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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일 법관 워크숍 전격 취소… 왜?

2005년부터 매년 양국 오가며 정기적 개최 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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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일본 법원이 해마다 개최하던 '한·일 법관 워크숍'이 지난해 전격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행사 취소 시점이 지난해 10월 30일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승소 판결을 한 직후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불거지고 있는 한·일 양국의 갈등이 정치·외교 무대를 넘어 양국의 사법부 교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우리 대법원과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5년부터 2017년까지 13차례에 걸쳐 매년 한·일 법관 워크숍을 개최해왔다. 대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14번째 워크숍은 지난달 12~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한·일 법관 워크숍의 기본적인 주제는 양국의 사법행정 현안들인데, 지난해에는 △사법행정의 현황과 도전과제 △성년후견제도 △지적재산권 등 상사분야에서의 국제사법교류 등이 주제로 협의되고 있었다.

 

10월 30일 

‘강제징용 피해자 손배청구’ 판결 직후

 

그런데 일본 최고재판소 사무총국(우리나라의 법원행정처에 해당)은 지난해 11월 8일 돌연 워크숍 연기를 통보해왔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2013다61381)에서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지 정확히 9일이 지난 시점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일본 최고재는 '지금 상황에서는 상호 간의 유익한 토론이 조금 어려울 수 있다. 워크숍을 연기하게 돼 한국 대법원, 그리고 한국 대표단의 구성원인 부장님, 판사님들께 대단히 죄송하다. 2019년에 워크숍을 재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알려왔다.

 

日측,

11월 8일 “토론 어려울 수도…”

일방 연기 통보

 

대법원은 워크숍 참석을 위해 항공권 발권까지 마친 상황에서 이 같은 행사 취소 통보를 받자 크게 당혹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행사 취소 통보를 받고 처음에는 '관료적 사법행정 구조 개편'이라는 우리 측 발표 주제가 관료적 사법행정 구조가 강한 일본 측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일본 측에) 전화를 해보고 나서 현재 한·일 외교 상황 때문에 행사를 취소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재판과 사법행정은 별개인데, 판결 내용과는 별개로 사법행정 교류는 계속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국 갈등,

정치·외교에서 사법부 교류까지 영향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와 사무총국 단위의 교류 뿐만 아니라 한·일 법관들 간의 사적인 교류도 활발한 편이었는데,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과의 사법교류가 단절돼 가는 것 같다"며 "일본 사법부와의 관계가 개선되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부장판사도 "대법원 판결 자체가 강제징용의 적법성 문제 뿐만 아니라 이미 일본 사법부가 원고패소 확정판결을 내린 사건을 뒤집은 것이어서 아무래도 껄끄러운 관계가 상당 시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본 사법부의 불만은 다른 곳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8~31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의 일본 출장 스케줄을 조율할 때에도 일본 법원이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개특위 위원들의 출장 목적이 주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일본 사례를 비교·연구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해하기 어려웠다"면서 "일정상 주말과 연말이 겹쳐 일본 관공서가 대부분 쉬는 탓도 있어 그랬겠지만, 정치·외교·사법 전반에 걸쳐 일본과의 교류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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