마음을 열어 경청함으로써 그 진심을 헤아리고자 노력했고, 주재하는 재판정이 당사자들의 진심과 재판부의 노력이 합해져 선(善)을 이루는 평화의 법정, 감동의 법정이 되기를 기원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법조인의 꿈을 키웠던 사법연수원에서 원장으로 마무리 짓는 법원 생활은 부족한 저에겐 크나큰 축복이자 영광이었다"며 "월락불이천(月落不離天,달이 진다고 하늘을 떠난다는 것은 아니다)이란 말처럼 몸은 헤어져도 마음은 법원과 법원 가족 여러분 곁에 함께 하겠다"며 말을 맺었다.

 

성 원장은 이날 퇴임식 마지막에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불러 참석자들과 연수생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성 원장은 1988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관해 온화하고 부드러운 재판 진행으로 재판 결과에 대한 승복을 이끌어 낼 뿐만 아니라 아동성범죄 등에 대해서는 반사회적 성격과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엄정하게 형량을 정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양형위원회 초대 상임위원으로 양형기준 수립의 기틀을 닦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는 국내 최초로 성폭력 피해자 증인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수원지법원장 시절에는 '평화의 법정', '테마 법정'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등 다양한 사법행정 업무를 담당하면서 사법제도 개선·정착에도 노력했다. 사법연수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미국 등 선진사법국가들과의 MOU 체결, 국제컨퍼런스 개최 등 '케이 코트(K-Court)' 사법 한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래는 퇴임사 전문>


퇴  임  사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신 사랑하는 사법연수원 교직원과 49기 사법연수생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조재연 법원행정처 처장님과 강현중 사법정책연구원 원장님, 허부열 법원도서관 관장님, 임용모 법원공무원교육원 원장님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법복을 입고 서른 한 해, 가슴 벅차고 눈부셨던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영예로운 법관생활을 마감하면서 여러분들께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법조인의 꿈을 키웠던 사법연수원에서 원장으로 마무리 짓는 법원생활은 부족한 저에겐 크나큰 축복이자 영광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사랑과 헌신이 있었기에 참으로 행복했노라고 되뇌인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소중한 인연을 맺고 성원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지난 1년 동안 믿음과 열정으로 동행해 주신 연수원 교직원 여러분과 스승으로서의 기쁨을 안겨 준 연수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여러분은 하늘에서 보내 준 고귀한 선물이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연수원 이곳 저곳에서 보물을 찾는 설레임으로 출근하여 한껏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좋은 추억으로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못다 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연수원의 미래를 향한 새 이정표의 완성, 미국을 비롯한 선진사법국가들과의 MOU 체결, 국제콘퍼런스 개최를 통해 지난해 새로운 장을 열었던 국제사법협력의 고도화 작업을 끝맺지 못하고 떠납니다. 존경하는 김문석 신임 원장님을 중심으로 모두 힘을 모아 연수원의 밝은 내일을 열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끝둥이 49기 연수생에 대한 미안함은 그지없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아비의 마음으로 책임지고 멋진 법조인으로 길러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직서를 제출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다짐 때문에 고민하며 주저하였습니다. 훌륭하신 교수님들께서 같은 마음으로 여러분들을 지도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자랑스런 제자 여러분은 미래의 희망입니다. 법조인으로서 전문성을 길러야 합니다. 더불어 투철한 정의감과 소명의식, 이웃을 품고 함께 울어주는 긍휼과 배려의 마음을 겸비하여 존경과 신뢰를 받는 법조인으로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1988년 처음 법관으로 임관할 당시 사명감과 열정은 차고 넘쳤습니다. 허나, 인간의 기본적 가치와 삶의 고뇌에 대한 성찰과 혜안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다행히 30여 년의 법관생활을 통해서 이렇게나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법원은 저에게 더없이 훌륭한 학교(Schule)였습니다. 탁월한 동료 선·후배로부터 혜안과 통찰력, 홀로 있을 때라도 몸가짐을 바로 하고 언행을 삼가는 신독의 덕목을 배웠고, 다양한 사건을 다루며 신중함과 불편부당함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당사자 앞에서는 겸손을, 극심한 갈등과 대립의 현장에서 용기와 결단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법정에서 저는 당사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마음을 열어 경청함으로써 그 진심을 헤아리고자 노력했고, 주재하는 재판정이 당사자들의 진심과 재판부의 노력이 합해져 선(善)을 이루는 평화의 법정, 감동의 법정이 되기를 기원하였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모아 모두에 당사자들에 대한 약속과 스스로에 대한 다짐을 하며 재판을 시작하였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할 곳 없는 작은 음성에도 귀 기울일 수 있었고, 거짓 주장들에 묻혀져 있는 진실을 발견하기 위하여 기도하며 밤을 새우기도 하였습니다. 

  

  법원을 누구보다도 사랑했습니다. 재판은 삶의 전부였고, 평생법관은 운명이었습니다. 철석같았던 다짐이었건만 존경하는 선배 법관님들과 사랑하는 후배들이 아픔을 겪고 있는 작금의 상황 앞에서 나만 홀로 비켜 서서 안일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느 시인이 노래했죠.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그 시인의 읊조림대로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나는 한 마리 새가 되어 보렵니다.

  

  현재 법원은 사법사상 초유의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사법부 구성원 모두 주권자인 국민을 생각하면서 법원의 발전을 위하여 달려 왔건만 지난 시절 우리의 잘못이 없는지 돌아보는 과정에서 그 진의를 의심받으며 생살을 에이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고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가 담긴 재판마저 진영 논리에 의하여 비난과 공격, 심지어는 수사와 탄핵의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어찌하여,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저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다른 누구를 탓하지 않으렵니다. 바람이 있다면 얽힌 실타래가 좀처럼 풀릴 것 같지 않은 막막함 속에서 이제 넓은 이해와 품어 안는 용서로 희망의 내일을 꿈꾸며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지혜를 모아야 할 난제들을 남겨둔 채 먼저 떠나게 되어 안타깝고 송구함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사법부는 한 국가의 마지막 보루이고, 사법부 독립은 사법부 존립의 근간입니다. 국제사법협력에 관심이 많은 저는 외국법관과 교류할 때마다 사법권의 독립을 힘주어 강조하며 우리나라 사법부의 세계적 발전상을 자랑하였습니다. 현재 사법권의 독립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사법부의 독립은 우리가 지키고 꽃피워야 할 최고의 가치입니다.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구하기에 앞서 법원 가족 전부의 화합, 새로운 각오와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에게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온 경험이 있고 그러한 능력도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하나 되어 서로 격려하며 힘을 모아 법의 지배를 확립하고, 국민에게 감동과 위로를 주는 법원,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사법부로 거듭 나길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법관의 아내로 묵묵히 제 곁을 지켜준 아내와 아들과 딸, 며느리, 그리고 오늘이 있기까지 희생과 헌신을 다해 주신 병상의 어머님과 장모님에게도 감사와 사랑의 말을 전하면서 석별의 인사를 마칠까 합니다.

  

  이제 떠나겠습니다. 월락불이천(月落不離天), 달이 진다고 하늘을 떠난다는 것은 아니다 라고 한 것처럼 몸은 헤어져도 마음은 법원과 법원 가족 여러분 곁에 함께 하겠습니다. 

  

  사법부의 발전을 빌고, 법원 가족 여러분과 그 가정에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9년 2월 13일

  사법연수원장 성 낙 송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