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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서 다시 회자되는 12년전 헌법재판관의 '직권남용죄' 소수의견

권성 전 재판관 "직권남용죄, 정치적 보복에 이용될 위험성 매우 커"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 헌법소원 사건서 유일하게 '위헌' 의견 내

법조계에서 12년 전 있었던 한 헌법재판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죄)에 대한 소수의견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형법 제123조가 규정하고 있는 직권남용죄는 적용된 사례가 드물어 반세기 동안 사실상 형법전 속에 잠자는 범죄였지만, 국정농단 사건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등 이른바 '적폐청산 사건'에서 단골로 적용되는 죄목이다. 

 

법조인들 사이에 다시 회자되고 있는 소수의견은 권성(77·사법시험 8회) 전 헌법재판관이 2016년 7월 헌법소원(2004헌바46) 사건에서 제시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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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당시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대출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현 민주평화당 의원)이 "형법 제123조의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라는 부분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재판관 8대 1의 압도적인 의견으로 이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권 전 재판관은 당시 위헌 의견을 낸 유일한 재판관이었다.

 

권 전 재판관은 직권남용죄 규정이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규정돼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명확성 원칙에 반할뿐만 아니라 정권 교체시 정치 보복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위헌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권 전 재판관은 당시 소수의견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권'의 종류나 성격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모든 공무원의 모든 직무상 권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바, 법적 강제력이 수반되지 않는 협조 요청이나 권고, 단순한 사실의 통지 등과 같은 단순한 사실행위도 모두 직무상 권한의 행사로 엮어 낼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적용 범위는 사실상 무한정 넓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고위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직무의 성질상 그 직권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부여될 수밖에 없고 그 권한의 행사는 정책적 재량에 속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총괄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고위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공사(公私)의 모든 활동이 모두 직권을 이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며 직권을 이용하는 것과 사회적 지위나 신분을 이용하는 것을 구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또 "'남용'의 의미에 대해 보더라도,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부당한 사용'이라는 문언적 의미만으로는 과연 어떠한 행위가 남용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사용이라는 표현 역시 추상적이고 막연하며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별다른 해석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권 전 재판관은 "이같은 모호성과 광범성은 수사기관이 그 규범 내용을 명확하게 인식해 어떠한 행위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지를 일관성 있게 판단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결국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면서 "그 결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른바 정권교체의 경우에 전임 정부의 실정(失政)과 비리(非理)를 들추어내거나 정치적 보복을 위해 전임 정부에서 활동한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는데 이용될 우려가 있고 때로는 국정 운영 과정에서 행하여진 순수한 정책적 판단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경우에 악화되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서, 공직자를 상징적으로 처벌하는데 이용될 위험성도 매우 크며 그러한 위험성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형벌조항의 이러한 불명확성과 광범위성은 결과적으로 형사소추권자의 자의적인 법집행을 허용하게 되고 직무를 맡은 공무원으로 하여금 어떠한 행위가 처벌될 것인지 예측할 수 없게 하여 책임 있는 행동의 결정을 주저하게 하는 한편 정책적 재량에 대하여까지 부당하게 형사책임을 부과함으로써 공무원의 정당한 권한행사를 침해하는 폐단을 초래한다"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 법조인은 권 전 재판관의 소수의견을 거론하며 "최근 우연한 기회에 권 전 재판관의 의견을 다시 읽어보게 됐다"며 "12년전 이미 현재의 상황을 꿰뚫어본 듯한 모습에 전율이 일었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인은 "현 세태를 보면 '직권남용죄 적용이 남용되고 있다'는 말이 허튼 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며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위법 행위는 반드시 시정되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뒤따라야겠지만, 여론에 떠밀려 법 원칙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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