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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찰과거사위 "김근태·박종철 사건, 축소·은폐 등 검찰 과오 있었다"

정부에 정보기관 안보수사조정권 폐지 권고도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11일 과거 '김근태 고문 은폐 사건',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에서 검찰이 사건을 축소 내지 은폐하려는 등 과오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검찰과거사위는 또 정부에 이른바 정보기관의 안보수사조정권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규정(대통령령)'에 따라 정보기관이 검찰권에 개입할 수 여지가 있어 발생한 사건들이라며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과거사위는 이날 대검찰청에 꾸려진 진상조사단으로부터 김근태, 박종철 사건의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같은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김근태 고문 은폐 사건은 민청련 의장이었던 고(故)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국가보안법 및 집시법 위반 혐의로 1985년 9월 4일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강제연행돼 23일간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검찰에 송치된 후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김 전 고문은 대공분실의 고문 사실을 폭로하고 수사를 요구했으나 검찰이 이를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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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거사위는 "김근태 상임고문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처벌과 그 과정에서 벌어진 고문 은폐 사건은 안기부의 기획과 조정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을 관련 사건기록과 국가정보원 자체 조사 보고서 등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은 안기부가 이른바 '안보수사조정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며, 안보수사조정권은 대통령령인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 당시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규정 제3조는 '국가안전기획부장은 국가정보 및 보안업무에 관한 정책의 수립 등 기획 업무를 수행하며, 동 정보 및 보안업무의 통합기능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 범위 내에서 각 정보수사기관의 업무와 행정기관의 정보 및 보안업무를 조정한다'고 규정했다. 또 같은 규정 제8조와 제9조는 검찰이 주요 정보사범 등의 신병처리와 신문에 대해 안기부장의 조정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검사가 안기부를 포함한 사법경찰의 기소 및 불기소 의견과 다른 처분을 할 때에는 안기부장과 협의하도록 했다.

 

과거사위는 "이같은 규정이 있었기 때문에 김근태 고문 은폐 사건에서 관계 기관대책회의를 통한 안기부의 조정에 따라 검찰이 수사와 공소를 수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른바 안보수사 또는 공안사건의 수사를 다른 사건과 다르게 취급하고 정보기관이 그 수사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냉전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권위주의정부 시대의 유물에 불과한 것으로 이에 대한 검찰의 인식 전환과 새로운 접근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소 여부의 결정은 검찰권의 핵심적 내용으로, 안보 분야에 대한 제한된 수사권을 가지는데 불과한 정보기관이 검찰의 공소권을 통제하는 규정은 상위법인 형사소송법에 저촉되는 것이며, 이를 검찰이 용인하는 것은 스스로의 권한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관련 규정의 개정 또는 폐지를 통해 정보기관이 검찰의 수사와 공소를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하루 속히 없애고, 앞으로는 정보기관이 검찰의 수사와 공소제기에 관여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과거사위는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에 대한 조사 및 심의 결과도 이날 발표했다.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은 1987년 1월 14일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치안본부 대공수사2단 소속 경찰관 5명으로부터 수사를 받던 대학생 박종철이 물고문으로 사망하자 치안본부가 사망 원인을 조작하는 등 사건 은폐를 시도하고 고문 치사의 범인을 2명으로 축소·조작한 사건이다.

 

검찰과거사위는 "수사 초기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른바 관계기관대책회의를 통해 검찰총장 이하 검찰 지휘부에 전달되는 청와대 및 안기부의 외압에 굴복해 졸속수사, 늦장수사, 부실수사로 점철됐음을 확인했다"며 "이 사건을 포함한 검찰의 잘못된 수사 사례와 모범적 수사 사례를 대비해 그 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대응방안 등을 현직 검사와 수사관 또는 검사 및 수사관 신규 임용자 등에 대한 교육 과정에 반영할 것을 권고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검찰은 수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검찰의 과오에 대해서 통렬히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검찰총장이 피해자의 유족을 직접 찾아가 이런 과오를 사죄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또 "사건 발생 초기 검찰이 치안본부의 조작·은폐 시도를 막고 부검을 지휘해 사인이 물고문으로 인한 질식사임을 밝혀낸 점은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언급했다.

 

검찰과거사위는 "앞으로 이 같은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소상히 알리고, 동시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하고 검사 개개인에게 직업적 소명의식을 확고히 정립 할 수 있는 제도 및 대책을 수립할 것으로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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