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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

가상통화에 대한 형사법적 취급 가상통화에 대한 몰수 가능성을 중심으로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미국변호사

[ 2017.07.04 ]



1. 들어가며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 세계적으로 강력히 휘몰아쳤던 가상통화 열풍이 어느 정도 사그라진 지 수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상통화, 그 보유 또는 거래를 법적으로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그 와중에 최근 대법원은 가장 대표적인 가상통화 중 하나인 비트코인에 대한 몰수를 긍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는바, 이하에서는 대상판결 사안의 주요 내용과 대상 판결이 가지는 함의를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2013. 12.경부터 미국에 서버를 둔 이 사건 음란사이트를 개설·운영하면서 총 120만 명 이상의 회원들을 모집하였고, 그 중 유료회원들로 하여금 비트코인 등으로 결제하여 이 사건 음란사이트 내 포인트를 적립하게 한 다음 유료회원들이 원하는 영상이나 사진 등을 다운로드 하는 경우 기 적립된 포인트를 차감시키는 방법으로 대가를 지급받으며 이 사건 음란사이트를 운영하였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음란사이트에 접속하는 자들에게 광고 내용이 자동으로 전송되고 광고 내용을 클릭하면 불법 인터넷도박 사이트 등으로 바로 연결되는 배너를 이용하여 광고를 하며 광고주로부터 광고 대가를 받는 수익사업을 영위하였고, 그 과정에서 광고 수익의 일부를 비트코인을 이체 받는 방법으로 수령하였습니다.


이후 수사기관은 피고인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이 진술한 비트코인 전자지갑의 주소 및 비밀키를 근거로,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216.1249474 비트코인(BTC)을 임의제출 받아 수사기관이 별도로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습니다. 이어 피고인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유포), 도박개장방조 등의 범죄로 기소되었고, 제1심법원은 위 범죄들의 성립을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년 6월의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이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검사 및 피고인의 항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한편, 검사는 압수된 약 216 비트코인(BTC)이 범죄수익이라는 전제 하에 그에 대한 몰수를 구형하였습니다. 그에 대하여 피고인은 (1) 현행법상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고, (2) 비트코인은 시세가 실시간으로 급변하므로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3)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은 10분마다 거래기록이 갱신되므로, 피고인이 보관하고 있던 비트코인과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압수된 비트코인이 몰수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1심 법원은 "객관적 기준가치를 상정할 수 없는 216 비트코인 중 위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특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은 현금과는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몰수를 부정하였습니다. 반면, 원심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몰수의 대상이 되는 '범죄수익'을 이루는 '재산'이란 사회통념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이익 일반을 의미한다고 전제한 뒤, 이 사건에서 압수된 비트코인의 경우 ① 예정된 발행량이 정해져 있고 P2P 네트워크 및 블록체인 기술에 의하여 그 생성, 보관, 거래가 공인되는 가상화폐로서, 무한정 생성·복제·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차별화되는 점, ②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 현재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⑤ 피고인도 이 사건 음란사이트의 회원들부터 사이트 이용 대가로 비트코인을 지급받은 점, ⑥ 압수된 비트코인을 피고인에게 환부하는 것은 사실상 피고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음란사이트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불합리한 점 등을 종합하여, 압수된 비트코인 중 이 사건 음란사이트 운영을 통해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약 191 비트코인에 대한 몰수를 긍정하였습니다.



3. 대상판결의 판단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압수된 비트코인의 몰수를 긍정하였습니다.


1)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국제적 기준에 맞는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마련하고 범죄수익의 몰수·추징에 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특정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여 건전한 사회질서의 유지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중략)


2)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 또는 그 범죄행위의 보수로 얻은 재산"을 범죄수익으로 규정하고(제2조 제2호 가목),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제8조 제1항 제1호). 그리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시행령은 "은닉재산이란 몰수·추징의 판결이 확정된 자가 은닉한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2항 본문). 위와 같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의 입법취지 및 법률 규정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정한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에 의하여 취득한 것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무형재산도 몰수할 수 있다.


3) 피고인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정한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유포)죄와 도박개장방조죄에 의하여 취득한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이다. ② 피고인은 이 사건 음란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이용하는 이용자 및 이 사건 음란사이트에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대가로 지급받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하였다.


4) 이 사건 몰수의 대상인 비트코인은 특정되어 있다.


5) 따라서 피고인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정한 중대범죄에 의하여 취득한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몰수의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및 의의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비트코인이 재산적 가치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본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해 보입니다.


우선,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몰수의 대상은 '범죄수익'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이고, 범죄수익에는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의 보수로 얻은 재산'이 포함되어 있는데, '재산'은 재물과 재산상 이익을 합친 경제적 가치의 총체로서 유·무형을 가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중대범죄의 보수로 얻은 것으로서 재산적인 가치가 있으면 그 형태가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몰수가 가능하다고 봄이 타당합니다. 그리고 몰수된 약 191비트코인의 가액은 2018. 5. 30.자 거래소 시세 기준으로 무려 15억 원을 초과하는바, 이러한 비트코인이 대상판결의 몰수 시점에서나 현 시점에서 상당한 재산적 가치를 가진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나아가,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이 주기적으로 갱신된다 하더라도 이미 기존에 블록체인에 포함된 블록들의 거래 내역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기 때문에 압수 전후의 비트코인의 동일성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결국, 피고인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로 얻은 비트코인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으로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상판결의 결론은 비록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가상통화라 하더라도 일정한 재산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이라면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으리라 판단됩니다. 그리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재산'을 몰수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3조,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13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불법정치자금 등의 몰수에 관한 특례법 제3조 등)에 그 요건을 충족하면 대상판결의 결론과 마찬가지로 몰수가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형법 제48조는 '재산'이 아닌 일정한 '물건'을 몰수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고, 물건이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민법 제98조)을 의미합니다. 그에 따를 경우 '유체물'도, 관리 가능한 '자연력'도 아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 이용자들 사이에서 보유 및 처분 가능성을 인정받는 일종의 '관념'에 불과한 가상통화를 몰수하기는 곤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가상통화 자체가 아닌 그 지갑의 경우에는 배타적으로 관리 가능한 일종의 '전자기록'으로서 몰수의 대상이 될 여지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향후 법원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한편, 몰수가 확정된 가상통화를 어떻게 처분해야 하는지에 대하여도 논란이 있는 상황인데, 엄연히 가치 있는 재산을 폐기하여 국고에 손실을 야기하는 것보다는 유가물에 준하여 공매 처분하는 것이 합당해 보입니다. 물론, 그 공매가 가상통화 또는 그 거래를 정부가 공인한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그에 대한 무리한 확대해석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이원찬 변호사 (wclee@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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