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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등 ‘기계적 증거’의 증거능력 검증 필요”

양종모 영남대 로스쿨 교수 논문서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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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 메사추세츠에서 대린 페르난데즈(Darrin Fernandez)가 강간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과정에서 채취된 정액의 DNA 검사 기록은 범인으로 대린을 지목했다. 게다가 대린은 당시 강간사건 피해자 집 인근에서 일어난 또 다른 주거침입 및 강간사건으로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사건은 쉽게 종료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대린에게는 쌍둥이 형제인 데미안 페르난데즈(Damien Fernandez)가 있었던 것이다. 쌍둥이 형제의 특성상 DNA 분석만으로는 누가 범인인지 가릴 수 없었다. 범행장면이 찍힌 비디오의 정지화면이 제시됐지만, 화면만으로 배심원들은 대린인지 데미안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평결불성립으로 사건은 교착상태에 빠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적용된 안면인식 프로그램은 비디오 정지화면만 가지고도 쌍둥이 중 대린을 범인으로 특정해 재판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컴퓨터 알고리즘에는

오류나 편향의 위험성 있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포렌식이나 AI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기계적 증거가 형사절차에서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기계적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컴퓨터 등을 통해 생성되는 기계적 증거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게 아니라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컴퓨터 알고리즘에는 오류나 편향의 위험이 있는데도 유죄판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기계적 증거에 대한 증거능력 허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독립적인 기구의 설립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종모(59·사법연수원 13기) 영남대 로스쿨 교수는 최근 대검찰청이 발간한 '형사법의 신동향'에 게재한 '인공지능 생성 증거와 전문법칙'이라는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무고한 사람에게

유죄선고의 결정적 역할 할 수도

 

양 교수는 "기계적 증거가 형사절차에서 점차 괄목할 만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계적 증거에 대한 언론의 묘사는 과도한 찬사 일색"이라며 "미국에서는 배심원들로 하여금 이러한 기계적 증거를 맹신하게끔 만든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이지만, 국내에서는 기계적 증거의 증거능력이 문제가 된 사례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계적 증거의 생성 현상 자체를 파악하지도 못하다보니 기계적 증거와 기존 증거의 다른 점이나 증거 허용 여부에 대한 논의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컴퓨터·AI 알고리즘은 오류나 편향성(bias)의 위험이 있다"며 "오류나 편향성, 조작 가능성은 기계적 증거가 무고한 사람에게 유죄판결이 선고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신용해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그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에는 증거로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증거능력 허용여부 판단할

독립적 기구 설립해야

 

이에 대한 대안으로 양 교수는 기계적 증거에 대한 증거능력 허용 여부를 판단할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계적 증거라도 아주 특별한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진술증거로서 '증언'적이라 해석하고, 그 증거능력 배제 여부를 증명력 단계 이전에서 따져봐야 한다"며 "AI의 여러 가지 특질 때문에 이런 작업은 피고인 측이 주도할 수도, 법원에게 증거능력 배제 여부를 전적으로 맡길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위원회를 두고, 기계적 증거나 그 바탕이 되는 AI 알고리즘 등의 신뢰성을 검증해 증거능력 배제 여부를 결정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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