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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의혹' 캐버노 인준안 통과… 美연방대법원 '보수'로 기울어

상원 표결 찬성 50표 vs 반대 48표… 1881년 이후 가장 박빙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 선거 등 맞물려 후폭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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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성폭행 미수 의혹 등으로 지연됐던 브렛 캐버노(53·사진, Brett Kavanaugh)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6일(현지시각) 상원을 최종적으로 통과했다. 캐버노는 인준안이 통과하자마자 같은 날 곧바로 미국 연방대법원 컨퍼런스 룸에서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보수 성향인 캐버노가 대법관이 됨에 따라 미국 연방대법원의 무게추는 5(보수)대 4(진보)로 보수 쪽으로 기울게 됐다.


미 상원은 이날 오후 의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캐버노 대법관 후보 인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0표, 반대 48표로 가결했다. 상원 기록에 따르면 1881년 스탠리 매슈스 대법관 후보자가 24대 23으로 인준 절차를 통과한 이후 가장 근소한 표차로 인준안이 통과됐다.


이날 인준안 표결은 각 의원이 자신의 이름이 불리면 기립해 찬성 또는 반대를 외치는 호명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방청석 곳곳에서 캐버노 대법관 인준에 반대하는 고성이 쏟아졌으며, 사회를 맡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여러 차례 질서 유지를 당부했다.


표는 거의 당론에 따라 찬성, 반대로 정확히 갈렸다. 공화당이 51석, 민주당이 49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인준안이 가결되려면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공화당에서 단 2표의 이탈표만 나와도 인준이 무산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스티브 데인스(몬태나) 의원이 딸 결혼식 참석으로 표결에 불참하고 공화당에서 유일하게 인준 반대 의사를 밝혔던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의원이 데인스 의원의 불참을 고려, 막판에 기권표를 던짐으로써 인준 무산을 막은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의원이 당론에서 이탈해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져 결국 찬성 50대 반대 48로 인준안이 통과됐다.


인준안이 가결된 뒤 캐버노는 곧바로 의회 맞은편에 있는 연방대법원에서 취임선서까지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결 직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날 늦게 캐버노 후보자를 공식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이 서명하는 대로 취임식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버노는 훌륭한 대법관이 될 것"이라며 "그는 특출한 사람이며,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민주당이 캐버노에게 끔찍한 공격을 했다", "포드(성폭행 미수 의혹 제기 여성)가 100% 엉뚱한 사람을 지목한 것"이라며 민주당과 피해 여성을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은퇴한 앤서니 케네디 전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로 당시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판사인 캐버노를 지명했다. 미국에서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의 판사직은 연방대법관으로 가는 중간 과정으로 여겨질만큼 중요하게 취급돼왔다. 미국 연방법원은 94개의 연방지방법원과 13개의 연방항소법원, 1개의 연방대법원으로 구성돼 있다.


캐버노는 보수 성향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10여년 전부터 젊은 나이임에도 '제2의 존 로버츠(현직 연방 대법원장)'라고 불리며 주목받아 왔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1993년 케네디 대법관의 사무원을 지낸 그는 2006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판사로 임명됐다. 19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조사한 케네디 스타 전 특별검사팀의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비서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보수색 짙은 캐버노가 대법관이 되면서 미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으로 기울게 됐다.


캐버노의 전임인 케네디 전 대법관이 빠지면서 연방대법원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새뮤얼 앨리토, 클래런스 토머스, 닐 고서치 대법관 등 보수 4명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스티븐 브라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 등 진보 4명으로 재편된 상태였다.


1988년 지명된 케네디 전 대법관은 '중도 보수' 성향이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렸던 주요 사안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며 대법원의 균형추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고서치(50) 대법관에 이어 50대의 '젊은 보수' 대법관을 잇따라 임명함으로써, 연방대법원의 '보수 우위' 구도를 장기간 유지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미 대법관은 스스로 퇴임하지 않은 한 종신직이다. 미 CNN방송은 "이번 인준안 표결로 연방대법원의 보수 우위가 한 세기 동안 지속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1980년대 고교 시절 성폭행 미수 의혹으로 미국 사회를 뒤흔든 캐버노 파문은 인준안 가결로 일단 막을 내리게 됐지만 한달 앞으로 다가온 11·6 중간선거와 맞물려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캐버노 파문은 고교 시절 술에 취한 캐버노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피해여성 크리스틴 포드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를 계기로 불거졌으며, 지난달 27일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포드와 캐버노 지명자가 시차를 두고 증인으로 등장해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연방수사국(FBI)이 이 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인준 절차가 1주일 연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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