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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기는 ‘사법행정남용’ 수사… 법조계 곳곳서 한숨

지난 6월 본격화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해를 넘겨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조사 주체와 객체인 검찰과 법원은 물론 변호사업계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팀 업무 과부하와 일선 형사부 인력 부족이라는 이중고(二重苦)에 허덕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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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 일부는 연일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는 수사일정에 병원 신세를 지는 등 건강에 적신호까지 켜졌다. 윤석열(58·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장인 한동훈(45·27기) 3차장 등 지휘라인을 포함해 수사에 참여하고 있는 검사의 상당수가 2016년 말 박영수(66·10기) 특별검사팀에 파견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 이들이 국정농단 사건 규명 후 검찰에 복귀해서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등 주요 적폐사건 수사에 투입돼 2년 넘게 제대로 쉴 틈도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선 형사부는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요 적폐사건 수사에 경력 검사들이 차출되면서 경찰 송치사건을 포함해 민생과 관련이 깊은 일반 형사사건을 제때 처리하는 데에도 애를 먹고 있다.

 

수사팀 연일 강행군…

인력부족에 건강에도 적신호

 

변호사들도 울상이다. 검찰이 적폐사건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 사실상 올인(All-in) 하면서 형사사건 수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사건을 수임해야 하는 변호사들의 한숨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검찰 일선 형사부가 인력난에 빠지면서 고소·고발 사건 처리도 지연되는 일이 잦아져 사건 진행도 더뎌 애를 먹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로 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도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변호사들도 한통속 아니냐'는 세간의 오해 속에 눈치를 살펴야 하는 처지다.

 

일선 법관들,

동료·선후배와도 말조심… '소통단절'

 

수사 대상인 법원이 울상인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일선 법관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상상 이상이다.

 

사법 신뢰 추락 속에 사법행정권 남용 연루 법관 탄핵 결의 문제 등을 싸고 내홍 속으로 빠져들며, 동료·선후배 판사들끼리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 법관 교육은 판결서 작성이나 재판 태도 등 대부분 도제식으로 이뤄지는데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는 교육은커녕 소통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분위기다. 


변호사업계,

형사사건 줄고 사건처리 지연 '울상'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배석판사들과 예전만큼 편하게 지내지 못한다"며 "괜히 말을 잘못했다가 적폐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말을 조심하고 아끼게 되는데, 이는 배석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저 이 사태에 대해서는 서로 철저히 함구하는 게 일반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법신뢰 회복"이라며 "법관 사회 분위기 자체가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어떤 묘안이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법원은 아래에서부터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방의 한 판사는 "판사들은 원래 외부와 이야기하는 것을 조심했기 때문에, 적어도 우리(판사들)끼리는 만나면 허물없이 이야기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곤 했다"며 "그런데 요즘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라고 했다. 이어 "친했던 법관들과 만나도 현재 누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알아서 말을 아끼게 되고 결국 정작 속에 있는 '진짜 이야기'는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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