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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수사 쟁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수사 쟁점] ② 부산고법 조현오 前경찰청장 재판개입

검찰 "추가 변론 지시" 당시 재판장 "직권 변론재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등을 둘러싼 '재판거래 의혹'과 함께 양승태 코트(Court) 수뇌부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또 다른 의혹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각종 '재판개입 의혹'이다. 사법부 권한 확대나 상고법원 추진 등에서 정부 측 협조 요청 또는 각종 비위 사건의 불똥이 법원으로 튀는 것을 막는 등 다양한 이유로 법원행정처가 일선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부산법조비리 재판개입 의혹'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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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檢 "갑작스런 변론재개는 법원행정처 지시 따른 것" = 이 사건은 양승태 코트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 추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현직 판사가 개입된 비리 사건을 은폐하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검찰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항소심 재판장에게 변론을 추가로 열도록 지시하는 등 불법적인 행위를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2015년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뇌물 5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부산의 건설업자 정모씨를 수사하던 검찰은 부산고법 문모 판사가 정씨로부터 향응과 골프 접대 등을 받고 재판 관련 정보를 누설했다는 첩보를 그해 8월 법원행정처에 통보했다. 문 판사에 대한 수사를 벌이는 대신 대법원이 자체 징계를 하도록 그의 비위 혐의를 정리해 법원행정처에 통보한 것이다. 여기에는 문 판사가 정씨와 룸살롱 등에서 어울렸으며, 2011~2015년 사이에 확인된 것만 15차례에 걸쳐 골프 접대가 이뤄졌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씨 정씨가 조 전 청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기 전날인 2015년 5월에도 문 판사가 정씨 사무실에 가 법률적인 조언을 해주고, 이어 다음날 새벽까지 룸살롱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법원은 문 판사를 공식적인 징계절차에 회부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이후 터졌다. 정씨에 대한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였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이 확보했다고 하는 이 사건 재판개입 의혹 관련 문건에 따르면 정씨의 항소심 변론이 예상보다 일찍 끝나자 법원행정처가 별도의 조치를 취한 듯한 정황이 담겨있다. 2016년 9월 작성된 이 문건에는 '정씨 사건을 심리하는 항소심 재판부의 심증을 문 판사가 유출한다는 소문이 있다'는 내용과 함께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2심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며 '변론을 직권재개해 1~2회 공판을 더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대응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변론이 모두 종결되고 선고만 남겨뒀던 정씨의 항소심은 이후 문건에 적힌 내용처럼 재판부 직권으로 변론이 재개됐고 2회 공판을 더 거쳐 2017년 2월 선고가 이뤄졌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정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았으나 법정구속은 되지 않았다. 같은 달 문 판사는 변호사로 개업했다.

 

수사팀은 최근 당시 부산고법원장이던 윤모 변호사를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으로부터 이 사건 재판 변론재개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고 이를 당시 재판장인 김모 부장판사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김 부장판사를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법원장으로부터 그러한 취지의 말을 들은 적은 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그런 취지의 말을 듣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변론재개는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진행했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 전 처장 등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검찰이 고 전 처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받은 영장 범죄사실에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주요 혐의로 적시됐다.

 

인사청탁과 함께 뇌물 건넨 건설업자 정씨 재판

"검찰의 불만 무마위해 2심 변론 연장 필요"

"당시 부산고법원장과 해당 재판장의 진술 확보"

 

◇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판례는 = 대법원 판례(90도2800)와 최근 대검찰청이 발간한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사건처리기준 등에 따르면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어떠한 직무가 '공무원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법령상의 근거가 필요하지만 △명문이 없는 경우라도 법·제도를 종합적·실질적으로 관찰해서 그것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되고 남용된 경우 상대방으로 하여금 사실상 의무 없는 일을 행하게 하거나 권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일반적 권한'에 포함된다고 본다(2011도1739). 또 일반적 직무권한은 반드시 법률상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것임을 요하지 않으며 그것이 남용될 경우 직권행사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법률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면 된다(2002도6251).

 

그러나 공무원이 직무와 상관없이 단순히 개인적인 친분에 근거해 지원을 권유하거나 협조를 의뢰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 2008도6950).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경우인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와는 구별해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90도2800). 

 

"변론종결 후 추가 사실 확인 필요한 부분 있어

석명사항 중심으로 2차례 걸쳐 변론기일 진행"

당시 재판장, 지시·변론재개 간 인과관계 부인

 

◇ 재판개입에도 적용 가능할까 = 전문가들은 고 전 처장의 전화 등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하려면 고 전 처장의 행위가 법원행정처장의 일반적 직무권한을 남용한 것인지 검찰이 명확히 논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검찰은 고 전 처장이 일반 고위직 판사가 아니라 법원행정처장이라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그의 일반적 직무권한 범위를 폭넓게 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기본적으로 인사·예산 등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법원행정처장 직무의 특성상 이른바 재판개입 의혹 행위가 고 전 처장의 일반적 직무범위에 해당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의 직권남용행위가 있었다 해도 현실적으로 권리행사의 방해라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2003도4599)는 점도 검찰이 넘어야 할 산이다. 

 

이 사건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김 부장판사는 본보 취재과정에서 소속 법원 공보판사를 통해 "변론종결 이후 심리가 미진한 부분과 추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해소하고자 재판부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해 검사, 피고인들에게 석명사항을 상세히 기재해 석명준비명령을 각각 보냈다"며 "변론재개 이후 피고인 정씨에 대해 다시 증인신문을 실시하는 등 석명사항을 중심으로 2회 변론기일을 진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권남용 행위'로 지목되고 있는 고 전 처장의 전화와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된 결과'로 지목된 변론재개 결정 사이의 인과관계를 전면 부인한 셈이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사건의 경우 직접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며 "정황 증거를 얼마나 갖추는지가 유죄 입증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황 증거를 잘 갖춘 뒤 결과발생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해 낸다면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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