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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용어 변경'은 헌재 결정·대법원 판결 취지 어긋나"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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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9일 국방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용어 변경 방침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최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양심적 병역거부'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는 국방부 입장은 대체복무제에 관한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재판소 결정, 대법원 판결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병역거부 행위가 개인이 가진 양심의 보호와 실현이 아닌 종교적 신념과 가치에 따른 행위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지난 4일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용어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는 한편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양심'이나 '신념', '양심적' 등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로 용어를 통일해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1980년대 후반부터 유엔 인권위원회와 자유권규약위원회 등 국제사회는 병역거부를 세계인권선언과 자유권규약이 규정하는 사상·양심 및 종교의 자유의 권리에 근거한 권리로 인정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Conscientious objection)'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유엔 인권위원회는 1989년 결의에서 병역거부를 '사상·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정당한 권리의 실행으로서 병역에 대한 양심적 거부를 할 수 있는 모든 이의 권리'로 명시했다. 또 1998년 결의에서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면서 병역거부권이 '종교적, 도덕적, 윤리적, 인도주의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발생하는 심오한 신념 또는 양심에서 유래하는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인권위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은 단순히 특정 종교나 교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인류 공통의 염원인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무기를 들 수 없다는 양심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 종교를 이유로 하지 않고 기타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이 2000년 이후 80여 명에 이르는 점은 병역거부가 단순히 종교적 신념만을 이유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또 "지난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병역거부에 대해 '병역의무가 인정되는 징병제 국가에서 종교적·윤리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로부터 형성된 양심상의 결정을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로 양심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대한 간절한 희망과 결단을 기반으로 인류의 보편적 이상과 연계돼 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권의 다양성 원칙을 바탕으로 한 양심의 자유는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대체복무제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며 "이를 염두에 두고 향후 논의 과정에서 바람직한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논의가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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