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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판사 법복, 내년부터 ‘청량감 높은’ 소재로 바꿔지나

사계절 같은 법복… 한여름 재판진행 판사들 '진 땀'

사계절 내내 입도록 제작된 단일 법복 탓에 여름철 법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재판하는 판사들의 어려움이 내년에는 해결될 수 있을까. 내년도 대법원 예산안에 법복 관련 예산이 편성되면서 법원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판사들의 법복은 동절기, 하절기 구분 없이 20년째 같은 소재로 한 가지 형태로만 제작돼 보급되고 있다. 1998년 3월 대한민국 사법 50주년을 계기로 마련된 쿨울(cool wool) 소재의 법복이다. 쿨울 소재는 보들보들한 감촉의 울 소재이기는 하지만 한 여름에 입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에너지 절약 방침으로 제정된 정부의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고시)'에 따라 28℃ 이하에서는 에어컨을 켤 수 없어 매년 여름 법정에서 판사들은 곤혹을 치러야 한다.

 

본보가 지난 2016년 8월 서울중앙지법 422호 법정의 온도를 측정했을 때 재판 시작 무렵 27℃이던 법정 온도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29℃까지 올랐다.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온도는 순식간에 30℃에 육박했다. 방청객과 사건 관계인들은 흐르는 땀을 닦고 연신 부채질을 했다. 법복까지 입고 선풍기나 부채 등 추가 냉방기구도 없이 재판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 판사들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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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법원이 여름용 법복을 마련해 보급하지 못한 이유는 예산 문제가 가장 컸다. 그러다 대법원이 내년도 예산안에 여름용 법복 지급 관련 예산을 포함시키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게 된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여상규)의 '2019회계연도 대법원 소관 예산안' 예비심사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대법원은 내년도 신규사업 중 하나로 재판업무 환경 개선을 위한 '하절기 법복 지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대법원 일반회계 예산 중 전문재판운영 사업의 일환으로 모두 7억3300만원 규모다. 내년도 대법원 예산안은 국회 법사위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위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관련 예산안이 통과되면 판사들에게 트리아세테이트(triacetate) 소재 법복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여름전용 법복이 한벌 더 생기지는 않겠지만, 선택의 폭이 늘어나는 셈이다. 트리아세테이트 소재 법복은 쿨울 소재보다 덜 고급스러워보일 수는 있지만 청량감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트리아세테이트 소재가 쿨울 소재보다 1벌당 5만원가량 더 비싼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예산안에 '하절기 법복' 책정

법조계 관심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모든 판사에게 2벌씩 지급할 만큼 예산이 책정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서로 장단점이 있는 쿨울 소재와 트리아세테이트 소재의 법복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법복 안에 와이셔츠나 블라우스를 입은 상태에서 그 위에 검은 색 법복까지 입고서 여름철에 장시간 재판을 하다보면, 법복까지 땀에 젖는 등 힘들 때가 많고 특히 냉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는 매우 힘들다"며 "법대 위에서 답답한 옷을 입고 있는 판사들을 바라보는 당사자들도 법복 때문에 더 답답해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른 판사도 "지난 여름을 떠올리면 내년에도 재판정에서 같은 법복을 입을 생각에 앞이 캄캄하다"며 "동료 법관과 여름철에 법복 안에 반바지를 입으면 어떨까 고민해본 적도 있는데, 법정 출입 시 다리가 보이기 때문에 어렵겠다고 이야기하고 말았지만 우스갯소리로 이런 고민을 할 만큼 법복 교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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