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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변호사 울리는 ‘나쁜 로펌’들

취업 때 구성원 등기 강요하고 이직 땐 등기삭제 요구 외면­
서울 분쟁조정위에 피해 진정 청년변호사 급증

A변호사는 2년전 로스쿨을 졸업한 뒤 신생 로펌에 취업했다가 최근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취업 당시 대표변호사가 채용을 조건으로 구성원 변호사로 참여해달라는 요구에 응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A변호사는 두달 전 사직서를 내고 다른 로펌으로 이직했다. 그런데 이전 로펌 대표는 "이직을 했으니 구성원에서 빼달라"는 A변호사의 요구를 묵살한 채 구성원 변호사 등기에서 삭제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A변호사는 현재 다니고 있는 로펌에 입사하면서 이전 로펌에서 구성원 변호사 등기를 말소해주면 첫 출근일로 소급해 월급을 받기로 약정해 아직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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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법 제52조 1항은 '법무법인의 구성원 및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는 자기나 제3자의 계산으로 변호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로펌의 구성원 변호사로 등기된 변호사는 다니는 로펌에서 돈을 받고 변호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A변호사는 이전 로펌 대표에게 계속 구성원 변호사 등기를 말소해 줄 것을 거듭 읍소하고 있지만, 대표는 "조만간 사람을 구할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변호사법 제45조 등은 법무법인의 경우 구성원 변호사가 3명 이상이어야 하며 이 가운데 결원이 생긴 때에는 3개월 이내에 보충하도록 하면서 이 기간 내에 보충하지 못하면 법무부장관이 설립인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전 로펌 대표는 최근 A변호사의 요구가 거듭되자 "등기에서 당장 빼주지 못하는 것은 미안하지만, 변호사회 등에 진정을 넣는 등 만약 문제를 삼는다면 변호사법 위반 등을 따져 대응하겠다"고 적반하장식 태도까지 보여 A변호사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취업을 빌미로 청년변호사들에게 구성원 등기를 강요하고, 이직 시 구성원 탈퇴 요청마저 묵살하며 제 잇속만 챙기는 일부 선배 변호사들과 로펌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 같은 사례가 줄어들기는커녕 법률서비스 시장 침체와 청년변호사 취업 한파가 맞물리면서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견변호사들도 구성원 

등기관련 진정사례 늘어

 

서울지방변호사회 분쟁조정위원회 소속 모 위원은 26일 본보와 만나 "기존에 다니던 법무법인 등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직했는데도 이전 로펌 대표가 구성원 등기를 빼주지 않아 분쟁조정위에 진정을 넣는 청년변호사들이 늘고 있다"며 "구성원 등기 관련 진정은 체불임금 등 급여 관련 진정과 함께 최근 변호사 사회에서 발생하는 분쟁사례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청년변호사들 뿐만 아니라 중견 변호사들도 구성원 등기 관련 진정을 넣기도 한다"며 "구성원 등기 관련 문제가 다양한 세대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방변호사회 등에서 관련 진정이 접수되면 사실관계를 조사해 징계에 회부하는 정도가 전부다.


"법무법인 등록요건 완화로

피해자 양산" 지적도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과거에는 10년 이상 법조경력자 1명을 포함해 최소 5명 이상의 구성원 변호사가 있어야 법무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지만 2011년 5년 이상 법조경력자 1명을 포함해 구성원 변호사가 3명 이상만 되면 법무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변호사법이 개정되면서 예견됐던 일"이라며 "법무법인의 핵심은 전문성과 조직성에 있는데 경력 5년 이상의 대표변호사가 2명만 구성원 변호사로 채용하면 너무 쉽게 법무법인을 차릴 수 있게 돼 수준 이하인 법무법인들도 생겨나면서 애꿎은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법무법인 설립요건을 좀 더 까다롭게 하는 한편 이 같은 '갑(甲)질'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변호사단체나 법무부 등의 감독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사안의 심각성에 공감의 뜻을 나타내면서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김 협회장은 "부당하게 구성원 등기를 빼주지 않아 고통을 받고 있다면 변협 내 고충처리위원회로 곧바로 신고해주시길 바란다"며 "변협이 직접 개입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 협회장은 다만 "근본적 해결책이 법무법인 설립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무법인 설립 요건 완화는 상대적으로 경력이 낮은 청년변호사끼리도 법무법인을 만들어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도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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