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주목 이사람

[주목 이사람] '재판으로 본 세계사' 펴낸 박형남 부장판사

"법조인들이 사회적 보폭 넓히는 계기됐으면"

"법조인들이 너무 자기 세계에 갖혀 있습니다. 법과 법학의 기본이 되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소홀히 하고, 다른 직역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도 많이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갈라파고스 군도'처럼 재판과 사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 책이 사회와 법조인을 좀 더 연결시켜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형남(58·사법연수원 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13일 본보와 만나 최근 저서 '재판으로 본 세계사(휴머니스트 펴냄)'를 출간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현직판사가 재판사(史)를 다룬 책을 발간한 것은 처음이다. 

 

145653.jpg

 

박 부장판사는 시대상황과 그 당시 갈등이 재판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세계적인 재판 15건을 선정해 사건의 배경과 재판과정 등을 상술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소크라테스 재판', '갈릴레이 재판'을 비롯해 우리나라에 소개된 적이 없는 '마르탱 게르 재판'과 '팽크허스트 재판', 로마 시대 '카틸리나 재판'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재판들이 망라됐다. 

 

세계적 유명 재판 15건 선정

사건 배경과 재판과정 설명

 

박 부장판사는 책에서 사건에 대한 법리적 분석보다 사회·정치·문화적 갈등이 재판을 통해 어떻게 표출됐는지, 그리고 그 해결과정에 주목했다.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던 사건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현 상황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많다. 반역죄를 다룬 '찰스 1세 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을, 최대 노동시간을 법으로 정해 법정다툼까지 가게 된 미국의 '로크너 재판'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한 근로기준법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박 부장판사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모든 사건이 현재 우리나라 현실에서도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법리적 분석보다 과정 주목

인문학적 성찰·경청 자세 등

좋은 재판을 위한 고민 담아

 

박 부장판사는 책 곳곳에 판사로서의 고민을 담았다. 판사의 양심과 인문학적 성찰의 필요성, 좋은 재판을 하기 위한 경청의 자세 등 사건마다 느꼈던 소회를 고스란히 담았다. "미란다 사건을 보면 미란다의 변호인들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아 무죄라고 주장했는데, 그 당시에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든 피의자들의 방어권을 절차적으로 보장하는 획기적인 판결이 됐습니다. 요즘에도 '이상한 주장'을 하는 변호사님들이 가끔 있습니다만, 그럴 때 판사에게 필요한 것은 선입견에 빠지지 않고 선의로 그 '이상한 주장'을 찬찬히 살펴보는 넓은 마음입니다. 후배 법조인들도 이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법원을 떠날 때 우리나라 재판을 다룬 책을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도 결국 제일 관심이 있는 건 우리나라 재판입니다. 1948년부터 지금까지 사법이 사회 발전과 변화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아니면 좌절을 시켰거나 국민의 분노를 사게 됐는지에 대해 쓰고 싶습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