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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동천, '위장탈북 오명' 벗겨 강제북송 위기 막아

서울중앙지법, 북한이탈주민법 위반 혐의 탈북민에 '무죄' 판결

법무법인 태평양(대표변호사 김성진)과 공익재단법인 동천(이사장 차한성)이 위장탈북자라는 누명을 쓰고 강제북송 위기에 몰렸던 탈북자를 법률지원해 북한이탈주민 자격을 다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는 4일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 위한 혐의로 기소된 탈북민 A(5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변호는 태평양과 동천,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이탈주민지원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이 함께 맡았다.

 

북한 주민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A씨는 출생지인 중국에서 북한으로 이주해 북한 국적을 취득했다.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은 중국 국적법에 따라 A씨는 자동으로 중국 국적을 상실했다. 

 

그러다 2001년 홀로 탈북을 해 만주 일대에서 숨어지내던 A씨는 2006년 4월 탈북 브로커에게 중국 여권과 비자 발급을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호구부(가족관계등록부)가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호구부 회복 신청을 해 중국 여권을 발부받았다. 그리고 2007년 한국으로 입국해 탈북자로 인정받았다. 

 

1년 뒤 A씨는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탈북시키고자 중국에 입국했다가 A씨의 신분을 의심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중국 국적자이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A씨를 의심했던 중국 공안은 우리 정부에 A씨의 국적 취득 당시 제출한 북한인 신분 증명 서류 등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그런데 정부는 중국 공안에 자료를 보내지 않고, A씨에 대한 북한이탈주민보호 결정을 취소한 뒤 검찰에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A씨가 가족들을 탈북시키고 2015년 국내로 입국하자 A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중국에서 출생한 후 북한으로 이주했고 2001년 탈북 후 이전의 중국 국적을 회복한 중국국적자임에도 탈북자로 신분을 위장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해 정착금 480만원을 부정하게 지급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이 판사는 "이중국적 보유를 허용하지 않는 중국 국적법상 A씨가 탈북 이후 다시 중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그 전에 북한국적을 포기해야 하고 북한 국적법에 따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적청원을 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탈북자인 A씨가 이 같은 절차를 이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런 사정이 있는 A씨가 2001년 이후 중국 공안청에 호구부회복을 직접 신청했더라도 중국국적이 당연히 회복되는 것이 아니고, 설령 정식으로 국적회복신청을 하더라도 공안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호구부 회복을 신청했더라도 A씨를 중국국적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이 판사는 또 "국정원과 통일부, 외교부 등 관련기관은 A씨가 북한인 신분증명에 관한 자료를 공안청에 제공해줄 충분한 능력과 책임이 있었는데도, 이를 해태한 채 그저 공안청 담당자 입장을 그대로 원용해 A씨를 중국국적자로 단정 짓고 수사를 의뢰하고 보호 결정도 취소했다"며 "그로 인해 A씨는 2011년 이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탈북시킨 가족들과도 헤어져 혼자서 여권도 없이 중국에서 체류하다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게 됐고, 그마저도 수사기관에 체포돼 수사를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동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북한, 중국 이중 국적 문제에 있어 북한이탈주민의 인정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면서 "이 판결을 통해 앞으로 유사한 피해를 겪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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