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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이 구걸하면 벌금?… "경범죄처벌법 개정해야"

이장희 창원대 교수, 논문서 주장

노숙인의 구걸행위를 처벌하는 경범죄처벌법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가에도 책임이 있는 가난과 그에 따른 구걸을 징벌 대상으로 삼는 자체가 가혹하다는 취지다. 

 

이장희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비교공법학회가 발행한 공법학연구에 게재한 '공공장소 퇴거명령과 무관용경찰활동론의 헌법적 문제점-노숙인의 기본권 제한 문제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근본적으로 노숙인도 '주권자'이고 국가구성원인데, 단지 노숙인이란 이유로 공공질서를 위해 그의 삶에 최소한의 생활기반조차 박탈하는 것은 국민주권의 원리에 위반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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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경범죄처벌법 제3조 1항 18호는 다른 사람에게 구걸하도록 시켜 올바르지 아니한 이익을 얻은 사람 또는 '공공장소에서 구걸을 하여 다른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한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3년 3월 개정 이전 경범죄처벌법은 '다른 사람에게 구걸하게 해 올바르지 않은 이익을 얻은 사람'만을 처벌 대상으로 한정했었다.

 

이 교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내몰린 '노숙인'에게 남은 자유란 그나마 '공공장소에 기거할 자유'와 '구걸할 자유'가 전부"라며 "경범죄처벌법은 타인을 귀찮게 한다는 이유에서 구걸의 자유까지 금지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숨 쉴 공기가 없는 상황', 즉 '사람을 질식하게 만드는 법'은 좋은 법이 아니다"며 "당장은 사람들을 다소 귀찮게 할지라도 극한 상황에 처한 노숙인에게 당장은 구걸의 자유라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를 좀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아가 "철도역이나 공원·도로 등의 공공장소에서 노숙인 등을 상대로 행사되는 무관용적 퇴거 명령은 인간의 존엄과 인권 보장을 최고 이념으로 삼는 헌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공공장소의 한켠에 노숙하고 기거하는 노숙인이 어떤 사권(私權)을 설정할 목적으로 공공장소를 배타적으로 점유하는 것이 아닌 한 공공장소의 공적 기능을 원칙적으로 저해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노숙인들이 경범죄를 저질러 벌금형이 확정되면 주민등록상 주소로 벌금 고지서를 3번 보내는데 현실적으로 고지서를 받을 수가 없어 수배 상태가 된다"며 "노숙인들이 수배에 걸리면 벌금을 낼 돈이 없으니 구치소 등에서 하루 5만원 정도의 노역을 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2017년 9월 발표한 '2016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결과 및 향후 대책(안)'에 따르면 2016년 10월 기준 노숙인 수는 1만1340명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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