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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 “부산, ‘해사법률서비스 허브’ 도시로 발전시켜야”

창립 70주년 맞는 부산변호사회 이채문 회장

"부산지방변호사회는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직후인 1948년 7월 24일 창립됐습니다. 부산회의 70년 역사는 우리나라의 민주적 사법제도 발전사(史)와 궤적을 같이하는 산 증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1일 부산시 연제구 변호사회관에서 만난 이채문(54·사법연수원 22기) 부산지방변호사회장은 창립 70주년을 맞은 부산회의 역사를 이같이 정의했다. 이미 대통령을 두 명이나 배출한 지역 법조계의 대표로서, 회(會)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에게 회장으로서의 소회를 물었다. 

 

"근대적 사법제도의 기틀이 부족했던 시기, 우리나라의 사법제도가 단기간에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부산회 출신 많은 선배 변호사님들의 피땀어린 헌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바통을 이어받아 70주년을 맞이하는 시기에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큰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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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유신체제를 무너뜨린 부마민주항쟁의 본거지였고, 1987년 6월 항쟁 때에도 박종철 열사의 고향답게 민주화를 위해 뜨겁게 활약한 곳이다. 자연스럽게 부산지역 법조계도 민주적 전통과 시민의식이 깊이 뿌리내렸다.

"부산지역 법조 선배들은 근현대사의 한 가운데서 민주화를 이끌어내는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언제나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변호사의 사명을 강조하셨던 고(故) 김광일(고시 15회) 변호사님부터 부산 변호사업계의 터줏대감이던 노무현(7기), 문재인(65·12기) 대통령까지 같은 연장선상에 놓여있습니다.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부산회는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공익적 활동을 꾸준히 확대할 예정입니다. 지난 3월 부산지역 여성 단체와 연대해 '미투운동 지원단'을 출범시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변호사들은 공익적 역할과 영리활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이 회장은 최근 법조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입장을 밝혔다. 그는 법조인들이 지역사회 품으로 파고들어 대중과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변호사들이 국민과의 '거리감'을 줄이는 데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 대중과 동떨어져 있는 모습이 법조 직역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켰습니다. 앞으로는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활동의 보폭을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을 늘 의식합니다.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자선 바자회를 열고 그 수익금을 유니세프(UNICEF)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일이나, 70주년 기념식에 법조 관계자 뿐 아니라 국회의원, 기관장, 시민단체 활동가, 일본·중국 영사까지 두루 초청해 외부행사로 진행하는 일 모두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졌습니다." 

 

부산은 우리나라 최대 항구도시로 수산·물류·해운·조선 산업이 밀집한 해양산업의 메카다. 이 회장은 해사법원 설치를 둘러싼 이슈에 대해 '해사사건(Maritime Dispute)'의 개념을 폭넓게 규정하면서 수요자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사사건은 해상운송분쟁 뿐 아니라 해양경계분쟁, 바다오염, 선박건조계약 등 바다를 둘러싼 여러 분쟁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분쟁 당사자들이 전문지식을 갖춘 법관에 의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기 위해서는 독립된 해사법원 설립이 필수이지요. 나아가 해양산업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는 현장에서 재판이 이뤄져야 합니다. 부산은 국내 최대 규모의 항만도시이자 해양산업의 중심지로서 법률 수요자들의 편의성이 극대화된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변회는 2011년 해사법원 설립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관련 보고서를 제작·발간했다. 2016년 초에는 해사법원설치추진 특별위원회를 꾸려 기업과 해양연구소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해사법원 설립을 위한 법률 개정안까지 마련했다.

 

이 회장은 해사법원과 함께 국재중재(International arbitration) 역량을 강화해 양대 축으로 삼고 부산을 해사법률서비스의 허브(Hub)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해사사건의 또 하나의 특징은 중재를 통한 분쟁해결을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지난 4월 부산에 아시아태평양중재센터가 문을 열었고, 15일에는 전세계 중재전문가들을 초청해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합니다. 부산회도 중재센터의 설립과 운영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부산회 소속인 서영화(57·18기) 변호사님이 아태중재센터 초대 의장을 맡았고, 변호사회 차원에서도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청년 변호사 처우개선과 취업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방도시라는 특성을 감안해 지역 로스쿨 등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해결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부산대 로스쿨, 동아대 로스쿨에서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들이 100여명가량 됩니다. 이 중 부산에 정착하는 비율은 60~7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부산회가 개최하는 모든 세미나와 학술행사를 로스쿨생에게도 개방하고 있습니다. 도산법연구회, 건축법연구회 등 30여개의 전문연구회가 공개강좌를 열고 있는데 지역 로스쿨생의 참여율이 높은 편입니다. 이 과정에서 예비 법조인들이 선배 변호사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년 말에는 부산지역 로펌과 법률사무소 40~50여개가 참여하는 취업박람회를 열어 신규변호사들의 진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구상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송무시장에 뛰어든 청년변호사를 위해 수임건수에 따라 '경유비'를 누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청년변호사들의 정착과 자립을 지원할 방침입니다." 

 
이 회장은 부산 법조계만의 독자적인 문화와 전통을 지키며 비(非) 수도권 지역 법조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고 했다.

 

"부산은 서울과 다른 특색있는 법조문화를 가꾸어 왔습니다. 부산회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우리나라의 중앙집권적 문화 속에서 독자적인 전통과 문화를 가진 몇 안되는 변호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부산회는 비(非) 수도권 변호사단체의 대표로서 앞으로도 꾸준히 지역 변호사들의 권익을 지키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감당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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