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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법인후견 대상자 死後정리는 누가 맡나…

법인후견 1호 대상자인 전모 할머니가 새해 첫날인 1일 저녁 7시 4분 폐렴을 동반한 숙환으로 인해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0억원대 자산가이지만, 북한 개성 출신으로 6·25전쟁 때 홀로 월남해 무연고자로 평생 외로운 삶을 산 그녀는 이날 오전 의식을 잃은 채 요양병원에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상주는 지난 3년간 그녀의 후견을 담당한 법무사와 사회복지사가 공동으로 맡았다. 빈소에는 성년후견 전문 법무사들과 사회복지사들의 조문이 간간히 이어졌다. 화장된 그의 유골은 3일 고향과 가까운 인천 앞바다에 뿌려졌다.

 

전 할머니의 마지막은 시행 6년을 맞은 성년후견제도에도 숙제를 던지고 있다. 현행법상 후견사무는 피후견인의 사망과 동시에 종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망 전후 단계에서는 후견인의 권한과 피후견인의 권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가족 등 상속인이 없는 경우, 사망한 피후견인이 무연고자로 분류돼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를 수 없게 된다.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무연고 시신 처리 등은 법률상 사망장소의 지역자치단체장이 맡는다고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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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후견해 온 무연고자 전모(90) 할머니의 상주를 맡은 김효석(오른쪽) 법무사가 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문상객을 맞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동상주를 맡은 김효석 법무사는 "한국에는 무연고자인 피후견인의 사망에 대한 뚜렷한 규정이나 실무례가 없어 사망자가 사실상 법적공백 상태에 방치되게 된다.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외롭게 할 수는 없었다"며 '따뜻한 후견'을 실천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법인후견인인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 소속으로 전 할머니에 대한 후견사무 담당자다. 

 

김 법무사는 "심폐소생술 시행 여부 결정과 사망진단서 발급부터 장례식장 계약과 화장에 이르기까지, 당연하게 이어져야할 절차들이 있다"며 "후견제도에 대한 인식부족과 법규미비로 피후견인인 전 할머니에게는 모두 높은 장벽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2016년 민법 개정을 통해 피후견인의 사망 후 성년후견인의 권한에 관해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다"며 "한국도 입법을 통해 '사후사무'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시행 6년을 맞은 성년후견제도와 현실의 간극은 메워가기 위한 논의가 더욱 활성화 돼야 한다"며 "필요한 경우 생존했을 때부터 관계를 맺어왔던 후견인이 상속인 파악·장례·화장 절차 등을 진행토록 하는 등 다양한 법적·현실적 장벽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후견 1호 치매 할머니 90세로 세상 떠나자

후견담당 법무사·사회복지사가 공동喪主 역할

 

숨진 전 할머니는 6·25 전쟁 때 월남한 이후 평생 아파트 2채와 현금 3800만원 등 20억원대의 재산을 모았다. 하지만 그는 '피해망상이 수반된 중증 노인성 치매'가 발병해 2014년 생활쓰레기가 쌓인 자택에서 홀로 방치되다 주민들에 의해 구조됐다. 서울가정법원은 2016년 검찰의 한정후견 개시심판 청구를 받아들여 법무사가 중심인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이사장 엄덕수)를 재산관리 담당 법인후견인으로,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를 신상보호 담당 개인후견인으로 각각 지정했다. 이에 따라 전 할머니는 첫 법인후견 피후견인이자, 검찰의 청구가 받아들여진 첫 사례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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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2013년 7월 도입된 성년후견은 질병·장애·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일 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대신해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법률 행위 등을 대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정후견은 법원이 정한 범위에 한해 선임된 성년후견인이 요양시설 입소 등 신상 결정권과 예금·증권계좌 개설 등 재산 관련 대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으로, 후견인에 폭넓은 대리권을 주는 성년후견보다 정신적 문제가 경미한 경우에 해당한다. 

 

문재인정부는 고령사회를 맞아 국민 권익보호와 복리증진을 위해 의료·지원시설을 사회 전반에 확대하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베이비붐세대 전문직 퇴직자가 치매환자의 후견인이 되는 '치매노인 공공후견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하지만 급속한 인구고령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법률복지 차원의 후견제도가 보다 면밀히 정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감독기관인 법원과 전문 교육·양성시설 등 후견 인프라를 확충하고 관련 법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견제도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존엄한 죽음을 포함한 노인 및 지적 정신적 장애인의 인권보장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후견사무는 본인 사망과 동시에 종료

사망전후 단계 후견인·피후견인 권리규정 없어

 

우리 민법 691조는 급박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위임이 종료된 법정대리인은 상속인 등이 사무를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사무처리를 계속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이를 후견에도 준용하고 있지만 긴급한 상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규정은 없다. 

 

일본은 지난 2016년 '성년후견사무의 원활화를 위한 민법 등 개정'을 통해, 피성년후견인이 사망한 경우 성년후견인이 사체의 화장 또는 매장에 대한 계약체결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관리할 때까지 법원의 허가를 얻어 상속재산의 보존행위와 상속재산에 속한 채무변제 행위 등을 할 수 있다고 정해, 후견인의 활동 영역을 넓혔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