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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보호 강화에 변호인들 형사기록 열람·복사 속 탄다

임종헌 전 차장 재판 계기 또 불거진 복사·열람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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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록 등 형사기록 열람·복사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의뢰인인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돼 영장심사 전까지 변호인이 긴급하게 사안을 파악해야 하는데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피의자 신문조서 등 관련 기록의 열람·등사 신청이 거부되는 사례도 있었다. 법원이 검사에게 기록을 등사해주라고 명령해도 검사가 불복하면 법원에 다시 재요청을 해 검사에게 다시 명령을 내려달라는 방법 밖에 뾰족한 수가 없기도 하다. 최근에는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면서 변호인들이 기록 열람 ·복사에 더욱 애를 먹고 있다.

 

◇ 또다시 불거진 기록 열람·복사 문제 = 형사기록 열람·복사 절차가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종이기록 원본을 일일이 복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사기록이 많은 사건에서는 기록 복사에만 수일에서 수주가 소요돼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재판에 임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통상 수사기록은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이 검찰청으로 찾아가 복사한다. 그런데 종이로 된 기록 원본을 그냥 복사만 하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 검찰청 직원들로부터 복사물을 검수 받아야 한다. 원본을 복사한 뒤 개인정보가 기재된 부분을 싸인펜 등으로 안 보이게 지우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 부분을 일일이 칼로 오려내야 한다. 사건 관계인들의 인적사항이 유출돼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지만 사건 관계인들이 많은 사건에서는 조사내용 맥락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기록 복사물이 누더기이기 일쑤다. 

 

한 법무법인의 직원은 "개인정보가 담긴 부분을 이렇게 블라인드 처리한 다음 검찰청 직원으로부터 이른바 '채점(검수)'을 받는다"며 "검수하는 검찰청 직원마다 기준도 조금씩 달라 난감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원본 일일이 복사…

수사기록 많은 사건 복사에 수일씩 소요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전화번호나 주소 등이 아니라 기록에 등장하는 이름이나 직급까지 모두 블라인드 처리하는 경우도 있어 맥락 파악에 애를 먹어 방어권 보장이 어려울 때가 있다"고 했다. 

 

검찰과 수사기록 열람·복사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변호인 가운데 한 명은 "지난해 11월 14일 공소가 제기된 후 대부분의 기록 복사가 완료된 것은 지난 8일로 거의 두 달이 걸렸다"며 "재판진행 일정에 맞추다보니 목록만 보고 넘어간 부분이 있어 실제 사건을 진행하면서 관련 부분 확인이 필요해지면 약 30%는 추가로 복사를 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 등을) 펜으로 지워도 '형광등 불빛에 비추면 정보가 보인다'는 이유로 해당 페이지를 다시 복사를 하는 등 한 페이지당 파본이 1~3장이 나오는데 장당 복사 비용이 50원"이라며 "파지가 발생해도 소송기록이라 이면지로도 쓸 수 없어 이것만으로도 큰 물자 장비인데다 여러 변호인이 보기 위해 기록 복사물을 PDF화를 하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관련 비용만 1000만원이 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총 176권, 약 8만 페이지에 달하는 기록을 직접 비실명화 처리한 뒤 검토하기엔 턱없이 시간이 부족하다"며 "또 검수 과정에서 기록에 등장하는 판사의 이름이나 직함이 삭제된 경우도 있어 맥락 파악이 어려워 해당 페이지를 다시 복사하는 바람에 시간이 더 소요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검찰 "추가 피해 등 예방… 법령에 따라 엄격하게" = 그러나 검찰은 수사기록 열람·복사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관련 법령에 따라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4호는 진행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 부분 지우고 오려내

조사내용 맥락 파악 힘들 때도

 

또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 2항은 '검사는 국가안보, 증인보호의 필요성, 증거인멸의 염려, 관련 사건의 수사에 장애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구체적인 사유 등 열람·등사 또는 서면의 교부를 허용하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열람·등사 또는 서면의 교부를 거부하거나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요즘의 수사기록 열람·복사는 비효율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긴 하지만 규정대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서 다른 사안이 관련된 부분이 있어 검찰이 기록 복사를 일부 제한한 것도 일반인이 아닌 법관을 상대로 한 수사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어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수사기록 안에는 당사자의 전화번호나 집 주소 같은 개인정보가 전부 들어있는데 유명인 사건의 경우 이런 정보들이 외부로 유출되면 또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변호사에게 비밀유지 의무가 있다고는 하지만 한번 복사돼 나가면 그게 어디서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그럴 경우 괜히 복사해 준 공무원만 처벌받을 위험이 있다"고 했다.


검찰 직원들마다 검수 기준도

조금씩 달라 난감한 경우까지


◇ "전자소송 등 새로운 해결책 찾아야" = 많은 변호사들은 형사기록 열람·복사 문제의 해결책으로 형사사건 전자소송 시행을 꼽고 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형사사건의 경우 조사를 할 때마다 기록이 쌓이기 때문에 그 양이 많기 마련인데, 검찰과 일정이 안 맞아 기록 복사를 못하는 바람에 재판 일정을 늦춰달라고 신청할 때도 있었다"며 "지금은 종이 기록을 일일이 복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전자소송이 이루어져 수사단계에서부터 기록이 파일화 된다면 복사 지연을 이유로 재판 준비에 차질을 빚거나 방어권을 행사하는데 애를 먹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자소송 도입되면 문제 해결…

관련절차 진행 위한 대비 필요

 

다른 변호사도 "전자소송이 도입되면 관련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며 "다만 시급을 다투는 사건의 경우, PDF화를 할 시간을 기다리게 되지 않으려면 관련 절차 진행을 위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올해 초부터 형사소송도 민사소송처럼 전자 사본 서비스를 시범실시하고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재판부 4개부, 단독재판부 3개부에서 일부 사건을 이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전자 사본은 몇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먼저 종이로 된 공판기록과 증거 기록을 법원 내부에서 스캔 처리해 문건을 분류한 후 PDF 파일로 변환하고 비식별 처리 프로그램을 활용해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한다. 전자사본이 열람되는 범위는 현행 형사 절차의 기록 열람과 동일하다. 법원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시범실시를 진행하고 성과를 분석해 확대 시행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수연·이정현 기자  sypark·jhlee@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