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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연봉 5000여만원’ 대기업도 최저임금 미달 왜?

대법원·고용노동부, 서로 다른 최저임금계산 기준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5000여만원에 달하는 현대모비스가 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최저임금법 위반 시정명령을 받으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이 영세 기업과 자영업자를 넘어 대기업까지 미칠 것이라는 법조계 전문가들의 진단이 현실화되고 있다. 


로펌 등 노동전문 변호사들은 그동안 고용노동부와 대법원의 월 최저임금 산정 기준이 달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데다, 최저임금 산정에 상여금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놓고도 문제가 많아 관련 법률 리스크(Risk·위험)가 크다며 현실성 있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설정하는 한편 최저임금 해석을 둘러싼 고용노동부와 대법원의 혼선을 신속하게 정리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본보 2018년 1월 22일자 1,7면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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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봉 5000만원 수준 대기업도 최저임금법 위반 = 고용노동부는 최근 현대모비스 입사 1∼3년차 현대모비스 사무직·연구원의 월 기본급이 성과급 등을 빼고 시급으로 환산할 경우 6800∼7400원에 그쳐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7530원에 미달한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재계 등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신입사원은 기본급 2100여만원과 상여금 1340여만원, 성과급 700여만원, 수당 840여만원 등 5000여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12개월로 나눠 계산한 월급(417만원)을 신입사원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월 174시간)을 기준으로 환산해도 최저시급은 2만4000원에 육박한다. 올해 최저시급인 7530원의 3배가 넘는다.

 

현대모비스, 상여·금수당 등 포함… 시급 2만4000원 선

상여금·성과급 등 빼면 시급 7530원 못 미쳐 시정명령

 

그런데도 최저임금법 위반이라는 결정이 내려진 이유는 상여금 문제와 주휴(週休)시간 문제 때문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만,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매월 지급하는 근속수당', '기타 상여금, 가족·급식·통근 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대모비스는 상여금을 짝수달에만 지급해와 이 상여금을 포함한 임금 상당부분이 최저임금 산정에 빠진 것이다. 최저시급 계산 때 분자가 되는 산입 임금의 크기가 그만큼 줄었다는 이야기다. 


반면 분모가 되는 월 소정근로시간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8월 '2018년 적용 최저임금 고시'를 발표하며 월 소정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잡았다. 소정근로시간 수를 산정할 때 주휴시간 등을 포함해 통상임금 산정 기준 근로시간 수와 동일하게 취급한 것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1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인 경우 소정근로시간은 '{(주당 소정근로시간 40시간+유급주휴 8시간)×365÷7}÷12월≒209시간'이 나온다. 그런데 현대모비스는 단체협상에서 주휴시간을 이틀(16시간)로 합의했다. 이렇게 할 경우 최저임금 기준시간은 243시간까지 늘어난다.

 

연봉이 5000만원에 달하지만 최저임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이유다.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주휴시간도 포함

'유급휴일 주1일' 기업의 월 최저임금은 174만5150원


◇ 고용노동부, '주휴시간 포함' 법제화 추진 = 내년이 더 문제다. 최저임금이 현재보다 더 인상되는 데다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을 계산할 때 소정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을 더하는 것을 명문화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입법예고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현재 법제처 심사 중이다. 다음 달 시행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대법원의 판결 취지와 배치될 뿐 아니라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대법원은 지난 2007년 1월 최저임금 사건(2006다64245) 등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산정할 때 주휴시간 등은 고려할 필요가 없으므로 소정근로시간과 통상임금 산정 기준 근로시간 수는 같을 수 없다"고 꾸준히 판시해왔다. 이 같은 판례 기준에 따르면 '(주당 소정근로시간 40시간×365÷7)÷12월≒174시간'이 월 소정근로시간이 된다. 

 

앞서 본 고용노동부 기준에 따르면 내년 월 최저임금은 유급휴일을 주 1일로 규정한 기업은 내년 최저시급(8350원)에 209시간을 곱한 174만5150원이 월 최저임금이 되지만, 대법원 기준에 따르면 145만2900원이 돼 29만2250원의 차이가 생기는 셈이다.


대법원 기준에 따르면

145만2900원… 29만2250원 차이

 

◇ 전문가 "신중한 판단 필요" = 전문가들은 산입범위 변경 등 최저임금 기준의 실질적 상승은 서민 생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만, 기업 등의 부담도 증가시키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이같이 중요사항을 시행령으로 판례와 다르게 개정한다면 신뢰보호의 원칙이 무너질 수 있는 만큼 국회의 논의를 거쳐 법률 개정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노동관련 중요 제도를 바꾸려면 입법을 통해야지, 행정부가 이처럼 시행령을 통해 개정한다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이광선(44·사법연수원 35기) 법무법인 지평 노동팀장은 "시행령으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선고된 대법원 판례와 다르게 개정한다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시행령으로 최저임금 계산방법을 대법원 판례와 달리 정한다면 신뢰보호의 원칙에도 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 위반은 형사처벌 대상인데, 헌법재판소도 형사처벌을 포함한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직접 침해나 침해 소지가 있는 처벌법규 등에 대해서는 위임요건과 범위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시행령이 아닌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산입범위가 다른데도 시간당 산정방법은 동일하게 규정하려는 고용노동부의 방침에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한 구조를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진통이 있더라도 이번 논란을 통해 경제 및 임금구조개혁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

"고용노동부와 혼선 정리…

불확실성 제거해야"

 

공인노무사인 조석영(37·변호사시험 3회) 법무법인 율석 변호사는 "임금이 근로시간과 비례해 산정되는 구조에서 현장에서는 산입범위가 다양한 가운데 기본급을 올리는 대신 기타 수당을 다양하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실무를 진행해왔다"며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현장의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평균임금, 통상임금, 최저임금 등 각각 목적과 내용이 다른 개념들을 활용해왔지만 임금과 근로시간 산정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시행령을 통해) 행정해석이 판례와 배치되어온 괴리를 좁히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근로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장기적 고민과 타당성 검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휴수당은 세계적으로 한국·일본·터키 등 일부국가에만 존재하는 제도인 만큼 주휴수당의 정당성 여부와 함께 임금제도 전반을 돌아볼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16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법제처에 제출했다. 경총은 전문적 법률 자문을 받아 작성한 검토의견에서 개정안이 법적 공평성·객관성·단일성·확정성 등 법적 차원에서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개정안 철회를 건의했다. 


경총은 의견서에서 "△'주휴시간'처럼 실제 일하지 않는 '가상의 시간'을 포함해 최저임금 시급(시간당 임금)을 산정하는 것은 국민적 상식과 시급의 본질적 정의에 맞지 않는 부당한 조치이며 △정부의 시행령 개정은 대법원 판결의 실체적 측면을 도외시 한 어휘적 측면의 형식 논리적 주장인데다 △'유급처리 된 시간'은 법정 유급주휴시간 외에도 노사 간 '힘의 논리'에 따라 회사(사업장)별로 상이해 법적 공평성·확정성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이는 정부가 아닌 노조가 월(月)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연·강한 기자 sypark·st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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